취미/소설쓰기와 자작소설

갈등, 5단구성, 플롯 등등 소설작법의 모든 요소를 포기해 보기로 했다.

하프피프티 2021. 11. 24. 04:38

 

갈등, 5단구성, 플롯 등등 
소설작법의 모든 요소를 포기해 보기로 했다.

 

 

1. 정보가 너무 많다.

 

 제가 본격적으로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쯤 전입니다.
 그 전까지는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요. 그래서 그때까지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면 진짜 엉망진창입니다. 특히, 매우 지저분해 보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런 그지깽깽이 같은 사진에서 좀 벗어나자, 하는 욕구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진을 잘 찍는 법, 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과 인터넷 서점을 미친 듯이 뒤졌지요. 그러다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발견해서, 그 책의 내용을 토대로 사진을 찍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저로서는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내용을 전부 다 소화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더군요. 당장에, 지저분해보이지 않는 사진, 내가 원하는 사물만 깨끗하고 잘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이 급한 제게, 비교적 기본적인 기법을 제외하고는 다 잉여였습니다.

 

 그래서 전 하나만 노리자, 라는 정신으로, 딱 한 가지 기법만 기억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외의 또다른 취미이자 도전과제인 소설쓰기도, 퍼뜩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시퀀스가 어떤 것인지, 시퀀스를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또 며칠 전에는 소설에 쓰일 '갈등'에 대해서도 약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소설의 '갈등'에 들어갈 내용이 어떤 것인지 감을 좀 잡아서요. 본편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품게 되었지요.

 

 그러나.
 아는 것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정작 글을 쓰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론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제가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는 건 많은데, 그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작품에 개별적으로 적용, 하나의 글이 작법기법에 따라 쪼개진다는 느낌까지 드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 중국난방으로 박혀 있는 이 정보들을 다 털어내 버리고, 딱 기초가 되는 기법만 익혀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배울 때처럼 말이지요. 우선 기본적인 것 하나만 익혀서 대충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다가, 차근차근 공부를 더 하고 실력을 키워서 남들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결과물을 만들어 보자.

 

 

 그런 관계로, 혹시나 문예창작과에서는 어떤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나~ 하고 검색을 해 봤는데요. 찾던 것은 못 찾고,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권의 작법서였습니다.  제목은 <소설 작법의 정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941858

 

소설작법의 정석

이 책은 기존의 이론 중심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 가능한 소설 작법을 말하고 있다. 소설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사람마저 책에서 지시를 하는 대로 쓰기만 하면 한 권의

book.naver.com

 

 

 

 2.  일단은 소설작법의 모든 요소를 포기해 보기로 하자.

 

 

 

 

 

 사실, 소설을 제대로 써 보자고 생각한 뒤로 작법서도 여럿 사 보고, 심지어는 캐릭터 구축을 위한 책들도 구입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에잇 다 때려쳐~!"라는 상황에 빠졌는데, 이 와중에 또 작법서를 사다니.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작법서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 책은 소설의 구성요소들을 정성껏 미리 준비한 뒤, 정해진 순서로 글을 써 나가는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어깨에 힘들어가는 작업을 할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A4 반 장을 작성하고, 그 다음에는 A4 1장으로 늘려보고, 그렇게 늘린 내용을 기승전결로 나눠보고……. 일단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쏟아낸 다음에, 원본을 필요에 따라 수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요.

 

 아아.
 어떻게 보면 제가 원했던 방식입니다.
 솔직히, 작법서들에 담긴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제 작품에 응용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법기법이 요구하는 내용을 만들어서 붙이려다보면 힘들기도 했고, 뭣보다 무척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쓰인 글이 있다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정통적인 방식에서는 아마도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가 그 역할을 해주겠지만, 애초에 시놉시스는 둘째치고 트리트먼트까지 가기도 힘이 듭니다. 그러나 그냥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 내키는 대로 막 토해낸듯이 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로.
 지금까지 생각했던 플롯, 5단구성, 갈등 같은 소설 작법의 요소는 당분간 다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니 뭐, 지금까지 짜 놓은 결과물이 있으니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으나, 여기서 더 이상 작법기법에 어거지로 맞춰서 글을 쓰는 대신, 그냥 있는 것 갖고 날림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엉성하게나마 완제품을 만들어 보려고요.

 

 

  안 그래도 끝까지 완결을 낸 작품이 두 개가 있습니다. 초고가 끝났으니 퇴고를 해야 하겠는데, 문제는 제 눈으로 봐도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손을 보고 보강을 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어디를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 결국 원본은 방치, 새로운 글을 써 버리는 쪽으로 폭주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의미없이 불완전한 원고를 하나 더 양산함.

 

 

 그러느니, 차라리 사후 교정이라도 보는 방법이라도 익히는 쪽이 훨씬 나을 겁니다. 또, 그러면 정석대로 소설을 써도, 퇴고할 때 무엇을 어떻게 손봐야 할지 알 수 있을 테니 한결 수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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