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소설쓰기와 자작소설

생각 외로 의외로 작법의 왕도를 걸은 <소설 작법의 정석>

하프피프티 2021. 12. 1. 06:52

생각 외로 의외로 작법의 왕도를 걸은 
<소설 작법의 정석> 

 

소설 작법의 정석

 

 지름길은 없었다.

 


 며칠 전.
 여느 때처럼 빈 시간에 제 소설의 플롯구성을 하다가, 그냥 다 집어던지고 말았습니다. "다 때려쳐!"라면서 말이죠. 그때에는 플롯을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이렇게 뭔가 되게 있어보이는 소설을 쓰는 법말고 아주 기초적이고 단순한 작법은 없을까, 그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았지요. 키워드는 소설 작법의 기초.  뭔가 아주 기초적인 기술이 있다면 일단 그것에만 집중해 보자, 라는 취지였습니다. 그 결과, 꽤나 사람 마음을 혹하게 만드는 책을 발견해서 낼름 바로 서점에 주문을 했습니다.

 

 

 

 책의 제목은 <소설 작법의 정석>

 

 

소설작법의 정석

이 책은 기존의 이론 중심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 가능한 소설 작법을 말하고 있다. 소설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사람마저 책에서 지시를 하는 대로 쓰기만 하면 한 권의

book.naver.com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미리보기를 읽어 본 바로는 복잡하게 처음부터 배경, 인물,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우선은 니가 쓰고 싶은 대로 쏟아낸 다음에, 조금씩 고쳐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오오.
 이것저것 재지 않고, 나는 내가 쓰고 싶은 내용, 줄거리를 그냥 쭈욱 써 내려간다는 점이 저는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내가 하던 것처럼 이거 생각해서 플롯구성하고, 저거 생각해서 플롯구성하고 그딴 거 할 필요가 없구나. 이제는 고민에서 해방이닷!

 

 그렇지만, 주문한 책이 도착해 바로 펴서 읽어본 결과, <소설 작법의 정석>은 적어도 플롯 구성 단계에서는 생각외로 그야말로 '정석'을 밟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놉시스  작성 - 시퀀스 나누기 - 시퀀스에 들어갈 장면 설정하기. 책에서는 꼭지와 삽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에는 시퀀스와 장면 (씬)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에이쒸.
 이러면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작법과 뭐 다른 것이 없잖아. 뭔가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줌으로써 꽉 막혀버린 내게 길을 뚫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결국, 모든 일에 지름길은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비교적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더 얻게 되기도 했는데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또다시 아, 글을 써 봐야겠다, 라는 의욕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똑같이 말이죠(그리고 또 그렇게 설쳐대다가 글이 막혀서 끙끙거릴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가장 처음에 작성하는 스토리는 최대한 자세하게.

 

 

 

 

 

 작가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니가 쓰고 싶은 내용으로 줄거리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인물에도, 배경에도 연연하지 말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라.

 

 줄거리를 작성하는 것은 많이 해 봤습니다.
 언젠가 작법을 배울 때 시놉시스용 짤막한 줄거리를 쓰려면 우선 기승전결을 각각 한 문장으로 쓴 다음, 그것을 연결해 약간 부풀리면 된다고 배웠습니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종종 그런 식으로 전체 줄거리를 작성해보곤 했지요. 그런데 <소설 작법의 정석>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그 정도의 짤막한 줄거리로는 후에 이어질 단계를 진행할 때 심히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줄거리를 작성한 다음에는 기승전결의 법칙에 따라 작품의 줄거리를 나누고, (시나리오 작법식으로 얘기하면) 시퀀스를 구분한 뒤, 장면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예전에도 말했듯이 시퀀스는 하나하나의 커다란 덩어리 사건임과 동시에 보다 구체적이로 자세한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세부사항까지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기본이 되는 줄거리가 매우 대략적이라면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많이 힘이 듭니다. 저도 시퀀스를 나누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한 번 덤벼봤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장면과 시퀀스의 구분이 잘 안 되더군요.

 

 이럴 때 줄거리가 자세하다면, 시퀀스 및 그 하부의 컷컷, 장면 장면을 설정해주기 편해질 겁니다.
 

 <<그는 자기네로 찾아온 그녀를 마중나갔다.>>

 

 이런 내용보다,

 

 <<ㅇㅇ의 부탁에 그는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그녀를 공항에서 맞이하기로 한 그.
 공항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입국장 앞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쪽으로 빠져 목적한 사람을 기다렸다. >>

 

 이런 식으로, 어떻게 그녀를 만나는지 좀 자세하게 적어두면, 특히 장면 설정할 때 아주 편할 겁니다.
 사실, 줄거리를 적을 때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전체적인 흐름만 생각해 둔 뒤, 나중에 사건과 장면을 만들어 끼워넣으려고 했지요.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아무런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장면을 생각하려니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와, 창작의 고통을 맛보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상업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줄거리만 A4 용지로 4~5장 정도를 차지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줄거리만 4~5장이야, 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그것이 당연합니다. 처음에 쓰는 스토리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서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인물의 초목표가 어떻고, 발단에는 인물이 초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그 사건은 주인공에게 최악의 사건이어야 하고.

 

 

 아, 머리아파.
 뭔가 따라하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저 요소를 살리려면 제 능력으로는 내용이 너무 작위적, 억지로 끼워맞추기가 돼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저런 '꾸며주는 요소'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은 일단 배제하고, 기본적이고 단순한 내용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 이번에야말로 좀 마음 편하게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좀 완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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