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소설쓰기와 자작소설

,소설 작법> 발단 이후의 구성 생각하기 - 캐릭터가 움직이는 대로 흘러간다

하프피프티 2022. 12. 8. 03:13

,소설 작법> 발단 이후의 구성 생각하기 
 캐릭터가 움직이는 대로 흘러간다

 

 

◈ 생각나는 것은 늘 한 장면뿐

 

 

  소설 쓰는 타입을 미리 모든 내용을 다 생각해 두고 쓰는 타입과, 마치 자동차 전조등으로 어두운 길을 비추며 나아가듯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내용을 적어가는 타입으로 나눌 때, 저는 저 자신을 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부터 이것저것 끄적거려본 경험 상, 역시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 생각해둬야지 본문을 적어나가는데 훨씬 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 몇 년 동안 "내가 나 자신을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전개할 모든 내용을 다 생각해두고 미리 적어두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치고는, 플롯을 생각할 때 늘 특정 장면밖에 안 떠오르니다. 그것도 대부분 발단부의 한 장면, 그리고 클라이막스의 한 장면. 게다가, 그렇게 퍼뜩 퍼뜩 떠오른 그 장면이 뭔가 되게되게 마음에 들어서, 결국에는 아무 맥락도 없이 갑자기 떠오른 그 장면에 전체 내용을 (억지로) 맞춰보곤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물론 결과는, 대실패!!!

 

 기본적으로 저는 내용의 정합성과 당위성이 맞아 떨어져야 이야기를 전해나갈 수 있는 성격(쉽게 말해 앞뒤가 제대로 맞아야 함)입니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보기에만 좋은 장면을 떡하니 갖다놓고 그것에 모든 설정과 이야기를 맞추려니, 앞뒤가 제대로 맞을리가 없지요. 어디선가 꼬여도 꼬이기 마련입니다.

 

 하여간에.
 전 전체적인 내용을 모두 다 생각해두고 초고작성을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라서, 내용을 구상하다보면 늘 초반과 중후반부의 한 부분만 생각나지요. 정작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전개부분과, 가장 흥미진진해야할 절정 부분은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늘 백지 상태입니다. 헐.

 

 바로 이 <단절>이 제가 늘 설정놀음만 하고 있는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만.
 오늘은 꽤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캐릭터에 집중했더니, 보통은 텅 빈 공백이 되어버리는 (전문용어로는 중간생략?) 전개부분에 그럭저럭 뭔가 이야기를 채워넣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  캐릭터가 가는 대로 그릴 뿐이다

 

 

 

 

 소설 쓰는 법에 대해 찾아볼 때, 어느 작가분이 이런 내용의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저절로 알아서 굴러간다."

 

 실제로, (비록 동인작품이지만) 제가 갖고 있는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의 작가님도 비슷한 말을 하시더군요. 해당작품은 작가님이 부정기적으로 트위터에 조금씩 연재 아닌 연재를 하다가, 동인 이벤트 날짜에 맞춰서 책으로 만들어 파시곤 했는데요. 트위터의 연재분을 본 팔로워 분들이 "어떻게 이런 내용을 생각할 수가 있죠?! 정말 대단하세요!"라고 칭찬하면, "애들 하고 싶은 대로 펜을 굴렸더니 이렇게 되더 됐네요."라고 코멘트를 달아주시곤 했습니다.

 

 흐음.
 주인공이 가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더니 작품이 저절로 굴러가다니.

 

 난 그렇게 안 되던데??!!

 

 A4용지 한 장 분량의 스토리를 정리하든, 트리트먼트에 도전하든 줄거리 요약 혹은 시놉시스 단계에서 좀 더 스토리를 세세하게 생각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늘 발단이 끝나자마자 내용이 막히곤 했습니다.  주인공들아, 니들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돌아다녀봐라, 그렇게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그 주인공들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진짜로 자기들이 알아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그들의 갈길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인데요, 늘 어디로 어떻게 하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오늘도 역시 대체 몇 번을 갈아치웠는지 모를 초고의 내용을 구상하느라 낑낑대고 있었는데요. 뭐, 여느 때처럼 또 발단부 얘기가 끝나니까 그 뒤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과연 이 중간 부분을 어떤 내용으로 치워서 결말까지 가져갈 것인가.

 

 그렇게 평소처럼 딱 막다른 길에 부딪치고 말았는데, 이때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쥔공은 처음에 어떤 마을에 어떤 일을 조사하러 갔다가,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잠시 그곳을 떠난 것이니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서 조사를 계속 시켜보자.
 그리고, 같이 엮이게 되는 갸도, 같은 곳에서 뒷정리를 해야 할 테니 다시 그곳으로 보내고. 

 

 거기서 이리저리 꿍짝을 하다보니,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서......
 대충 (분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흐름상으로는) 그럭저럭 위기절정(반전)부에 도착하네?

 

 

 뭐 그런 식으로 약간 궁시렁궁시렁대면서 키보드를 두드렸더니, 네. 
 시작에서 끝까지 일단 등장인물들의 행보가 끊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완성이 됐습니다. 오오. 이럴수가.

 

 평소였다면,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부에 "어떤 사건을 집어넣을까?"를 생각했을 텐데요. 오늘은 아주 우연히 사고가 등장인물에게로 기울어졌습니다. 이 뒤에 있을 "사건"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이 인물은 원래 어떤 일을 하려던 인물이었으니까." 하는 부분에 생각이 스르륵 미쳤지요. 그렇게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인물에게 부여된 설정과 특성에 따라 새로이 집어넣게 될 "사건과 내용"이 알아서 생겨난 것입니다.

 

 오오오. 바로 이것이 "등장인물이 돌아다니는 대로 놔두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이야기는 저절로 굴러간다는 것."인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인물에게 부여한 설정, 특히 직업이나 사건에 휘말리는데 필요한(?) 설정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과 크게 연관 지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상징 혹은 그냥 간판 정도? 그냥 이런 종류의 사건에 끼어드려면 이런 종류의 직업을 갖고 있거나, 이러이러한 사람인 편이 좋겠지. 딱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발단부의 첫 사건을 구상하는 데에도 정말 힘들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이러이러한 사람. 요리요러한 직업을 갖고 고러고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인물이며.
 궁극적으로 이러이러한 사건과 마주하고, 그것을 해결할 것이다.
 그럼 그런 직업이나 특징을 가진 사람이, 요런 사건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늘, "어떤 식의 사건"을 만들어 넣어야 할까에만 집중했을 뿐 인물과 연계시켜서  내용을 짜려고 시도한 적은 없었네요. 그 점은 지금 붙잡고 있는 (대체 몇 년 째 붙잡고 있는지 햇수조차 까먹은) 이 작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사건을 억지고 끼워넣고 인물을 거기에 맞췄는데도 전체 내용을 매끄럽게, 나름 제가 생각했던 그런 내용으로 잘 이끌어진 것 같습니다.

 

 인물에 대해 생각을 하니, 아, 좀 더 이런 내용을 넣어야겠구나 하고 새로새록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들에게 꽤나 정성을 들여서 뒷배경을 만들어주었고, 그 뒷배경들이 이야기 전반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메인플롯에서 너무 벗어나서 딴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좀 더 "애들"을 들여다보고, 걔들이 가진 뭔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건과 내용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번에 훈련을 잘 해 두면, 다음 번 작품을 쓸 때에는 좀 더 익숙해지겠지요. 주로 인물을 먼저 생각하고 작품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뭔가 작업방식의 궁합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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