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소설쓰기와 자작소설

소설작법의 정석은 역시 시놉, 시퀀스, 씬 작성. 그러나, 스토리는 단순하게, 스토리 작성은 자세하게.

하프피프티 2021. 11. 26. 23:50

소설작법의 정석은 역시 시놉, 시퀀스, 씬 작성.
그러나, 스토리는 단순하게, 스토리 작성은 자세하게.

 

작법의 왕도

 


 1. 소설을 쉽게 쓰는 다른 길은 없었다.

 

 

 

 며칠 전 소설 구성을 하다가 짜증이 북받쳐서 그냥 다 집어던졌습니다.
 최근에 스토리와 시퀀스 구분하는 법을 알게 되어서, 시퀀스를 구분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바로 며칠 전에는 5단구성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지, 특히 갈등은 어떤 내용을 집어넣으면 될지를 알게 되었지요. 이 정도면 이제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작법 정보는 다 얻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정작 작품의 플롯을 짜던 저는 짜증이 폭발해서 다 집어던지고 말았지요. 
 

 그 이유는 제가 입수한 정보들을 토대로 플롯을 짜다보니, 도통 글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플롯 - 설정 짜는 것에만 계속 매달려 있게 되면서, 그야말로 설정놀음만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오호라. 아는 것이 많으면 보이는 것이 많은 게 아니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다, 때려 쳐!"
 

 더하기

 "소설 작법의 아주 기본적인 기법만 한두 개 익혀서 그것 위주로 글을 써 보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소설 작법의 정석>이라는 책을 알게 됐습니다.

 

 

 

소설작법의 정석

이 책은 기존의 이론 중심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 가능한 소설 작법을 말하고 있다. 소설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사람마저 책에서 지시를 하는 대로 쓰기만 하면 한 권의

book.naver.com

 

 

 

이 책의 소개를 보면, 소설 작법에 대한 이론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소설 쓰기에 바로 적용가능한 내용이라고 돼 있습니다. 또, 대충 소개문만 봐도 지금까지 제가 알던 소설 쓰는 순서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아는 소설작법은 뭔가 되게 단계를 밟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일단 스토리부터 쫙 써 봐~ 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사실 뭔가 파격적인 내용이 나올 줄 알았지요. 꽉 막혀버린 저의 습작생활에 숨통을 틔워줄 줄 알았습니다.

 

 그랬는데에~.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정작 책에 나온 내용을 보니, 제 머리를 터지게 만들었던 작법과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장편소설의 최소 분량, 원고지 700매, A4용지 100장을 다 채운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가 인터넷에서 배운 시나리오 작법과 똑같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크흑.

 

  1.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쓰고,
  2. 그 스토리를 기승전결의 형태로 나눠준 다음,
  3. 꼭지를 만들고
  4. 삽화를 집어넣는다.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결국에는

 

 1. 시작과 결말까지 다 담은 시놉시스  or 트리트먼트 작성,
 2. 스토리 안에 큼직한 사건별로 시퀀스를 나누고(스토리를 구체화),
 3. 장면 (씬) 생각하기(삽화 넣기)

 

 순서인 셈이죠.

 

 책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쓰던 과정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알고 있던 내용 + 새로 찾는다고 찾은 것이 결국 내가 집어던졌던 그 방법 = 많이 실망스럽더군요. 

 

 결국, 소설을 쉽게 쓰기 위한 지름길, 다른 길은 없던 셈입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니, 꺠닫게 된 것도 있습니다. 그것도, 꽤, 중요한 깨달음이었죠. 

 

 

 2. 깨달음 

 

 

복잡 - 자세&nbsp;


 

 그 1.  처음 작성하는 스토리 = 즉 시놉시스는 최대한 자세하게 써야 한다. 

 

 

 

 

 

 영화의 티저나 소설의 뒷표지 소개를 보면 작품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별로 길지 않지요. 
 소설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시작 - 클라이맥스 - 결말 단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뒷표지의 작품소개를 써 보라고 합니다. 또, 시놉시스를 쓸 때 기승전결을 한 문장씩 쓴 뒤에 그 분량을 늘려서 시놉시스를 쓰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따라 저도 줄거리를 써 봤습니다.
 특히 단계별 한 줄 요약을 늘려서 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되더군요.
 그.러.나.
 그 정도 분량의 대략적인 줄거리로는 시퀀스 나누고 장면 설정할 때 죽을 고생 한다는 것을 이번에 몸소 깨달았습니다.
 제 느낌으로는 시퀀스는 각각의 사건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내용을 짜 줘야지, 시퀀스에 들어갈 장면 하나하나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줄거리가 대충대충임 = 시퀀스가 구체적이지 못하면, 장면도 못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필요한 것은 네 줄짜리 줄거리가 아니라, A4 4장 분량의 줄거리입니다. 괜히 영화 기획서에 시놉시스만 4~5장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매. 프로들이 하는 일에는 다 의미가 있었어. 시퀀스 나누고 장면 설정하기 이전에, 일단 스토리부터 아주 자세하게 써야겠습니다. 

 


 그 2. 내게는 복잡하고 어려운 정보가 너무 많았다.

 

 이  두 번째 깨달음이 제가 "다 집어쳐!"를 외친 만악의 근원입니다. 

 


 5단 구성을 준비하다 보면, 발단 부분에는 주인공을 움직일 사건과 인물의 초목표 - 끝까지 달성해야 하는 궁극의 목표 - 가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저기서 얻은 소설작법에 따르면 이 ‘사건’은 주인공에게는 최악의 사건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개에 들어갈 갈등은, 그 ‘사건’ 때문에 비롯되는 다양한 갈등, 문제상황이라고.

 


 그나마 전개에 들어갈 갈등은 그 설명을 보고 또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만, 발단 부분의 구성요소는 진짜, 사람 머리털 빠지게 만들더군요.

 인물의 초목표.
 주인공에게 최악의 사건.

 

 초목표는 일단, 말이 너무 거창해서 과연 내 글의 주인공의 행보에 초목표가 있는 것인가 확신이 안 섰습니다. 분명히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있지만, 그것을 ‘초목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주인공에게 최악의 사건을 발단에 배치하니, 이런. 발단이 전체 내용의 2/3를 차지하는 것이 아닙니까. 뭐야, 전형적인 형식이긴 하지만, 전개 부분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 않았나? 발단이 이 정도 분량이면, 대체 나머지 분량은 얼마나 되야 하는 거야? 발단 끝나기 얘기 끝나는 건가?

 

 영 의심스러워서, 주인공이 움직인다는 그 사건의 위치를 적당히 조절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상 그 부분의 사건은 주인공에게 최악의 사건이 아니네요. 그래서 다시 주인공에게 최악일 사건을 재설정.

 

 이러다 보니 자세한 스토리를 짜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골격이 되는 덩어리 사건을 생각하는 것에서만 뱅글뱅글 맴돌게 되더군요. 특히나 
5단 구성 중 도입 단계에서 이렇게 골머리를 앓다보니, 머리는 머리대로 아프고 글은 글대로 초반에서 정체돼 있는 느낌이 들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 집어치워!!!”를 시전한 것인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런 요소는 너무 깊이들어간 것이라고 해야 할까,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발단 - 전개에 들어가는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있는데, 거기에 변화가 생긴 정도. 예를 들면 커플이 있는데, 총각 상사가 나타난 것. 뭐, 사랑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저 정도로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뭐, 비행기에 탄 탐정이 살인사건을 만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겠지요.

 

 그 정도로 간결하게 생각해도 된다면, 플롯 구성 왕초보인 저도 부담없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고로, 우선은 단순하게 가 보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케일이 크지 않은 사건의 구성이 소설의 기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 “다 때려쳐!”를 외친 뒤,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만 우선 집중해서 따라하고 싶다고 했었지요. 책의 전체 얼개를 짜는 방법이 시나리오 작법과 똑같아서, “에잇, 이것도 똑같이 복잡하네.”라고 생각해서 살짝 실망했는데, 머리 터지게 복잡하게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제대로 고른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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