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소설쓰기와 자작소설

소설 제목 정하는 순서의 의미

하프피프티 2022. 3. 29. 04:50

소설 제목 정하는 순서의 의미

 

◇  소설의 대제목

 

 간만에 소설과 관련된 글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소설 작법의 정석'이라는 책을 산 뒤, "그래, 일단은 반 페이지 짜리 짧은 줄거리부터 써 보자." 라고 생각해, A4용지 반페이지 분량의 줄거리를 "벌써 몇 달 째" 쓰고 있는 중입니다. 젠장. 내가 무슨 얘기를 쓰고 싶은 것인지 확립이 안 돼 있으니 A4 용지 반 장이든, 손바닥 만한 메모장 한 반 분량이든 줄거리가 안 나오네요.

 

 평일에는 일을 하고 (박봉 프리랜서인 저는 주 6일 근무를 합니다. 주 5일제요? 공휴일? 여름휴가? 그런 건 저하고는 인연이 없는 말입니다. 흑흑), 일요일에만 오롯이 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요. 그것도 이 딴 짓, 저 딴 짓 하다보면 시간이 후떡 지나가서 말이죠.

 

 가뜩이나 글도 안 풀림 → 그러다 보니 자꾸 딴 짓을 하게 됨 → 그만큼 글에 집중할 시간이 없어짐 → 뭐 해 놓은 거 없이 일요일이 가고, 월요일이 다가옴 → 앞서서 뭐 해 놓은 게 없으니, 새삼스럽게 진도를 뺄 꺼리가 없음. 결국 또 글이 안 풀림 → 그러다 보니 (이하 생략).

 

 

 

 이런 악순환이 반복 중입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어찌어찌 또 전체적인 줄거리를 쥐어짜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오, 이제 좀 뭔가 풀리는구나~ 싶었는데요. 또 저의 이 의지를 송두리째 뒤집어버릴 장애물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로바로바로바로!

 

 작품의 제목입니다.
 그것도 각 챕터별 소제목이 아닌, 대제목.
 이른바 작품의 간판이자 아이덴티티.
 크억.

 

 물론 지금 작성하고 있는 글에도 저 나름대로 제목은 지었습니다.
 뭐, 원래부터 소제목은 잘 짓는 편인데, 작품 전체의 타이틀은 참 못 지어서 말이죠.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듭니다. 물론, 지금 붙잡고 있는 작품의 제목도 마찬가지.

 

 그런데, 지난 주말 (그러니까 20일 경) 꽤 괜찮은 어감의 제목을 '발견'했습니다.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은, 몇 년 전에 사용하다가 그냥 잊어버리고 방치한 플롯작성 툴(tool)에서 쓰다가 만 설정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문제의 그 쓰다 만 그것은 지금 제가 붙잡고 있는 이 애증의 작품. 제대로 된 소설로 만들자, 만들자 하면서 붙잡고 있기를 벌써 한 4~5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보통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글이 안 풀리면, 일단 안 풀리는 것은 내려놓고 다른 작품부터 손을 대는데, 전 여기서 물러서면 지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니가 완성되나, 내가 포기하나 어느 쪽이 빠를지 끝장을 보자는 주의로 물고 늘어지는 중입니다.

 

 어쨌든.
 이미 몇 번이고 설정과 스토리를 엎은 작품인지라, 제목도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요. 그렇게 바뀌었던 제목 중 하나를 찾을 수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제목은 해당 설정을 방치하면서 그냥 잊어버렸는데, 음.
 재발견한 처음에는 별로 신경도 안 썼는데, 자꾸 보다보니 왠지 지금 쓰는 작품에 갖다 쓰면 갖다 쓸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한 번 살포시 대제목으로 갖다붙여줘 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또다시 포퐁설정 뒤엎기가 진행 중입니다. 젠장.

 

 ◇ 소설의 제목은 언제 지어야 하는가

 

 제가 언젠가 보았던 작법서에 따르면, 소설의 제목은 집필에 들어갈 때 정해놔야 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만, 내가 쓰려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잊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저도 큰 틀에서 어떤 내용을 쓸지 생각하면, 바로 작품의 제목은 정해두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지난 주에 몇 년 만에 발견한 그 제목입니다.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작품의 제목은 가장 나중에 지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일단 소설부터 다 쓴 다음에, 그 내용에 맞춰서 제목을 지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사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지금의 저처럼, 대체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자꾸 갈피를 못 잡는 사람에게는 제목은 일종의 족쇄와도 같이 작용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작품의 제목은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이 있으면 그 길에서 쉽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이정표 역할을 제대로 해 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너무나도 이정표 역할을 잘 해 주기 때문에 도중에 방향전환을 하기가 힘이 듭니다.
 대충 생각한 내용을 이제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해 주려고 하다보면, 대략적으로 썼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본격적으로 살을 붙이려니 영 거지같을 때가 있습니다. 아니면, "이게 정말로 내가 쓰고 싶은 내용있었던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요. 그럴 때에는 "나는 어떤 내용을 쓰고 싶었던가."를 생각하면서 다시 방향을 잡아보려고 하는데요. 이미 제목이 정해져 있으면 이 방향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존에 생각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 정리될 때도 있는데 말이지요. 제목이 정해져 있으면, 자꾸 그 제목에 맞춰 글의 틀을 잡으려고 합니다.

 

 지금만 해도 1주일 전에 발견해서 새로이 활용해 준 그 제목 때문에, 아주 골이 아픕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을 가져오다보니, 저 자신이 소설의 내용을 자꾸 새로이 발견한 그 제목에서 연상되는 방면으로 자꾸 생각하고 있더군요. 기존의 내용은 B였는데, 새로 발견한 제목과 내용을 맞추면 A가 돼 버린다는 뭐, 그런 상황. 자칫하면, 이거 또 몇 번째인지 모를 설정뒤엎기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중입니다. 원래 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묘하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다보니, 지금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제목은 역시 글을 다 쓰고 붙여야 하는 것인가.
 그게 또 그렇게 단언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제목을 먼저 정하면, 글의 내용이 그 제목에 묶이고 제약당하는 것 같지만, 제목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아예 내가 무슨 얘기를 쓰고 싶은지조차도 발견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지요(이것도 경험담이 있으나, 그 썰을 풀기에는 너무 길기에 패스).

 

 하아.
 과연 제목은 언제 정해서 언제 붙이는 것이 좋을까.
 제목에 휘둘리고 있다보니까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뭐, 지금 저의 이 고뇌는 새로이 붙인 그 제목을, 다시 떼어버리면, 모든 것이 원만하게 풀릴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그 제목을 버리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뭘 했기에 이렇게 애착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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