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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걸릴 줄 알았던 장비병. 망원 줌렌즈 뽐뿌 중

하프피프티 2021. 3. 30. 21:27

 

나는 안 걸릴 줄 알았던 장비병
망원 줌렌즈 뽐뿌 중

 

뭐, 이런 거? 캐논 EF 70-200mm F2 8L USM

 

 

 장비병의 예감이 느껴지는 요즘

 

 제 캐논 800D는 번들 킷입니다. 고로, 바디와 1855mm 번들렌즈가 한쌍으로 돼 있죠. 번들렌즈가 조리개가 좀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광각에서 표준화각까지 두루두루 커버해줘서 꽤 효용성이 큰 렌즈입니다. 사진을 오래 찍으신 분들 중에는 번들렌즈를 좀 낮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만, 반면에 그래도 나쁘지 않은 렌즈라고 쳐주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더군요.

 

 

 

 

 지금도 실력이 고만고만하지만, 카메라를 살 때에는 한층 더 실력이 저만저만했던 제게는 딱 안성맞춤인 렌즈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지만, 대체 어디서 그런 헛바람이 들었는데 카메라를 구입한 초반에는 오히려 단렌즈를 따로 구입해서, 이 단렌즈를 주로 갖고 다녔습니다. 특히, 제가 아직 넓은 배경 찍는 것에는 서툴러서 좁은 화면을 찍다보니 50mm - 크롭변환 75mm짜리를 주로 사용했더랬지요.

 

 

 하지만 바람은 들었을지언정 장비병은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렌즈를 산 것은 밝은 조리개 수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줌렌즈인 번들렌즈보다 렌즈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콤팩트하게 갖고 다니기에 좋을 것 같더군요. 특히, 그 무렵, 정말로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것 같은 유럽여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카메라 짐이 너무 크면 안 될 것 같아서 부피를 줄이려고 단렌즈를 구입한 것이지요. 뭐, 결국에는 세 칸짜리 캐논 정품 카메라 가방을 갖고가고 말았지만요. 훗.

 

 

 그런 제가 요즘에는 장비병이 오려는 것 같습니다.
 망원렌즈가 갖고 싶습니다. 그것도 줌렌즈로. 거기에 조리개 수치까지 밝은 녀석으로, 말임돠.

 

 

  단렌즈가 크기도 작아서 가벼우며, 줌렌즈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조리개가 밝은 렌즈를 살 수 있으며, 아웃포커싱도 더 강하게 나와서 좋긴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화각이 고정되다 보니, 발줌은 필수이죠. 아니면, 다른 화각의 렌즈들을 따로 갖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교환하든가요. 그런데, 일단 발줌은 논외로 치고, 상황에 따라 렌즈를 교환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에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일행이 있을 때에는 아주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죠.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잠깐. 렌즈 좀 바꾸고." 이랬다가는 바로 "사진은 무슨 사진. 때려 쳐!" 이런 소리를 듣기 딱 좋습니다. 덤으로, "찍사로 믿었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을 확률이 매우 크기도 하지요. 

 

 

 그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저 자신도 요즘에는 발줌보다는 전자줌이 더 편리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아졌습니다. 발로 왔다갔다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화각을 넓히고 좁힐 수 있는 줌렌즈는, 참 좋지요. 특히나, 발줌으로는 어떻게 안 되는 경우, 즉, 피사체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거나 더는 물러설 공간이 없을 때에는 진짜, 줌렌즈가 고픕니다. 그러다 보니, 아, 조리개가 밝은 줌렌즈 하나 사서 갖고 있으면, 아주 편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요즘 퍼뜩 퍼뜩, 아무 예고도 없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소복이 피기 시작한 벚나무에서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하필이면 카메라는 물론이요, 휴대전화도 안 갖고 나갔을 때 발견한지라, 어쩔 수 없이 성능이 구리구리한 구형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이건 MP3대신으로 갖고 나감).
 그런데 전 핸드폰 카메라로 확대해서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성능상, 제가 원하는 크기로까지 확대를 하면 이제 이미지가 깨지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또, 핸드폰 카메라로 확대할 수 있는 한계도 있고요. 이번에도 결국 이미지는 노이즈가 자글자글 + 화면 구도는 내가 원하던 것보다 피사체인 새가 작게 나옴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럴 때마다 정말, 그러다 보니, 좀 더 제대로 멀리 있는 것을 확실하게 끌어당길 수 있는 망원렌즈가 고파집니다.

 

벚꽃 가지 위의 새

 - 마음 같아서는 새만 크게 찍고 싶었음. (결국 필요한 때에는 크롭으로 잘라냄).

 

 

 

 가끔 들여다보는(?!) 렌즈 후보군은 역시 캐논.

 

 제 카메라는 캐논 것이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캐논 것만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DSLR 렌즈라면 어댑터를 이용해 타사의 렌즈도 물려서 쓸 수 있지요. 뭐, 니콘은 렌즈만이 아니라 이 어댑터도 조금 비싼 듯 하지만요. 젠장(애증의 니콘). 그런데, 그렇긴 해도 갠적으로는 캐논이 가장 만만한 것 같습니다. 렌즈의 크기도 너무 크지 않고, 화각거리도 너무 망원도, 광각도 아니며, 뭣보다 가격이 그렇게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을 정도로 비싸지가 않은 렌즈군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한때 수동렌즈도 다뤄본 적이 있기 때문에 삼양의 렌즈도 살펴봤는데요. 삼양렌즈는 제가 '그래 이만하면 됐어.'라고 타협을 할 만한 제품이 별로 없었습니다. 화각도 대부분이 광각에서 망원을 커버했고 조리개가 밝은 제품이 많은 만큼 가격이 꽤 세더군요. 세 자릿 수는 기본으로 찍어줌. 뭐, 그만큼 성능이 좋다는 뜻이겠지만요.

 

 그렇지만, 수동렌즈는 전자식 접점이 없어서 초점을 오로지 자신의 눈을 믿고 맞춰야 합니다. 초점링과 조리개를 직접 돌리는 맛이 참 재미있기는 한데, 전 안경을 써도 칼핀을 못 맞추는 삐꾸 눈이라서요 말이죠. 눈으로 초점을 맞추는 일은 어무 어렵더군요. 이 문제는 컨펌칩을 달아주면 해결되지만, 역시나 렌즈 자체가 비싸고 덩치가 커서 선뜻 마음이 가지는 않습니다.

 

 캐논 렌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EF 75~300mm입니다. 훗. 캐논 e스토어 기준으로 269,000원. 그렇지만 사람들 마음이 다 똑같은지 캐논 스토어에는 품절. 그 외에 타협 가능한 금액으로는 비슷한 화각대인 EF 70 - 300mm입니다. 가격은 609,000원.

 

EF 75~300mm F4~5.6 III

 

EF 70~300mm F4-5.6 IS II USM

 

 그런데 왠지 이 금액이면 차라리 EF- S 18-200mm를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광각에서 망원까지 모두 커버되는 이 제품의 가격은 850,000원. 그렇긴 한데, 이것도 품절이네요. 정말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는 다 똑같다는 거.

 

EF-S 18~200mm F3.5-5.6 IS

 

 결국 e 스토어 기준으로 살 수 있는 렌즈는 EF 70 - 300mm가 되겠네요. 크롭바디용 렌즈로 국한한다면, 음, EF-S 55~200mm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화각이 다른 렌즈와 겹치는 구석이 없으니까. 다만, 렌즈는 풀프레임에도 쓸 수 있는 걸 사야 나중에 바디 바꿨을 때 렌즈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EF-S 렌즈는 조금 고민이 되네요.  800D를 졸업한 뒤에도 그냥 계속 크롭바디로 있어부려? (애초에 캐논 800D가 고장 날 때까지 쓰고, 그 뒤에도 계속 사진을 찍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F-S 55~250mm F4-5.6 IS STM

 

 

 그런데 그나마 제 눈에는 싸다고 보이는 캐논 렌즈가 적게는 2~3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까지 올라가는데요.
 오, 이 정도면 그래도 살 만 한데? 라는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처음 카메라를 샀을 때만 해도 30만 원짜리 렌즈를 보고 "히익. 왜 이렇게 비싸?!" 라고 외쳐댔는데 말이죠. 돈을 모아 백 만 원이 넘는 제품을 하나 사 보더니, 금전감각이 많이 대담해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덤으로 간도 부은 것 같음.

 

 아니, 카메라 렌즈도 렌즈이지만, 나, 이제 핸드폰 바꿀 걸 대비해서 아이폰을 살 돈을 모아야 하는데. 쩝.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세상은 넓고 돈 쓸 곳은 많구나(씀씀이가 커진 김에 사진 강의나 집필 강의도 들어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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