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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계열의 만년필 잉크 4종 간단 후기. (그라파이트, 얼그레이, 키리사메, 다빈치 차콜 그레이)

하프피프티 2024. 2. 28. 16:15

 회색계열의 만년필 잉크 4종 간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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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민 그라파이트

 

 회색 잉크를 찾을 때 우연히 가장 먼저 알게 된 잉크.
 회색 잉크의 검색결과에 걸린 제품인데, 정작 잉크는 흑녹색입니다. 누구 말에 따르면 아주 진한 국방색이라고 하는데, 강력하게 동의합니다. 회색 계열의 잉크 중에는 회색에 녹색빛이 감도는 제품들이 있는데, 디아민 그라파이트는 그런 종류의 회녹색이 아니라 그냥 당당한 녹색 계열인 듯 합니다.

 아래에서도 쓰겠지만, 본래 녹색이 도는 회색, 회색이 도는 녹색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산 것도, 녹색이 도는 잉크라는 것은 알면서도 그냥 색이 궁금해서 산 것입니다. 시험삼아 산 것이기에 소분잉크로 샀지요. 
 그런데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던 그 색도, 발색이 옅은 만년필로 써 보니 차분~한 것이 예쁘더군요. 오히려 가장 좋아하는 색에 들어가는 청회색 = 구매한 잉크로 말하자면 세일러 만요 키쿄 or 이조시즈쿠 신카이 = 보다 긴 글을 쓸 때 눈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낼름 30ml짜리 병잉크도 낼름 구입. 내일쫌 도착할 겁니다. 

 

 디아민 얼그레이


 디아민 내에서 회색 계열 잉크를 찾던 중에 발견한 잉크. 그리고 정답이었습니다. 
 색감은 회색에 붉은 빛이 감도는 색. 색이 뚜렷한 편이 처음 쓸 때에는 그레이 같은 회색으로 보이는데, 잉크가 마르고 나면 붉은 기가 물씬 올라옵니다. 그 색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던 회색은 붉은 빛이 도는 회색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뭐, 녹색이 도는 회색은 아예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고.

 

 이로시즈쿠 키리사메 (안개비 or 무우)


 흐름이 좋은 잉크보다는 흐름이 박해서 색이 비교적 선명하게 나오는 잉크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이로시즈쿠는 원래는 논외였습니다. 이로시즈쿠와 파일롯트 만년필이 모두 흐름이 좋기로 유명한 제품들인지라.
 그랬는데, 이로시즈쿠 키리사메가 회색 잉크로 아주 예쁘다는 평을 봐서 말입니다. 마음에 드는 회색잉크 찾는 것이 여의치않아서, 안전장치로서 (잉크 흐름은 일단 생각지 않고) 이로시즈쿠 키리사메를 구입했습니다. 색은 디아민 얼그레이와 거의 비슷한 정도. 이쪽도 쓸 때에는 회색이지만, 잉크가 마르고 나면 붉은 기가 은은하게 올라옵니다. 흐름이 좋은 잉크라 그런지 발색은 디아민 얼그레이보다 조금 흐립니다. 그 색을 두고 혹자는 연필로 쓴 것 같은 느낌이 난다고.

 선명한 검은색으로 필기를 하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대비가 참 멋집니다.
 그렇긴 한데, 어떨 때에는 다소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글씨가 눈으로 날아들어오는 느낌이라. 연필은 그런 점이 좀 덜하죠. 연한 회색 잉크는 연필이나 먹과 비슷한 느낌이라, 눈에 부담이 덜할 것 같습니다.
 

 다빈치 차콜그레이.


 처음에는 거의 그레이에 가까운 회색으로 보이지만, 잉크가 마르면 살짝 녹색빛이 올라옵니다. 그 정도가 희미~해서 누런빛이 좀 감도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 색입니다. 굳이 고집하는 색감이 없다면, 비교적 뚜렷한 연그레이(?)로 쓰기엔 좋을 것 같습니다. 진한 회색을 쓰고 싶다, 라면 (다른 잉크 찾는 것도 힘겨우니) 그냥 이 잉크를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칼리버스의 언더 더 쉐도우나, 디아민의 그레이의 색감이 좀 궁금하긴 하지만요(조만간에 또 지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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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를 살 때, 나는 장비빨은 세우지 않을 거다, 라고 거의 확신했습니다.
 이제 막 사진 찍는 법을 공부하면서 카메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크고! 비싼! 그런 렌즈는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카메라 본체도 크롭바디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더군요. 휴대성에서 DSLR보다 얇고 가벼운 미러리스도 하나 있으면 좋겠고, 성능에서는 역시 풀프레임이 좋을 것 같으며, 렌즈는 망원렌즈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긴 한데,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한계가 있으니, 적당히 망원렌즈를 구형으로 저렴하게 하나 구입한 선에서 끝냈습니다.

 

 만년필도, 몇 년 간 안 쓰던 것을 다시 꺼내 쓰면서 "나는 색 놀이를 하지는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필사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일기를 쓰거나, 아이디어를 끄적이는데 쓸 거라 말이죠. 일기는 그나마 보관이라도 하지, 아이디어 쪽지는 정리가 끝나면 전자문서로 옮기고 종이는 다 버려버립니다(!). 그런 소모품에 굳이 비싸고 예쁜 잉크를 쓸 필요는 없을 거다, 그리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일이란 한치 앞도 모르는 법입니다.
 처음에는 약간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만 녹색, 바이올릿, 하늘색을 구입했는데, 점점 사들이는 잉크의 색상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이나 색상 등을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디아민 잉크에 적당히 자리를 잡을 것 같은데, 디아민 잉크가 색놀이 하기에는 딱 좋다는 평이 있다는 것. 젠장. 나는,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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