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깍지를 위해 파버카스텔
퍼펙트펜슬 1829를 구매한 이야기
◈ 끝과 끝은 통한다
지난 주, 짧아진 연필을 위해 저렴한 연필깍지를 구매했습니다.
그때 산 제품은 연필을 끼워넣고, 그립부분을 조여줘서 고정을 하는 구조로, 딱히 이름 있는 브랜드의 제품은 아니었습니다. 딱 기능적이고, 색깔도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서 구매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파버카스텔 사에서 나온 연필깍지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산 제품과는 다르게 그냥 알루미늄 원통 형태로, 연필을 꾹꾹 밀어넣어서 사용하는 형태였지요. 느낌상, 연필에 힘을 많이 가하게 되는 필기용도보다는 데생이나 드로잉 (즉, 미술) 용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연필을 필기에 사용하는 저한테는 안 맞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이 제품은 그냥 패스하려고 했는데, 젠장.
색감이 느무느무 예쁘다.
무광의 펄그린에, 금색으로 파버카스텔 로고가 새겨진 것이 한눈에 와서 콕 박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침 가격도 매우 저렴하기에, 그냥 미친 척 하고 충동구매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파버카스텔의 연필깍지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파버카스텔의 "퍼펙트 펜슬"이라는 것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중간과정에, 어머, 이 연필은 뭐야~ 예쁘다~ or 어머, 이 회사 연필은 어떤 느낌일까~? 라면서 연필도 충동구매한 것은 안 비밀입니다).
파버카스텔 사의 퍼펙트펜슬은 연필과 연필캡, 그리고 연필깍이가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 상품입니다. 연필캡에 연필깍이가 내장되어 있어서, 연필심을 보호하면서 연필을 갖고 다닐 수 있으며 언제어디서든지 연필을 깎아 쓸 수 있다는 것이 세일즈포인트인 상품이지요. 그래서인지 실제로, 후기에는 겉모습이 정말로 멋지다는 말도 있었지만, 성능적인 면에서 만족하는 글들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저 자신은, 처음에는 퍼펙트펜슬에 약간 시큰둥했습니다.
연필캡이야, 투명한 플라스틱캡을 씌워놨음 + 필통에 넣고 다니면 별 문제 안 됨.
연필깍이야, 마침 딱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미니미 연필깍이 (이것도 파버카스텔 꺼)이 있으니 필요하면 그걸 갖고 다니면 됨.
그리고, 뭣보다, 가격이 싸지 않음.
뭐, 그래서 처음에는 별로 안중에도 없었는데,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볼펜 뚜껑처럼 생긴(?) 연필캡을 연필 뒤꽁무니에 끼우면, 연필깍지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퍼펙트펜슬을 검색하다가 읽게 된 후기에서 퍼펙트펜슬을 연필깍지로 쓰기 위해서 구매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은 파버카스펠 퍼펙트펜슬 중 가장 고급형인 그라폰을 구입했는데(인터넷에서 본 가격만 3~40만 원), 일반 카스텔 9000을 꽂아보니 약간 헐겁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실사요을 하려면 저렴한 카스텔 9000 퍼펙트펜슬을 사서 쓰는 게 좋겠다고.
그 말인 즉슨, 충분히 연필깍지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뜻일 터.
특히 연필캡이 플라스틱으로 된 (그래서 무게가 매우 가벼울 것으로 생각되는) 카스텔 9000 퍼펙트펜슬도 쓸만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듦.
잘 생각해 보면, 비록 연필캡의 재질은 플라스틱이지만 그 안에 쇠로 된 연필깍이가 들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음. 왠지~ 성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약 연필캡을 연필깍지로 쓸 수 있다면, 힘들고 불편하게 연필깍지를 일부러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그립이 달린 형태의 연필깍지는 솔직히 두께는 두꺼운 편입니다. 갖고 다니기에는 덩치가 조금 신경 쓰이는 편).
마침, 퍼펙트펜슬에는 카스텔 9000 퍼펙트펜슬보다 많이 저렴한 퍼펙트펜슬 1829가 있었습니다. 시험해 보기에는 딱 좋을 것 같아서 일단은 퍼펙트펜슬 1829를 사 보았습니다.
◈ 파버카스텔 퍼펙트펜슬 1829
- 파버카스텔 퍼펙트펜슬 1829 클랙식 색상-
파버카스텔 퍼펙트펜슬 1829는 클래식 색상 3가지와 파스텔 색상 3가지, 총 6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전 파스텔 색보다는 클래식 색이 더 마음에 들어서 클래식 색으로 골랐습니다. 참고로, 인터넷상에서는 색깔 자체를 고를 수는 없습니다. 다 랜덤으로 발송하다고 돼 있어서. 그래서 클래식색만 파는 업체를 골라서 구입……. 깔맞춰서 온 것도 의도한 것이 아닙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 녀석, 꽤 쓸만합니다.
일단, 기본으로 들어있는 연필 자체는 원형입니다만, 대부분의 연필과 호환이 됩니다.
다른 퍼펙트펜슬들의 연필이 육각형이라 설마 연필이 원통형일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요(사진을 봤어도 연필은 안 봤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되게 당황했습니다. 제가 가진 연필들도 끼워서 쓰려고 생각했는데, 제 연필은 모두 육각형이거든요. 그래서 설마 육각연필은 안 되는 거……? 이렇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육각연필도 잘 들어가더군요.
연필깍지로서의 기능도 기대할 만합니다.
연필캡의 재질은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이지만, 제가 생각했듯이 안에 내장된 연필깍이때문에 무게가 느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연필 꽁다리에 꼬옥 끼워보니까 묵직~하게 뒤쪽으로 무게가 실려주더군요. 훗훗훗.
또, 연필 뒤꽁무니에 끼울 때에도, 개인적으로는 지우개가 딸려있는 기본연필보다 지우개 없는 육각연필이 더 부드럽게 들어가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연필캡은 내부에 고무나 실리콘으로 보이는 링 같은 것이 있어서, 연필을 끼워넣으면 그것으로 꼬옥 잡아주게끔 되어 있습니다). 제 연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카스텔 9000과 마스루모그라프 100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우 기쁩니다.
(다만, 아주 짧아진 몽당연필에도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일반연필깍지보다는 길이가 짧기 때문에, 연필까지 극도로 짧아지면 손에 채 다 안 잡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렴한 라인의 퍼펙트펜슬도 이 정도로 만족스러다보니까, 그렇다면 조금 더 비싼 제품들도 충분히 쓸만하지 않을까 (다른 말로는 사 보고 싶다) 하는 생각도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가격면에서도 부담없고, 리필연필 걱정이 없는(?) 파버카스텔 9000 퍼펙트 펜슬이 제일 무난합니다, 만. 솔직히 생긴 것은 UFO가 더 마음에 듭니다. 바깥쪽으로 곡선을 그리는 파버카스텔 9000 퍼펙트펜슬은 그 실루엣이 영~ 영~
아예 플렉스를 하든가, 아니면 아예 가성비 좋은 방향으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젠장. 글 쓰면서 확인하느라 그라폰을 자꾸 들여다봤더니, 새삼 예뻐보이네요. 너무 비싸서, 당분간 내 인생에 너는 없다~ 했는데 말이죠. 쓰읍.
'취미 > 필기구ㅇ문방구ㅇ글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색계열의 만년필 잉크 4종 간단 후기. (그라파이트, 얼그레이, 키리사메, 다빈치 차콜 그레이) (0) | 2024.02.28 |
---|---|
저렴한 만년필로, 어렵지 않게 써 보는 일기 (다이소, 모나미, 플레피 만년필) (2) | 2023.06.13 |
몽당연필을 위한 연필깍지(펜슬홀더)에 꽂혀 구매한 이야기 (1) (2) | 2023.03.15 |
글씨 예쁘게 쓰는 법 연습 중 (0) | 2023.03.07 |
연필로 글씨 쓸 때 편하게 잡게 해 주는 펜그립 - 다이소 파스텔 펜그립 (1) | 2021.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