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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글씨 쓸 때 편하게 잡게 해 주는 펜그립 - 다이소 파스텔 펜그립

하프피프티 2021. 9. 7. 04:44

 

연필로 글씨 쓸 때 편하게 잡게 해 주는 펜그립
다이소 파스텔 펜그립 

 

다이소 펜그립

 

 

 1. 범람하던 애플펜슬 커버 액세서리들의 존재의의

 


 올 2월. 오빠에게 물려받은 아이패드 2세대( 에어가 아님)에서 졸업하고 아이패드 프로 11형 2세대를 들여왔습니다.
 그러면서 폴리오 키보드와 아이패드용 디지털 펜슬(호환품)을 같이 샀습니다. 정품을 사지 않은 이유는 솔직히, 저도 제 글씨가 워낙 마음에 안 드는지라 애플펜슬로 손글씨를 쓸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펜슬이 땡기기는 하는데 효용성은 떨어질 것 같고. 얼마나 쓸지도 모르는 물건을 1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기에는 좀 아깝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도 나름 준수하다는 물건을 찾아찾아 구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애플펜슬과 관련된 검색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애플펜슬 커버케이스가 그렇게 많이 검색되더군요.  펜슬을 완전히 덮는 형태라, 하마터면 그것이 애플펜슬인 줄 알고 덤벼들 뻔한 저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곧 커버 액세서리라는 것을 알고 췟, 하고 욕 한 번 해주곤 했습니다.

 

 그때에는 대체 왜 이렇게 애플펜슬 관련 액세서리가 많은가 의구심을 가졌는데, 실제로 디지털 펜을 쥐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애플펜슬 2세대는 아이패드에 붙일 수 있게 되어서 한쪽 면이 평평했지만, 1세대와 그리고 호환품인 제 펜슬은, 뚱그렇습니다. 그 결과, 적어도 제 펜슬은 그립감이 별로, 좋지를 못합니다. 가뜩이나 재질 자체가 매끈매끈한 재질인데, 거기에 둥그렇기까지 해. 그나마 원래 쓰던 손인 오른손은 악력이라도 좋아서 어찌어찌 붙들고 있는데, 손목을 다친 오른손을 대신해 필기를 비롯한 잡다한 일을 떠맡은 왼손은 그 힘마저 약한 편이라, 펜슬이 손안에서 빙글빙글 돕니다. 제대로 잡을 수가 없더군요. 연필의 육각모형처럼 모서리를 만들어주든가, 펜에서 손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뭔가의 방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커버 액세서리들이 그 그립감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이유도 있으리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습니다. 오리지널 연필을 비롯해, 자고로 필기구에는 펜그립이 있어야 손이 편한 것 같습니다. 대체 왜 이 사실을 이제야 깨우쳤는지 원.

 

 

 2. 의외로 손이 편한 (다이소 파스텔) 애벌레 펜그립

 

 

 

 

 아직 연필 잡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아이들 글씨 교정을 위해 연필교정기를 찾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연필을 바르게 잡을 수 있도록 손가락 위치를 강제적으로 잡아주는 도구였는데요. 하여간에, 당시 글씨교정 안 되는 원인을 연필을 제대로 잡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저 역시 그 도구의 힘을 빌려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어머니와 함께 외출했을 때, 옆동네(라고는 하지만 늘 걸어서 다니는 곳) 다이소에 가서 연필교정기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저희 동네 다이소에는 연필교정기는 없었습니다. 대신 펜그립은 있었습니다. 그립감을 좋게 해서 손가락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것이랍니다.

 

다이소 파스텔 펜그립

 

 생김새가 울룽불룽한 것이 비록 애벌레처럼 생기기는 했으나, 그래도 연필잡는 자세를 보조해주는 교정기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연필을 잡는 것과 관련된 도구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이왕 들어간 김에 그냥 하나를 사 와 봤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연필에 끼워서 이리 쥐고 저리 쥐어 본 결과.
 역시 제가 원하던
교정기가 아닌 듯 했습니다. 이건, 그냥, 완충제닷!

 

 

 처음에는 무척 실망을 했습니다.
 애초에 연필을 제대로 잡는 법도 잘 모르겠음 → 글씨가 영 안 고쳐짐 + 연필 잡는 법,글씨 연습을 하는 법 하다가 둘째 손가락 관절도 나갔음 = 요즘 영 글씨 쓰고 싶은 맛이 안 났는데, 글씨를 오래 써도 손이 아프지 않게 해 주는 도구라니! 단계를 너무 나아간 것 같았습니다. 일단은 예쁜 글씨를 쓸 수 있게 해 줘야지!

 

 

 어쨌든, 그래도 사 온 것이니 일단 평소 사용하는 연필에는 꽂아두기는 했습니다만, 뭐, 별로 대단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는.


 

 연필을 바르게 잡은 자세는, 밑에서 바라보았을 때 엄지, 검지, 중지가 삼각형(◁ )을 이루는 자세라고 합니다.  
 그 점에 유의하며 연필을 쥐니, 손가락도 편하고 뭣보다 엄지에 힘을 넣기가 좋았습니다. 중지는 펜을 걸치는 역할, 검지는 펜을 잡는 역할을 하고, 엄지가 펜을 밀어서 글씨를 쓸 수 있게 해 준다고 하더군요. 왼손잡이들이 거울에 비치듯이 글자를 거꾸로 쓰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오른손으로 평범하게 글씨를 써 보면 엄지로 펜을 밀어주던데요, 왼손으로도 엄지에 힘을 주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어주니 매일 흔들리던 가로획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왔습니다.
 트라이앵글 각도를 유지하자(?), 왼손으로도 엄지에 힘이 잘 들어가서 글씨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제 손꾸락)을 그렇게 괴롭게 했던 연필잡는 법은 대충 깨우쳤고, 도통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글씨체도 글씨체를 바르게 적는 법을 알자 조금씩 예전의 글씨체와는 다른 글씨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새로 고치고 있는 글씨체가 더 예쁜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그래서 굳이 연필교정기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펜슬그립의 효용성이 올라갔습니다.

 

 전 원래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왼손보다는 오른손의 악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비록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할 수 있어도 가끔은 힘에 부쳐서 손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왼손 둘째 손가락의 관절에 통증이 생겨서 손가락을 많이 구부리질 못합니다. 제1관절을 꽉 구부리면 제2관절의 근육이나 힘줄 같은 것이 쫘아악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면서 너무너무 아프지요.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손가락 끝을 많이 구부리지 않는데, 이게 펜을 잡을 때에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고정이 잘 아니됨).

 

 특히 연필은 타 필기구에 비해 가느다랗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더 강하게 오무릴 수 밖에 없지요. 이른바 브랜드품의 연필, 스테들러나 카버파스텔의 연필들은 그나마 (인체공학적 디자인 덕분인가) 저렴한 제품이라도 손가락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만. 그래도 손가락을 요렇~게 모아야 하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맨 연필을 잡을 때 손가락 오무리는 정도

 

 그때, 다이소의 펜그립을 끼워줬더니 손가락에 걸리는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습니다.
 다이소 펜그립은 말랑말랑한 스폰지 같은 재질로 울룽불룽한 형태(애벌레 형태)로 돼 있어서, 불륨감이 꽤 나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이소 펜그립을 연필에 끼우고 연필을 쥐면, 펜그립의 부피만큼 손가락을 덜 오무려도 되지요.

  요렇게 말입니다. ↓

펜그립을 끼우고 연필을 쥐었을 때 손가락 오무리는 정도

 

 또, 말랑말랑해서 딱딱한 연필을 쥐고 있을 때보다 손가락 자체도 덜 아픈 편입니다. 
 특히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연필들은 디자인상 육각의 모서리에 둘째손가락이 올라갑니다. 각이 진 부분을 손가락 면이 누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상태로 오래 필기를 하면 손가락에는 깊은 홈이 파이고 손가락, 손, 연필을 잡는 법에 따라서는 손목와 팔까지 아파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이 몽실몽실 폭신폭신 펜슬그립을 끼워주면, 적어도 맨몸일때보다는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듭니다.

 

 실제로, 팔로미노의 연필에 다이소 파스텔 펜그립을 끼워주고 몇 시간 동안이나 글을 썼는데요.팔로미노 연필이 그냥 쥐어도 손이 편한 만큼, 펜그립을 끼우자 손과 손가락이 하나도 안 아팠습니다. 다친 손가락 관절에의 부담도 많지 않았지요. 학생 때 같으면 (악력이 더 좋은 오른손을 썼음에도) 이미 손이 뻐근해서 몇 번을 털어도 털었을 텐데, 대단한 상승효과입니다.

 

 

 다만, 저렴한 연필들은 연필 육각의 각도가 미묘하게 다른 탓에 브랜드의 연필들만큼 완전히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펜슬그립을 안 끼웠을 때보다는 훨씬 편하지만요.

 

 

 펜그립, 좋습니다.
 이미 시작부분에서 말했지만,  왜 애플펜슬의 액세서리로 고무나 실리콘으로 돼서 펜슬 전체를 감싸주는 도구가 있었는지 이제 이해가 갔습니다.

 

 안 그래도 EBS 왕초보영어의 강의공책을 연필로 작성할까, 지금까지대로 볼펜으로 작성할까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랬는데, 며칠 전에 볼펜으로 다시 써 보고, 글씨 연습하기에 볼펜은 너무 미끄러움 + 그 결과, 다친 손가락 관절에 과도한 힘이 가해짐 = 연필로 계속 필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때에는 일반 브랜드의 저렴이 연필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이왕 연필로 필기하는 거 좋은 연필로 필기하면 훨씬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연필들은 제가 노트에는 오래 적어두지 않을 것을 전제로(=바로 디지털 문서로 옮길 예정) 짙은 심을 샀습니다. 공책에 두고두고 적어둘 내용을 필기할 때에는 옅은 심이 좋은 것 같은데, 마침 저렴한 연필 중에 H의 옅은 심이 있어서요. 펜슬그립의 힘을 빌려서 쩌리가 돼 버릴 뻔한 저렴이 연필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결코 공부 따위에(!) 내 소중한 비싼 연필들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름 있는 제조사의 연필들은 아주 얄싸한 느낌인데, 일반 연필들은 그보다는 조금 굵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로 더 굵은 것인지, 아니면 육각의 각도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팔로미노 연필에는 쏘옥~ 들어가는 펜그립이 모닝글로리 연필에는 꾹꾹 우겨넣어야 겨우 들어가더군요.

 

  펜그립의 사용설명에 따르면, 끼우기 전에 핸드크림 같은 윤활제를 발라서 끼우면 매끄럽게 들어간다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바세린을 한 번 발라서 끼워봤더니, 오. 쏙~ 잘 미끄러져 들어가네요. 진짜, 윤활유를 바르니까 엄청 잘 들어갔습니다.

 

 

 

1. 가장 아래쪽이 팔로미노 포레스트 초이스
2. 중간이 모닝글로리 연필
3. 가장 위쪽이 이름도 없는 ㅆㄱ ㄹ 연필.

 

1번 팔로미노는 펜슬그립을 그냥 끼워도 쏙 들어간 반면 2, 3번 연필은 꾹꾹 밀어넣어야 겨우 펜슬그립이 들어감. 그 중 3번 연필은 필통 속에서 오래 구르느라 겉이 많이 헤져서 아까워 할 이유가 없는지라, 바로 바셀린 치덕치덕. 덕분에 쏘옥 잘 들어갔습니다.

 

 

 3.​ 그러나, 같은 펜이라도 아이패드용 펜슬에는 활용할 수 없었다.

 

 펜그립이 펜을 쥐는데 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제 아이패드 호환펜슬에 적용해 보려고 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다이소의 애벌레, 아니 파스텔 펜그립을 애플펜슬에 끼웠더니 아주 좋더라는 글을 봐서요. 제 아이패드 펜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ESR 아이패드 호환 디지털 펜슬과 다이소 애벌레 펜그립

 

 그런데 정작 끼워보려고 두 개를 나란히 들어보니, 이런.
 제
아이패드 호환 ESR 펜슬이 일반 연필들보다 많이, 아주 많이, 두껍더군요. 당연히 펜그립도 그냥은 안 들어갑니다. 연필은 그나마 반 정도는 들어가고 반 정도 걸치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아예 입구에서부터 막혔습니다. 위에서 애플정품펜슬에 다이소 애벌레 펜그립을 끼운 사람도 결국 핸드크림인지를 발라줘서 (그것도 펜슬 전체에) 끼워넣었는데요. 전 비싼 아이패드 액세서리에 차마 핸드크림이나 바세린은 못 바르겠더군요. 으아~ 이 매끈매끈한 표면에 어떻게 로션이나 화장품을 발라~!!!

ㅇESR 아이패드 호환 디지털 펜슬과 다이소 애벌레 펜그립

 

 

 게다가, 이건 생각도 못했던 것인데 제 펜은 ON/OFF가 되는 타입니다. 펜슬의 1/3 지점의 몸통에 전원버튼이 있어서 이걸 눌러서 껐다 켜면 됩니다. 그런데, 그 위치가 펜그립을 끼우면 가려지는 위치입니다. 뜨얼. 펜슬을 늘상 패드에 연결해 놓는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전 안 쓸 때에는 펜슬의 전원을 꺼 둡니다. 그런데 펜그립을 끼우면 ON/OFF가 불가능해진다. ON이든 OFF든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

 

 

 젠장.
 안 그래도 둥그런 원통형 + 직경이 큰 편 + 왼손은 악력이 약한 편 = 쥘 때마다 손에서 빙글빙글 돌아서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템을 입수했는데, 쓸 수가 없다. 
아무래도 제 ESR 호환펜슬은 펜그립과는 연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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