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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스 닙 6종 세트 후기(스테노, 리꼴리에르, 시토파인, 펜네, 엑스트라 파인, 미디엄 소프트)

하프피프티 2024. 5. 3. 06:04

브라우스 닙 6종 세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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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펜촉


 작년 6월 무렵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뒤로, 일기를 쓸 때에는 만년필, 아이디어를 끄적일 때에는 연필을 사용했습니다. 필체교정 때문에 연필을 쓰고 있었는데, 일기는 아무래도 지워지지 말라고 펜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예전에 한참 재미있게 쓰다가 넣어둔 만년필을 꺼낸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만년필 외에도 딥펜도 같이 샀다는 거.
 똑같이 잉크를 사용하는 필기구이다보니 시선을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필기감이 부드러운 만년필에 비해, 정말 종이를 긁으면서 쓰는 딥펜은 필기감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파커 큉크 잉크병 세 통을 작살낸 뒤 만년필을 정리해 놓을 때 딥펜도 같이 고~이 보관해 주었습니다. 뭐, 펜대는 막 굴리다가 결국 어디에 놨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건 덤입니다.

 

 만년필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딥펜에 대한 호기심도 같이 발동해서요.
 없어져버린 펜대를 대신해 새 펜대를 구입, 써 봤는데요. 웬걸. 만년필 쓰는데 좀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잉크가 달라져서 그런 건지 딥펜도 꽤 괜찮은 필기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딥펜으로 쓴 글씨 특유의 그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요. 주로 사용하는 검은색 잉크는 딥펜으로 갈아탔습니다.

 

 이렇게 딥펜에 정착을 하다보니, 이젠 펜촉 = 닙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닙은 브라우스 65B 닙인 리꼴리에르인데, 요 녀석, 벌써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스테노 = 블루펌킨 닙도 있는데, 이것 역시 색 때문에 눈에 확 띄지는 않아도 변색이 좀 일어났습니다.

 

 딥펜의 닙은 소모품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색깔이 변한 것 외에는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지만 (실사용 기간도 한 달이 채 될까 싶을 정도임), 교체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본래 뭐가 됐든 쟁여두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상, 예비닙을(미리부터) 쟁여놓기로 했습니다.

 

 브라우스 6종 펜촉 세트

 

 처음에는 입문자들에게 널리 쓰이는 스테노(블루펌킨)과 제가 즐겨쓰는 리꼴리에르, 그리고 또 (남의 말에 호기심이 동해 구입해 본) 닛코 G펜을 두어 개 씩 사 둘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달라서 그런지, 한 곳에서 모두 다 살 수는 없더군요. 그나마 스테노 - G펜 조합은 많이들 팔던데, 리꼴리에르 - G펜 조합은 뵈질 않음. 에잉. 굳이 골라야 한다면 난 스테노보다는 리꼴리에르 쪽이 더 마음에 드는데.

 

 그러던 중에 G펜은 리꼴리에르와 비슷하게 가느다란 선을 그릴 수 있어서, 그냥 리꼴리에르로 퉁쳤습니다. 그런 결과, 브랜드는 브라우스로 통일되었는데, 마침 브라우스 닙 6종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세트가 있었습니다. 6종 중 모르는 게 4가지나 되어서 타 블로거의 후기를 바탕으로 판단, 결국 이 세트를 사보기로 했습니다.

 

 -  (사진 가장 오른쪽) 미디엄 소프트, 엑스트라 파인, 펜네, 시토파인, 리꼴리에르, 스테노(사진 가장 왼쪽)

 

 만년필, 딥펜을 취급하는 스마트스토어에서도 살 수 있지만, 쿠팡에서도 세트 상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배송비가 안 붙는다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저렴하지만, 쿠팡 와우회원이라면 쿠팡이 더 쌉니다. 저희 집은 후자라서, 쿠팡에서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미디엄 소프트
 (사용잉크 펠리칸 4001 브릴리언트 블랙)

 

  매우 작은 닙입니다. 6종 세트에서는 가장 작은 닙.
 정말 작고 끝이 뾰족해서 종이를 긁고 지나가는 딥펜 특유의 거친 필기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진짜 바늘로 책상을 긁는 느낌. 리꼴리에르와 비슷하면서 더 가늘고 세밀하게 써지는 느낌입니다. 리꼴리에르 사용하는데 익숙하다면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준점인 리꼴리에르

 

 미디어 소프트 글씨 굵기 차이

 

 엑스트라 파인
 (사용잉크 펠리칸 4001 브릴리언트 블랙)

 

 미디어 소프트와 함께 세트 안에서 작은 닙을 대표하는 닙.
 작은 주제에 연성은 꽤 좋아서 말입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닙의 슬릿이 벌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필기감도 매끄럽습니다. 숟가락처럼 옴폭 들어간 형태 덕분에 잉크 저장량도 좋은 편이라 (잉크가 윤활제가 되어) 부드럽게 잘 써집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콘트롤하기가 좀 힘듭니다. 닙이 작아서 그냥 눌러 썼다가는 부러질 것 같아서 힘을 빼고 쓰다가, 그게 힘들어서 다시 눌러 쓰고.  덕분에 글씨 굵기가 유달리 들쑥날쑥 합니다.

 

 

 

 시토파인
(사용잉크 펠리칸 4001 브릴리언트 블랙)

 

 닙의 끝부분, 만년필에서는 팁이라 부르는 부분이 동그랗게 되어 있는 닙입니다.
 그 때문에 생김새가 만년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필기감도 비슷합니다. 심지어는 선 굵기가 거의 균일하다는 점마저도 비슷합니다. 선 굵기는 미디엄 소프트와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흐름이 박한 잉크를 쓴다면 EF, 묽다 싶은 잉크를 쓰면 F 정도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쓰기에는 편할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전 그 매끄러운 필기감이 고역입니다. 악력이 약해서인지 펜을 쥐고 있는 것 자체도 약간 힘이 드는데, 거기에 펜끝까지 미끄러우면 글씨가 덩달아 미끄러집니다. 제가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글씨가 제 손과 팔을 움직이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펜네

 

시토파인과 함께 펜촉이 동그랗게 되어 있는 닙입니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인 인상이 시토파인과 비슷합니다. 필기감도 만년필처럼 부드럽고, 선 굵기도 균일하게 나옵니다. 선 굵기는 M 이상일 듯.

 

그런데 제가 못 다루는 것인지, 흐름이 박한 잉크로는 도저~히. 도무~지, 전~혀, 펜에 잉크를 묻힐 수가 없었습니다. 참다참다 못해 스포이드로 잉크를 빨아들여 직접 닙 위에 올려주면 말이지요. 탱글탱글 젤리 같은 잉크들이 밑으로 안 내려옵니다! 위에 그냥 뭉쳐있어서, 저장공간에 잉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글씨가 안 나와!!!!!

 

 펠리칸 잉크는 잉크 흐름이 박하고 점도도 높은 편이라, 글씨를 썼을 때 잉크의 번짐이 거의 없고 색이 진하게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만년필에 넣어 써 봤을 때에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랬는데, 딥펜, 적어도 펜네에는 쓸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을 씨름하다가 포기하고, 심지어 흐름이 좋은 편이라는 파커 큉크 잉크, 모나미 달빛 머금은 강가(?)를 동원했는데, 말을 안 듣기는 이쪽도 마찬가지. 잉크를 닙으로 퍼올리려고 하면, (달걀 흰자처럼) 자꾸 닙에서 미끄러져서 제대로 안 퍼지고. 스포이드로 방울방울 떨어뜨려주면, 위쪽에 뭉쳐서 팁으로는 안 내려오고.

 

 그나마 디아민 그라파이트를 동원하니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로는 잉크를 머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펜네 자체가 워낙 선이 굵게 그어지는 닙이라서 말입니다. 즉, 잉크소모가 심해 닙에 잉크를 되게 자주 채워줘야 하더군요.
 

 묽은 잉크를 쓰면 닙에 잉크를 올려주기 편합니다만, 대신에 글씨가 꽤 굵게 나옴 + 그만큼 펜이 부드럽게 나감 = 글씨도 뭉개지는데 글씨 두께마저도 두꺼움. 글씨가 되게 안 예뻐집니다. 저 자신만 놓고 본다면, 과연 이 닙으로 예쁜 글씨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닙입니다.

 

 

 

 펠리칸, 파커 큉크, 모나미 검정 잉크를 포기하고 디아민 그라파이트로 겨우 쓴 내용.
 글씨가 끊어진 것은 닙에 퍼올린 잉크가 너무 금방 소모되었기 때문.

 

     묽은 잉크를 쓰면 이 정도 두께로 쓰여진다.

  

간단요약.

 

 미디엄 소프트 : 리꼴리에르의 하위호환. 펜끝이 종이를 긁는 저항이 강하며 선이 매우 가늘게 나옴.

 

 엑스트라 파인 : 크기는 리꼴리에르보다 작으면서도 슬릿은 리꼴리에르보다 잘 벌어짐. 힘을 주면 리꼴리에르보다 선이 굵어짐.

 

시토파인 : 선이 가늘고 균일하며 필기감이 매끄러움.

 

 펜네 : 내가 썼을 때 기준으로 묽은 잉크 추천(흐름이 박한 잉크를 쓰면 아예 닙이 아예 잉크를 안 받아들임). 선이 굵고 균일하며 필기감이 매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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