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재태크/우리나라 돈 외국 돈

3월 13일. 체감상 처음 겪어보는 주가지수와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

하프피프티 2020. 3. 14. 02:08
2020년 피의 목요일

 지난 한 주는 전 세계적으로 월요일부터 격동의 한 주였습니다.

 9일은 우리나라 증시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더니, 한 나절 늦게 찾아온 미국에서는 뉴욕증시가 대규모로 폭락하면서 모든 주식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검은 월요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틀 지난 수요일에는 정부 당국의 정책이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자 좀 반등한다 싶던 증시들이 다시 하락. 그리고 우리나라 시간으로12일에는 WHO의 펜데믹 선언과 함께 미국이 유럽에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아침부터 증시와 환시가 요동, 어떤 딜러의 표현에 따르면 "피의 목요일"을 소환했지요.

 이에 덤으로 현지 시간으로 12일, 우리나라 시간으로 13일 새벽에는 미국 증시가 또 서킷 브레이커가 걸릴 정도의 고강도 스카이 다이빙을 시도했습니다. 그것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팔다리를 몸에 착 붙이고 떨어져 내리는 형태의. 덕분에 13일, 우리나라의 코스피도 장 개장과 동시에 8%가 하락했습니다. 전날 지수하락으로 1850선에 있던 코스피는 1750을 간단히 깨고 1700선까지 하향돌파, 순간적이나마 1680선까지 내려갔습니다. 이에 증권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증시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환율도 대거 상승했습니다.
 원달러는 전일비 8.5원 오른 1215원에 거래를 시작해 전고점인 1223원도 훌쩍 넘어섰고, 엔원도 1155원에 2회차 환율을 고시하더니 순식간에 1160원을 지나 1168, 1169원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은 제한되었고, 일본은행도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기대로 시장분위기가 개선되어 코스피와 환율이 일정부분 되돌아갔지요.

 

​출혈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의 국내주식투매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나마 외환당국이 막판까지 관리에 나서서 1220원대 아래에서 종가를 찍을 수 있었죠. 그래서 딜러들은 "각국 공조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기도 했는데 아직 시장 상황을 예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뉴욕 시장 분위기가 만만치 않아서 환율은 2016년 고점을 트라이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제 우리나라와 미국의 3월 12일 증권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증시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다고 했지요. 그리고 미국증시가 내려갔으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코스피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치를 보여줄까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날이 밝고 보니 정말 기록적인 수치를 갱신하더군요.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있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뭘 모르는 꼬마였기에 오늘과도 같은 지수는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욕심에 또 변동성이 큰 엔화를 날름 1169원에 사 버려서 왠지 고점에 제대로 묶인 것 같지만. 외화가 묶여버렸다는 스트레스 말고도, 정말 이러다가 전염병 때문에 나라가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모순된 위기감이 같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방콕도 이제 슬슬 답답해서 지쳐가는데, 눈에 보이는 경제지수들이 나날이 나쁜 방향으로 널뛰기를 하는 것을 보니 정신적으로도 피곤해지는 것 같습니다. 얼른 진정됐으면 좋겠네요.

 (그 전에 그래도 일단 나 물린 건 좀 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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