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구성을 갖춰 써 보자
본격적으로 소설 쓰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법서 몇 권을 사서 읽어본 뒤, 그것을 참고로 해서 열심히 뼈를 만들고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어서, 자주 꺼내보는 책은 “소설쓰기의 모든 것 ① 플롯과 구조” 입니다.
배송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E-BOOK으로 샀을 정도이죠.
이 책은 그리스 희곡에서 시작된,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 드라마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구조와 원리를 설명하고, 소설가인 자신의 작품이나 타 작품을 예로 들어 그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죠.
혹자는 이 책에 대해 팁과 플롯을 짜는 기교만을 설명했다고도 하지만, 저한테는 오히려 그 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 이미 제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고,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굳이 플롯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명제를 고찰할 필요는 별로 없었죠. 저한텐 필요한 건, 배 안에서 부글부글 끓는 이 외치고 싶은 내용을 제대로 된 극적 구조를 짤 수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이 책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반면, 오히려 각 상황 별로 플롯을 제시해 주는 쪽은 너무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것 같아서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제시된 플롯들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이랑은
내용이 (혹은 분위기가) 안 맞는다.
라고 할까요.
오히려 이 책을 통해 그리스 희극에서 시작된 3막 구조와 제1관문, 제2관문을 알고 나니, 대충 어떻게 써야 할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는 저 구조를 설명하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6개를 골라 구조를 분석해 보라는 일종의 실습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따라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비교적 왕도의 전개를 따라갔다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것을 모델로 삼아 플롯을 짜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주제가 달라서 빠이빠이했지만요.
그리고 영화채널에서 <아이언 맨>을 해 주는 걸 보고, 그것도 저 3막과 제1관문, 제2관문을 분석해 본 적도 있네요.)
3개의 큰 구조가 짜이자, 이제 각 막을 구성할 내용들이 필요합니다.
내용들을 조금씩 계속 보강해나가면 일종의 타임라인, 흐름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각 막 별로 좀 더 자세히 배경과 상황, 인물을 설정해 주었지요.
이렇게 해 놓다보니, 내가 여기서 무슨 내용을 쓰려고 하고 있고, 무슨 의도로 이 내용을 쓰려고 하는지가 파악이 됩니다.
어지간해서는 내용이 탈선을 안 합니다.
아무래도 전 의식의 흐름대로 나아가는 성격인 듯, 그냥 내키는 대로 쓰고 있으면, 처음에 생각했던 내용과는 전혀 별개의 내용을 적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때문에 썻다 지웠다 (내친 김에 그 부분은 백업으로 보존) 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정해놓는 저로서는 이런 성향이 매우, 스트레스입니다. 왜 플롯이 다 짜인 걸 좋아하면서 정작 손은 자유롭게 움직이는지 모르겠네요.
작년 하반기에는 일감이 없어서 완전 백조였습니다.
그래서 블로그글도 포퐁 써대고, 사진도 열심히 찍으러 다니고, 소설도 열심히 썼습니다. 그래서 일단 1막을 약 3만 자 정도에서 정리를 한 듯 싶습니다.
일단 하나의 이야기가 일단락 된 그런 느낌이라, 이제는 새로운 움직임을 넣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초고를 꼼지락꼼지락 쓰고 있는데, 사실 지금 쓰는 이 부분이 먼저 작성해 둔 흐름표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일종의 뒷설정인데, 어찌어찌 생각하다보니 그냥 표면화시키게 되더군요.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진도가 안 나가…….
뭔가 내용이 정리가 안 되고, 두서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 장면을 정리하고 뒤로 진행시키려고 해도 수습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이 무려 3주째 계속되는 중. 오매.
이쯤 되니까, 저 자신도 초조해지더군요. 도통 앞으로 써 나가질 못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차분하게 “나는 이 장면을 왜 넣으려 하는가”부터 생각하든가, 아니면 차후의 전개와 잘 맞춰봐야겠습니다.
뭐, 결국 그 말이 그 말이긴 하지만요
지금 끙끙 붙잡고 있는 이 장면과 설정이 필요한 이유를 조금이라도 건질 수가 있다면, 이제 이야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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