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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시그니엘 호텔 스튜디오 IV에서의 코스요리코알못에게는 너무 과분했다.

하프피프티 2022. 6. 17. 02:07

롯데 시그니엘 호텔 스튜디오 IV에서의 코스요리
코알못에게는 너무 과분했다.

 

 

◈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

 

 태어나서 지금껏 제대로 된(?) 코스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있는 언니네 집에 가 봤을 때에는 언니가 부모님께 맛있는 스테이크를 맛보여드린다고 나름 이름있는 레스토랑을 데리고 가 주었는데요. 그곳에서 전체 - 메인요리 - 디저트로 이루어진 식사는 해 봤어도, 영화에서 종종 보는 한 자리에 수많은 포크와 나이프가 놓여 있는 그런 자리에는 앉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통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자, 좀 당황스럽더군요. 왜 미국이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종종 신분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주인공이 테이블 매너를 몰라 = 즉, 식사 때 수많은 식기 중 어느 것을 써야 할지 몰라 한다는 그런 내용이 나오곤 하지요. 정말로, 그런 류의 테이블 매너 따위 생각도 안 해보고 있다가, 갑자기 수많은 포크와 나이프를 직접 목격하자, "뭘 집으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정말로 대충 아무 거나 집어서 먹고 말았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뭣하지만, 포크와 나이프 크기가 다 똑같은 것 같더군요…….

 

 

 

 

 

 게다가.
 진짜 식사자리를 주최한 사람에게는 정말로, 완전히 미안한 말이지만, 음식이, 그다지 입에 맞질 않았습니다. 셰프의 실력과는 별개로, 그냥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초딩입맛에는 익숙지가 않아서 그다지 맛있다고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 롯데 시그니엘 호텔 스튜디오 IV에서의 코스요리

 

 

 

 지난 주 토요일인 6월 11일. (현재로서는) 두 분 계신 큰 어머니 중에서 첫째 큰 어머니가 구순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촌오빠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는 취지의 초대문자를 보냈는데요. 구순연(?)을 여는 위치가 무려! 호텔이었습니다. 사촌오빠의 회사 및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 그곳에서 특별 연회실처럼 단독으로 분리되어 있는 스튜디오 4였습니다.

 

시그니엘 호텔 76층 스튜디어 IV에서 본 야경

 

 

 처음, 호텔에서 식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에는 막연하게 전채 - 메인 - 디저트 정도의 코스요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전채 - 스프 - 메인 - 디저트 정도. 그래서 이곳에 대해서도 딱히 알아보지도 않고, 당일날 그냥 가서 부딪혔는데요(?). 웬걸. 테이블 위에 뭔 포크와 나이프가 이리도 많은 것인가요. 알고 보니, 코스요리가 정말 제대로 나오는 듯 했습니다.

 

  나, 나, 코스요리는 머리털 나고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어. 이 나이프랑 포크는 음식이 나오면 바깥에서부터 순서대로 사용하면 된다고 했든가.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다행히 단순히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음식에는 서빙을 도와주는 남자직원분들이 계섰는데. 작은 스푼 같은 것은 음식을 내려놓으면서 식사에 도구를 골라내어 올려주셨씁니다. 나머지 요리는 적당히 나이프와 포크를 골라서 사용하면 됨.

 

  또, 코스요리여서 한 번에 하나씩, 그것도 한 접시에 정말로 눈물 날 정도의 양밖에 안 담겨 있었습니다만, 직원들이 요리 내오는 속도를 잘 맞춰주더군요. 마침 배가 너무 고플 때이기도 해서 음식이 나오면 거의 서너 숟가락에 호로록 먹어버리곤 했는데, 접시를 치우고 잠시 기다리니 바로 다음 요리가 나왔습니다. 물리적으로 먹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수많은 포크와 나이프의 향연.
 

 

 

  가리비 타르트 with 캐비어는 총체적으로 난국인 것이 1. 처음 먹어보는 캐비어의 맛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 특별한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헐. 바다의 맛이 확 풍기는 식재료이더군요. 비린 맛이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타르트 자체는 전 약간 차갑고 단단한 맛을 좋아하는데, 가리비 요리와 함께 있어서 따뜻하고 좀 물컹했습니다. 그래서 엔쥐.

 

 

 라비올리. 파마산 에멀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짭짜름한 맛이 많이 강했습니다.

 

 

 

농어구이.

 

안 좋은 쪽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던 요리가 계속되던 가운데, 그나마 무난했던 음식입니다.

 

아마도 재료 및 조리법이 심플했기 때문이 아닐까. 막말로 얘기해 그냥 생선을 구운 것뿐이니까요. 미역과 같이 먹어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았는데, 농어만 먹으면 조금 심심한 것 같습니다. 소금 간 같은 것이 좀 부족한 듯. 그것만 있었다면 완벽했을 농어구이.

 

 

 

 

 오늘의 메인. 등심 스테이크.
 역시 고기라서 흠 잡을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시각적으로 양이 너무 적다 + 고기가 아닌 함께 아스파라거스가 살짝 에러였던 점을 빼면. 아스파라거스는 그냥 그대로 간을 살짝 해서 굽는 것을 좋아하는데, 또 치즈 같은 것으로 감싼 것 같습니다.,

 

 

 

 

 젤로 무난했던 디저트~. 망고 케이크.

 

 이 외에 치즈와 초콜릿, 마카롱이 나왔는데, 다른 가족들과 잠시 수다를 떠는 사이에(?) 접시를 걷어갈 분위기가 돼 놔서요. 사진을 찍는 것은 뒷전으로 미루고 먹는데 바빴습니다. 디저트류는 참 흠잡을 데 없이 맛있더군요.

 

 아, 와인도 괜찮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마셔본 레드와인은 시큼털털~ 했는데, 여기서 마신 와인은 달달한 잣은 없을 지언정 시큼털털하지는 않았습니다. 와인의 "드라이함"을 잘 느낄 수 있던 술이었습니다. 내가 그런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꽤 만족스러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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