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샐러드를 위한 오리엔탈 드레싱 만들기
샐러드 재료가 넘친다
집에 상추가 잔뜩 들어왔습니다.
부모님이 올해 아주 작게 텃밭을 하나 가꾸시게 됐는데, 거기에 심은 상추들이 드디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것입니다. 그런데 갓 심은 초반에는 아무래도 먹을 것이 없는데, 그래서 상추모종을 좀 많이 심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런 와중에 올해는 비도 잘 와줘서 말입니다. 상추들이 쑥쑥 자란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상추대풍년.
상추는 매우 대중적인 쌈채소이지만 활용도는 매우 높은 채소입니다.
쌈채소는 물론, 비빔밥의 재료로도 아주 좋으며, 겉절이, 장아찌, 심지어는 샐러드 재료로도 훌륭하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에, 일단 사다놓으면 어떤 형태로든 먹을 수 있어서, 저는 예전부터 상추를 샐러드 혹은 식이섬유를 섭취하기 위한 채소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가볍게는 상추만 먹어도 좋고, 거기에 양파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올리면 더 좋고, 거기에 더해 계란이나 닭가슴살로 단백질까지 보충하면 시판되는 샐러드에 뒤지지 않는 근사한 샐러드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더 더해서 올리브나 새우를 살짝 데쳐서 넣으면 금상첨화.
그런데 아무리 친근한 상추라고 해도 샐러드에 사용하려면 드레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드레싱을 따로 사오곤 했습니다만, 이 드레싱이라는 것도 참 골치 아픈 녀석입니다. 샐러드를 자주 해 먹으면 금방금방 소비되는 반면, 샐러드에 조금만 흥미를 잃어도 금방 냉장고 안의 애물단지가 돼 버립니다. 실제로 냉장고에 3년이 지난 드레싱통이 방치돼 있기에 얼른 버려버린 것이 며칠 전의 이야기입니다. 크억.
샐러드를 자주 해 먹을 때에는 드레싱도 빨리빨리 소비하기 때문에 한 병 정도, 새로 사다놓는 것은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마트에 가 보면 하나의 드레싱도 제조사별로 참으로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게다가, 전 제가 먹을 드레싱은 오리엔탈 드레싱을 좋아하는데, 같은 오리엔탈 드레싱이라고 해도 제조사별로 맛이 다 다릅니다. 그나마 입에 맞는 브랜드가 있긴 한데, 마트에 갔을 때 그 제품이 없으면 차라리 드레싱을 안 뿌리니만 못한 상황이 돼 버립니다(간장맛은 안나고 기름맛만 잔뜩 남. 참고로 내게 올리브오일은 드레싱이 아니라 그냥 기름임).
그래서 그러느니 차라리 내가 직접 만들어 먹자! 하고 오리엔탈 드레싱 제조에 도전해 봤습니다.
오리엔탈 드레싱 만들기
오리엔탈 드레싱은 재료도 단촐하고 만드는 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재료는 짠맛을 내 줄 “간장”, 달달한 맛을 내 줄 “설탕(혹은 그에 준하는 감미료)”, 상큼한 맛을 내 줄 “식초”
그리고 취향에 따라 참기름과 마늘.
이것들을 적당히 비율을 맞춰서 섞어주면 됩니다.
참고로 제가 이번에 만든 분량은 밥공기 반 공기 정도 분량입니다. 봉지라면 하나를 끓여서 담을 수 있을 만한 보울에 가득 찢어놓은 상추 + 닭가슴살 한 덩어리 + 계란 하나에 버무려먹는데 딱 좋았습니다.
우선 간장 두 숟가락.
제가 사용한 숟가락은 죽을 포장해오고 남은 플라스틱 숟가락입니다. 일반 밥숟가락보다 깊어서 재료를 담기에 편리합니다.
여기에 설탕 두 숟가락.
설탕을 푸는 데에는 찻숟가락을 사용했습니다. 단맛을 나게 해 주는 재료를 넣을 때에는 아무리 해도 열량이 신경 쓰이더군요. 그래서 조금씩 소심하게 넣다보니 사용하는 숟가락도 작은 숟가락이 됩니다. 뭐, 간장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설탕에 찔러넣을 수 없으므로 새 숟가락을 꺼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존재했지만 말입니다.
설탕을 집어넣고 금방 맛을 보면 단맛이 잘 안 느껴집니다. 설탕이 아직 녹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설탕이 녹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보면 단맛이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그리고 식초 두 숟가락.
식초는 입맛에 따라서는 양을 더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커다란 죽 숟가락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사용한 식초는 저희 집에서 직접 만든 감식초입니다.
개인적으로 식초는 감식초가 참 맛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시큼, 새큼한 것만이 아니라 뭔가 깊은 맛도 함께 납니다. 집에서 만든 것이라 농축식초가 아니라는 점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시큼한 맛이 강하지가 않기 때문에, 감 본연의 향과 맛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그런 만큼 시큼한 맛을 강하게 낼 때에는 식초를 많이 넣어야 합니다. 그것도 꽤.
그러다 보면 소스의 양이 완전히 한강이 돼 버리기도 합니다. 샐러드에 뿌리면 채소를 타고 흘러내려가서 바닥에 흥건히 고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입맛에 따라서는 물을 넣어서 희석시킬 수 있으므로, 만들어두고 두고두고 쓸 것이 아니라면, 재료의 양에는 주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간장과 설탕, 식초로 기본 맛을 낸 뒤, 마늘과 양파를 잘게 빻거나 갈아서 넣어주면 풍미가 더 좋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어주는데, 참기름은 정말 입맛에 따라 넣어도 좋고 안 넣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양념장이나 소스에 참기름을 넣으면 흔히 연상되는 '고소한 맛'을 내는 역할보다는 맛이 강한 재료의 맛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만든 양념간장은 맛있는데, 제가 만든 건 왜 이렇게 짜기만 한 것 같을까 무척 의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참기름이 간장의 찌르는 것 같은 짠맛을 부드럽게 - 제 표현으로는 둥그렇게 만든다 -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오리엔탈 드레싱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기름을 넣으면 맛이 부드러워지고, 안 넣으면 단짠의 맛이 강해집니다.
어차피 암맛도 없는 채소에 뿌려먹는 것이라, 약간 강렬하게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 것 같더군요.
또, 실제로 어제 드레싱을 만들어 먹을 때에는 드레싱에는 참기름 넣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참기름을 넣지 않으면 재료들 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그냥 단짠단짠한 드레싱으로 그냥 먹을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만, 그래도 약간 타협을 해서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에 참기름을 살짝 부어줘봤습니다.
그렇게 하니, 드레싱에 참기름을 넣은 것과는 또 다른 맛이 났습니다. 참기름 맛이 나면서도 드레싱과 완전히 섞인 것은 아니라서 드레싱의 맛도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건대 왠지 기름은 가장 나중에 샐러드 위에 그냥 뿌려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내친 김에 말하자면, 올리브유를 넣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올리브유의 풍미와 간장이 섞이면 어떤 맛이 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깨를 원하는 대로 솔솔솔 넣어주면 완성입니다.
드레싱의 걸죽함에 대한 고찰
이번에는 단맛을 낼 만한 감미료가 설탕밖에 없어서 설탕을 넣었습니다만, 꿀이나 올리고당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맛은 둘째치고서라도 집에서 드레싱을 만들다보니 시판되는 드레싱처럼 걸쭉하게 나오질 않더군요. 너무 묽어서 채소 위에 뿌리면, 잎 위에 남아있질 못하고 다들 바닥으로 흘러내립니다. 어차피 채소의 숨이 죽으면 드레싱과 같이 떠먹으면 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더 걸죽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걸죽함~ 하면 역시 전분가루를 들 수 있겠습니다, 만.
드레싱에 전분을 넣는 것은 왠지 좀 아닌 것 같고.
꿀이나 엿을 넣으면 국물이 좀 걸죽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원래 저는 음식을 할 때에는 단맛을 내는 용도로 올리고당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여차여차 저차저차해서 올리고당에 신경을 못 써줬습니다. 그래서 집에 단맛을 내줄만한 것이 설탕과 매실액밖에 없었는데. 어차피 자주 사용하는 재료이니 마트에 가서 올리고당을 사서 다음 드레싱을 만들 때 써봐야겠습니다. 정말로 걸죽해지는지 어떤지. 만약 걸죽해진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사치를 부려서 어디 한 번 아카시아 꿀을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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