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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샐러드를 위한 오리엔탈 드레싱 만들기

하프피프티 2021. 6. 9. 01:48

상추 샐러드를 위한 오리엔탈 드레싱 만들기 

 

 

 

   샐러드 재료가 넘친다

 


 집에 상추가 잔뜩 들어왔습니다.
 부모님이 올해 아주 작게 텃밭을 하나 가꾸시게 됐는데, 거기에 심은 상추들이 드디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것입니다. 그런데 갓 심은 초반에는 아무래도 먹을 것이 없는데, 그래서 상추모종을 좀 많이 심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런 와중에 올해는 비도 잘 와줘서 말입니다. 상추들이 쑥쑥 자란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상추대풍년.
 

 상추는 매우 대중적인 쌈채소이지만 활용도는 매우 높은 채소입니다.
 쌈채소는 물론, 비빔밥의 재료로도 아주 좋으며, 겉절이, 장아찌, 심지어는 샐러드 재료로도 훌륭하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에, 일단 사다놓으면 어떤 형태로든 먹을 수 있어서, 저는 예전부터 상추를 샐러드 혹은 식이섬유를 섭취하기 위한 채소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가볍게는 상추만 먹어도 좋고, 거기에 양파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올리면 더 좋고, 거기에 더해 계란이나 닭가슴살로 단백질까지 보충하면 시판되는 샐러드에 뒤지지 않는 근사한 샐러드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더 더해서 올리브나 새우를 살짝 데쳐서 넣으면 금상첨화.

 

상추샐러드 with 양파와 계란

 

 

나 상추 맞음

 

 그런데 아무리 친근한 상추라고 해도 샐러드에 사용하려면 드레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드레싱을 따로 사오곤 했습니다만, 이 드레싱이라는 것도 참 골치 아픈 녀석입니다.
샐러드를 자주 해 먹으면 금방금방 소비되는 반면, 샐러드에 조금만 흥미를 잃어도 금방 냉장고 안의 애물단지가 돼 버립니다. 실제로 냉장고에 3년이 지난 드레싱통이 방치돼 있기에 얼른 버려버린 것이 며칠 전의 이야기입니다. 크억.

 

 샐러드를 자주 해 먹을 때에는 드레싱도 빨리빨리 소비하기 때문에 한 병 정도, 새로 사다놓는 것은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마트에 가 보면 하나의 드레싱도 제조사별로 참으로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게다가, 전 제가 먹을 드레싱은 오리엔탈 드레싱을 좋아하는데, 같은 오리엔탈 드레싱이라고 해도 제조사별로 맛이 다 다릅니다. 그나마 입에 맞는 브랜드가 있긴 한데, 마트에 갔을 때 그 제품이 없으면 차라리 드레싱을 안 뿌리니만 못한 상황이 돼 버립니다(간장맛은 안나고 기름맛만 잔뜩 남. 참고로 내게 올리브오일은 드레싱이 아니라 그냥 기름임).

 

내가 좋아하는 오리엔탈 드레싱 1

 

 그래서 그러느니 차라리 내가 직접 만들어 먹자! 하고 오리엔탈 드레싱 제조에 도전해 봤습니다.

 

 오리엔탈 드레싱 만들기

 

 

  오리엔탈 드레싱은 재료도 단촐하고 만드는 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재료는 짠맛을 내 줄 “간장”, 달달한 맛을 내 줄 “설탕(혹은 그에 준하는 감미료)”, 상큼한 맛을 내 줄 “식초”

 그리고 취향에 따라 참기름과 마늘.

 이것들을 적당히 비율을 맞춰서 섞어주면 됩니다.

 

참고로 제가 이번에 만든 분량은 밥공기 반 공기 정도 분량입니다.  봉지라면 하나를 끓여서 담을 수 있을 만한 보울에 가득 찢어놓은 상추 + 닭가슴살 한 덩어리 + 계란 하나에 버무려먹는데 딱 좋았습니다.

 

우선 간장 두 숟가락.

제가 사용한 숟가락은 죽을 포장해오고 남은 플라스틱 숟가락입니다. 일반 밥숟가락보다 깊어서 재료를 담기에 편리합니다.

 

이걸로 간장 두 숟가락

 

여기에 설탕 두 숟가락.

설탕을 푸는 데에는 찻숟가락을 사용했습니다. 단맛을 나게 해 주는 재료를 넣을 때에는 아무리 해도 열량이 신경 쓰이더군요. 그래서 조금씩 소심하게 넣다보니 사용하는 숟가락도 작은 숟가락이 됩니다. 뭐, 간장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설탕에 찔러넣을 수 없으므로 새 숟가락을 꺼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존재했지만 말입니다.

 설탕을 집어넣고 금방 맛을 보면 단맛이 잘 안 느껴집니다. 설탕이 아직 녹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설탕이 녹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보면 단맛이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티스푼으로 설탕 두 스푼

 

 

 그리고 식초 두 숟가락.
 
식초는 입맛에 따라서는 양을 더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커다란 죽 숟가락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사용한 식초는 저희 집에서 직접 만든 감식초입니다.
 개인적으로 식초는 감식초가 참 맛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시큼, 새큼한 것만이 아니라 뭔가 깊은 맛도 함께 납니다.
집에서 만든 것이라 농축식초가 아니라는 점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시큼한 맛이 강하지가 않기 때문에, 감 본연의 향과 맛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그런 만큼 시큼한 맛을 강하게 낼 때에는 식초를 많이 넣어야 합니다. 그것도 꽤.
 그러다 보면 소스의 양이 완전히 한강이 돼 버리기도 합니다. 샐러드에 뿌리면 채소를 타고 흘러내려가서 바닥에 흥건히 고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입맛에 따라서는 물을 넣어서 희석시킬 수 있으므로, 만들어두고 두고두고 쓸 것이 아니라면, 재료의 양에는 주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만든 감식초

 

 

 간장과 설탕, 식초로 기본 맛을 낸 뒤, 마늘과 양파를 잘게 빻거나 갈아서 넣어주면 풍미가 더 좋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어주는데, 참기름은 정말 입맛에 따라 넣어도 좋고 안 넣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양념장이나 소스에 참기름을 넣으면 흔히 연상되는 '고소한 맛'을 내는 역할보다는 맛이 강한 재료의 맛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만든 양념간장은 맛있는데, 제가 만든 건 왜 이렇게 짜기만 한 것 같을까 무척 의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참기름이 간장의 찌르는 것 같은 짠맛을 부드럽게 - 제 표현으로는 둥그렇게 만든다 -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오리엔탈 드레싱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기름을 넣으면 맛이 부드러워지고, 안 넣으면 단짠의 맛이 강해집니다.
 어차피 암맛도 없는 채소에 뿌려먹는 것이라, 약간 강렬하게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 것 같더군요.
 또, 실제로
어제 드레싱을 만들어 먹을 때에는 드레싱에는 참기름 넣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참기름을 넣지 않으면 재료들 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그냥 단짠단짠한 드레싱으로 그냥 먹을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만, 그래도 약간 타협을 해서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에 참기름을 살짝 부어줘봤습니다.

 

 그렇게 하니, 드레싱에 참기름을 넣은 것과는 또 다른 맛이 났습니다. 참기름 맛이 나면서도 드레싱과 완전히 섞인 것은 아니라서 드레싱의 맛도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건대 왠지 기름은 가장 나중에 샐러드 위에 그냥 뿌려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내친 김에 말하자면, 올리브유를 넣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올리브유의 풍미와 간장이 섞이면 어떤 맛이 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깨를 원하는 대로 솔솔솔 넣어주면 완성입니다.

 

  드레싱의 걸죽함에 대한 고찰

 

이번에는 단맛을 낼 만한 감미료가 설탕밖에 없어서 설탕을 넣었습니다만, 꿀이나 올리고당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맛은 둘째치고서라도 집에서 드레싱을 만들다보니 시판되는 드레싱처럼 걸쭉하게 나오질 않더군요. 너무 묽어서 채소 위에 뿌리면, 잎 위에 남아있질 못하고 다들 바닥으로 흘러내립니다. 어차피 채소의 숨이 죽으면 드레싱과 같이 떠먹으면 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더 걸죽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걸죽함~ 하면 역시 전분가루를 들 수 있겠습니다, 만.
 드레싱에 전분을 넣는 것은 왠지 좀 아닌 것 같고.
 꿀이나 엿을 넣으면 국물이 좀 걸죽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원래 저는 음식을 할 때에는 단맛을 내는 용도로 올리고당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여차여차 저차저차해서 올리고당에 신경을 못 써줬습니다. 그래서 집에 단맛을 내줄만한 것이 설탕과 매실액밖에 없었는데. 어차피 자주 사용하는 재료이니 마트에 가서 올리고당을 사서 다음 드레싱을 만들 때 써봐야겠습니다. 정말로 걸죽해지는지 어떤지. 만약 걸죽해진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사치를 부려서 어디 한 번 아카시아 꿀을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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