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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온 오설록 블렌딩 녹차 : '달빛걷기' (플러스 제주마음샌드)

하프피프티 2021. 10. 2. 03:35

 

 제주도에서 온 오설록 블렌딩 녹차 : '달빛걷기'
(플러스 제주마음샌드)

 

오설록 녹차와 제주마음샌드

 

 1. 핀트가 반쯤 벗어난 선물

 

 

 처음 차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녹차를 통해서였습니다.
 
그 당시, 일을 시작하면 (일을 하기 싫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아) 입이 무척 심심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무척대로 뭔가를 계속 먹을 수는 없고, 심심한 입을 달래주기 위해 차라도 마시자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맨땅에 해딩하는 정신으로 녹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적응을 무척 잘했습니다. 그냥 마트에 있던 녹차 100% 자리 가루녹차를 집어들었는데도 잘 마셨으니까요. 다만, 가성비를 생각하겠다고 홈플러스에서 늘 마시던 50g짜리 가격에 200g짜리짜리를 파는 것을 보고 사 왔다가 고생했습니다. 녹차가 풀잎을 우려내는 것이고, 가루녹차는 그 잎의 분말을 마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직후에 부모님이 보성에 여행 가셨다가 사다주신 보성녹차와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보성녹차는 색깔도 짙은 녹색으로 곱고, 타서 마시면 쓰지 않게 아리면서 심지어는 끝에 단맛까지 났습니다. 그 극과 극을 체험한 뒤로, 비싼 건 비싼 값을 한다는 말을 다시 믿게 되었네요.

 

 

 그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홍차로 취향을 바꾸고 말았습니다.
 계기는 아마도 되게 단순했던 것 같은데, 대학교 4학년 때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갔다가 얻어먹은 레몬홍차가 참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것이 정말 맛나서 말이죠. 사실, 예전에도 한 번 도전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지간히 설탕을 넣는 정도로는 그때의 그 맛이 안 나더군요. 입맛에 맞게 설탕을 때려넣다가는(!) 차 한 잔으로 밥 한 공기를 대신할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와서 설탕을 넣다 말았는데, 당연히 쓴 맛이 더 강해서 기권.

 

 

 그런데 두 번째 도전 때에는 이미 녹차로 쓴 맛의 차를 마시는 것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됐었나 봅니다. 씁쓸구수한 홍차가 입에 잘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설탕을 티스푼으로 몇 숟가락은 넣어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트레이트로 마시게 되더군요. 오히려 설탕을 넣으면 이건 씁쓸구수한 맛도 아니고, 단맛도 아닌 아주 미묘한 맛이 되었습니다.

 

 

 그 뒤, 얼그레이도 마셔보고, 브랜드별로 돌아가면서도 마셔보고 하는 사이, 입맛이 완전히 홍차에 길들어서요. 어느새 처음 차의 길에 입문하게 해주었던 녹차는 못 마시게 되었습니다. 녹차 특유의 그 아린 맛을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가끔 진하지 않게 타서 단숨에 원샷 드링킹을 하는 정도는 마실 수 있는데, 찬찬히 즐기면서 마시는 것은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머니께서 절반쯤 핀트가 벗어난 선물을 해주시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 볼일 때문에 제주도에 가셨는데, 다녀오시면서 무려! "녹차"를 사갖고 오신 것입니다. 그것도, 제가 차를 즐겨마신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일부러 신경 써서, 사 오신, 것입니다. 하이고 어무이. 사랑합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전 녹차는 잘 안 마셔요. 아니 잘 못 마십니다.

 

제주 오설록 달빛걷기

 

 안 그래도, 녹차라고는 제가 마시던 가루녹차밖에 없던 집에 녹차 잎차 티백이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선에서는(응?) 잎차를 우려내어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 반쯤 호기심에 그 잎차 티백을 타서 마셔봤습니다. 그리고, 온몸을 떨었습니다. ……맛이 없어서.

 

 

 우왁. 뭐야 이 풀 우린 것 같은 물은!! 잎을 우린 차 특유의 풋풋한 풋내가 너무 심해서 음미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좀 식힌 뒤에 그냥 원샷 드링킹을 해 버렸지요.
 그게 1, 2주일 전 일인데, 어머니가 녹차 + 잎차 티백을 사오신 것입니다. 오마이갓.
 이건, 못 마시고, 그냥 돈만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정작 마셔보니, 과연.
 매장에 사람도 많고 해서, 확실하게 가장 비싼 제품을 골라집으셨다는 어머니의 말씀답게, 취향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차맛은 좋았습니다.

 

 

 2. 비싼 값을 한다.

 

 

 

  어머니가 사다주신 녹차는 오설록의 <달빛걷기>라는 차입니다. 
  이 달빛걷기는 순수 100% 녹차가 아니라, 단맛이 나는 성분과 섞은 블렌딩차입니다. 성분표를 보면 배와 꿀이 들어갔다고 되어 있으며, 실제로 티백을 살펴보면 거무스름한 녹찻잎 사이로 별사탕이 들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차에 웬 별사탕? 이라고 생각했는데 (홍차의 얼그레이처럼 과일껍질이나 꽃잎인 줄 알았음), 마셔보니 정말로 단맛을 내기 위해 집어넣은 별사탕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에 우려낸 티백에서는 그 별사탕이
보이지 않더군요.

 

저 영롱한 하얀 별사탕

 

 포장을 열기 전부터 훅 느껴지던 그 달달한 향기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향기가 진짜, 정말로, 엄청나게 좋은데 사탕 종류 같은 그런 끈적한 달달함이 아니라 상큼하게 달달한 냄새입니다. 전 그래서 처음에 제가 차봉투가 아닌 그 옆에 놓인 자일리톨 껌 봉투를 연 줄 알았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화장품 향이나 분내 같은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이 향은 좋았습니다. 그냥 방향제로 써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는 말이죠.

 

 

 그러나, 실제로 한 모금 마셔본 첫 인상은 미묘합니다.
 원래 차라고 하면 쓴맛이 나야하는 것인데 단맛이 나니 말입니다. 그것도 이 단맛이 강하지 않고 옅게 탄 꿀물 같은 느낌인지라 더더욱 애매합니다. 완전히 쓴맛 혹은 풋풋한 맛이나 달달한 맛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찻물이 아직 뜨거워서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에는 홍차에 설탕을 약간 탄 것 같은 맛과 비슷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쓴 것도 아니고 단 것도 아닌 상태. 그리고 차가 좀 식자, 이제 풀맛도 단맛도 조금 더 강하게 올라왔는데 이때에는 꼭 아카시아 꽃잎을 물에 우리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는 그 오묘한 조합이 별로 마음에 안 드신 모양입니다.  저보다 먼저 한 모금 마셔보신 어머니의 표현에 따르면, "녹차가 달달해."

​ 하지만.
 이미 상술했듯이 개인적으로 단맛과의 조화가 오묘할 뿐이지, 차 맛 자체는 좋습니다.
 옅은 꿀맛도 그렇지만, 차맛이 강렬하지 않습니다. 찻잎 특유의 풋풋한 맛도 쓸데없이 강하지 않아서요 향과 맛을 느껴질  정도로 딱 적당하면서 무척 깔끔합니다. 제 취향에 따른다면 여기서 꿀맛 빼고 그냥 녹차맛만 나게 해도 좋겠지만, 차의 풋내나 쓴맛이 싫은 사람에게는 딱 좋지 않을까.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품질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 마신 그 순수 100%의 녹차보다도 더 맛있습니다.   제일 비싼 제품이라고 하시더니, 비싼 값을 확실히 합니다.

 

 덤. 제주마음샌드
 

 

 첫 맛은 시중에서 팔리는 모 제과회사의 버터맛 쿠키와 비슷하면서도 버터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더 진했고요. 이제 크림과 카라멜이 발라진 부분을 씹으면 또 카라멜의 달달함이 훅 날아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라멜의 달달함에 크림맛은 기억도 나지 않네요. 나중에 거기에 땅콩이 섞이자, 땅콩과 카라멜이 들어간 초콜릿바의 맛이 연상되기도 했으나 카라멜의 농도가 다름. 맛이 엄청 선명하고 강합니다.

 

제주마음샌드

 

 

  단 것을 즐겨먹지 않는 저로서는 그 맛들이 너무 강렬해서 단맛을 죽여줄 음료와 같이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홍차와 어머니가 사다주신 '달빛걷기'를 곁들어서 먹어봤는데, 상대적으로 맛이 깔끔한 달빛걷기가 잘 어울렸습니다. 인공적인 단맛이 거의 없는 차 특성상 카라멜의 단맛은 눌러주면서 버터의 고소함은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백신 2회차 접종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파서 골골대는 중인지라, 어제 먹은 홍차와의 조합은 맛이 기억이 안 납…….)

 

 

오설록 달빛걷기와 제주마음샌드

 

 

 달달한 과자보다는 짭짤한 과자를 좋아하는지라, 다시 재구매의사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살 수 있으면 사겠다”, 정도의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굳이 필사적으로 구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맛을 생각하면, 시중에 그냥 판매되는 버터맛 과자들보다는 역시 훨씬 맛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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