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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감자를 이용해 집에서 감자 계란 크로켓 만들기

하프피프티 2021. 8. 3. 23:23

여름 햇감자를 이용해 집에서
감자 계란 크로켓 만들기

감자크로켓 (조금 탄 버전?)

 

  크로켓과 고로케

 


 지금은 좋아하는 빵의 종류가 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고로케를 참 좋아했습니다. 특히, 간판도 없이 그냥 빵을 만들어 팔던 이른바 동네 빵집의 고로케는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길쭉한 타원형의 대왕 고로케로, 덩치가 큰 만큼 안에도 감자와 채소들이 듬뿍 들어 있었지요. 가격도 프렌차이즈 빵집들과 비슷해서, 오히려 이 가게의 고로케를 더 자주 사먹었습니다. 그 빵집이 어느 날 소리소문도 없이 장사를 접은 것을 알았을 때에는 참으로 유감이었더랬지요.

 

 

 

 그런데 이 고로케라는 빵.
 저는 크로켓이라는 음식과 같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발음이 비슷하기에, 크로켓이라는 이름을 일본어로 발음한 것이 고로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사실, 크로켓은 속재료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튀김음식이고, 우리나라의 고로케 빵은 속재료 위에 빵반죽을 입혀서 튀긴 것이라, 만드는 법이 좀 다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 그 차이도 그냥 홈메이드 음식과 제빵식품의 차이라고만 여겼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빵반죽에 넣어서 만드는 것인데, 집에서 만들다 보니 그냥 손이 덜 가게 튀김옷을 입혀 튀긴 것이다, 라고 말이지요.

 

 그랬는데, 알고 보니 크로켓과 고로케는 그냥 다른 음식이랍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크로켓은 튀김음식이 맞고, 그 크로켓에서 여차여차저차저차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우리나라 빵집에서 파는 고로케가 변형되어 나온 것 같습니다. 어쩐지. 예전에 어떤 만화에서 크로켓을 먹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젓가락으로 집어든 모습이 빵이라기보다는 튀김에 가까운 것 같긴 했습니다.

 

 그런 고로.

 

 제가 우연히 음식 블로그에서 발견해서 만드는 법을 익힌 뒤로 종종 만들어먹는 요 음식은, “감자고로케”가 아니라, “감자크로켓”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자 크로켓

 

요것 ↑

 

 

 

 

  감자 계란 크로켓 만드는 법

 

 

 6월이면 외갓집에서 햇감자가 들어옵니다.
 외할머니께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감자농사도 지으시기 때문에 이맘때가 되면 외갓집에서 와서 감자를 캐가라고 하시는 것이죠. 매년 그렇게 밭에서 직접 캔 감자를 갖다먹었고, 올해도 지난 6월에 외갓집에 다녀왔습니다.

 

 햇감자가 두둑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 감자로 뭘 해 먹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오늘 오전에 일어나니까, 어머니가 간식으로 드시려고 감자를 쪄놓으셨다가 안 드시고 그냥 놔두셨더군요.

 

 오호라. 그것을 보니, 퍼뜩 크로켓을 해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에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는 크로켓은, 제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튀김옷 입히기가 성가셔서 말이죠. 요즘에는 거의 안 해 먹은 것 같습니다. 마침 찐감자도 입수했겠다(?), 간만에 성가신 작업을 감수하고서라도 크로켓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찐감자
삶은 계란

 

 저는 크로켓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찐감자 외에 삶은 계란을 같이 넣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미리 삶아두신 감자에 계란도 세 개 정도 삶아서 같이 준비를 해 줬습니다.

 

으깨기

 

 감자와 계란이 모두 준비되었으면 작업하기 편하게 큰 그릇에 넣고 으깨줍니다.

 

 갓 찐 계란이나 감자는 모두 포실포실해서 숟가락으로 툭툭 쳐주는 정도로도 잘 쪼개집니다. 어느 정도 쪼갠 뒤 숟가락으로 눌러 비벼서 으깨주면 되는데, 솔직히 으깬 요리를 자주 해 먹을 것이라면 다지기 도구를 하나 갖고 있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크로켓은 으깬 재료를 뭉쳐서 조형을 해줘야 하는데, 큰 덩어리가 있으면 잘 안 뭉쳐집니다. 그나마 계란은 덩어리지게 잘려도 큰 문제는 없는데(애초에 노른자는 손쉽게 으깨짐), 감자는 곱게 으깨질수록 편합니다. 그래서, 저도 예전에는 숟가락으로 비벼 으깨주다가 큰맘 먹고 감자으깨기 하나를 샀습니다.

 

간만에 사용해보니 감자 으깨는데 참 편합니다. 몇 번 꾹꾹 눌러주니 잘 으깨지네요.
그런데 계란은 흰자가 너무 탱글탱글해서인지 잘 안 으깨지는군요. 그래서 결국 그냥 숟가락으로 대충 툭툭 자르고 말았습니다.

 

소금이랑 후추 간

 

  저는 짭쪼름한 맛이 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금과 후추간을 해 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감자샐러드나 감자계란 샌드위치의 속을 만드는 법과 동일합니다. 여기에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려 그대로 먹으면 샐러드, 빵에 듬뿍 바르면 감자계란 샌드위치가 됩니다. 

 

 샌드위치 속을 만들 때에는 이렇게 감자와 계란만 넣기도 하지만, 사과를 채친 뒤 작게 다져서 넣거나 건포도를 넣어주기도 합니다. 그럼 새콤달콤한 맛이 곁들어져서 더욱 맛있어집니다. 오이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오이를 넣어줘도 오독오독한 식감과 함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과일이나 채소를 넣어줄 때에는 나중에 수분이 빠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에 절여서 수분을 제거해주는데요. 사실 전 사과를 넣을 때에는 그냥 넣어줍니다. 새콤달콤한 사과를 소금에 절이다니!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신에 오이를 넣을 때에는 그래도 소금을 살짝 뿌려서 물기를 빼주는 흉내 정도는 내 줍니다. 그렇긴 한데, 음. 솔직히 말해, 별로 다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이 넣는 것도 아니고, 또 속 자체를 길어봤자 2~3일이면 다 먹으니, 별로 물기가 배어나오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기타재료 추가 - 치즈

 

 크로켓을 만을 때, 감자와 계란 외에 이렇다 할 재료가 없다면 그냥 그것만 넣고 말지만, 다른 재료가 있거나 혹은 집 앞 슈퍼마켓에 다녀올 정도의 의욕이 타오를 때에는 다른 재료도 넣어줍니다.

 

 그 재료는 주로 안에서 짭짜름한 맛을 내 줄 햄과 치즈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햄 종류는 가능하면 넣어주려고 하지요.  이번에는 집에 스팸이 있던 것 같아서 그것을 활용하려고 했는데, 정작 뒤져보니 스팸은 없고 냉장고에 치즈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꿀치즈가래떡을 해먹고 남은 치즈가 있었네요.
 그런 관계로, 이번에는 햄은 빼고 치즈만 넣어주었습니다.

 

 집어넣은 양은 슬라이드 치즈 한 장.
 감자 세 알, 계란 세 알의 속에는 슬라이드 치즈 한 장으로도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모양 만들기

 

 제가 크로켓 만드는 법을 배운 블로그에서는 동그랗게 만들었기 때문에, 저도 기본적으로는 동그랗게 뭉칩니다.
 으깬 속을 한 웅큼 쥐고 두 손으로 꼭꼭 눌러서 뭉친 뒤 살짝 동글동글 굴러주세요. 뭐, 동글동글 굴리지 않아도 대충 동그란 형태는 나오기도 하니, 그래도 하셔도 됩니다. 저도 하다보니까 굴리지 않고 그냥 손으로 꾹꾹 눌러서 만들게 되더군요.

 

튀김옷 입히기
튀김옷 입히기

 

  개인적으로 이 과정이 크로켓 만들기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밀가루를 입혀서 계란물을 씌우고 빵가루를 입힌다.

 

 어렵다기보다는 재료 준비에서부터 손이 많고, 작업을 할 때 재료가 여기저기 튀어서 사람을 스팀받게 만드네요. 그 난장판 난 상태를 나중에 치우는 것도 또 고역이고요. 돈까스 튀김옷 입히는 것과 과정이 똑같은데, 돈까스를 해 먹을 때마다 이 작업을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해치우는 어머니가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튀기기

 

 요즘은 에어 프라이어가 집집마다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저희 집에는 아직 에어 프라이어가 없습니다. 있으면 편할 것 같지만, 이 기계, 은근히 크기가 큰 것 같더군요. 현재 저희 집 부엌의 조리대 상황을 보건대, 마땅히 놓을 만한 공간도 없어서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로, 오늘은 가스레인지와 기름의 힘을 빌렸습니다.


 

 튀김음식을 할 때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냄비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튀기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기름을 굉장히 많이 쓸 뿐 아니라, 나중에 뒷처리 할 때도 고역입니다. 양이 많아서 버리기도 쉽지 않아서, 일단 찌꺼기는 체로 거르고 기름만 남겨뒀다가 튀김 전용 기름으로 한 번 정도 더 활용을 하는데요. 튀김 음식에 사용한 기름은 되도록 한 번 쓰고 버리라고 하더군요. 뭐, 그 말이 정답인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번 쓴 기름을 보관해 두면 산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아직 많이 남은 기름을 버리는 것도 일.
 신문지에 흡수시켜서 버린다고 해도 한참이 걸리더구뇽.

 

 그래서 오늘은 프라이팬에 반쯤 튀기듯이 구워줬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많이 두른 뒤 살짝 기울이면 기름이 고이죠. 그곳에 넣어주면 한층 더 튀기듯이 구울 수 있습니다. 다만, 한손으로는 계속 프라이팬을 기울이고 있어야 해서 팔이 아프다는 점과, 기름연못(?)의 크기가 크지 않은 관계로 한 번에 몇 개 굽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요. 오늘 만든 크로켓 기준으로 한 번에 세 개씩밖에 안 들어갔습니다.

 

 만드는 과정의 편의를 추구하고 뒷처리를 던지느냐.
 아니면 뒷처리 할 것을 감안하고 만들 때 좀 고생을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그냥 에어 프라이어를 사면?).

 

 

 이미 재료를 한 번 익혔기 때문에, 굽든 튀기든 튀김옷만 적당히 노릇노릇 익혀주면 됩니다. 전 적당히 갈색빛이 돌면 건져냅니다.

 

 

완!

 

 

성!

 

 다 튀겨진 크로켓입니다. 노릇노릇한 것이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재료를 섞을 때 소금간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짭조름하게 맛있습니다.
 다만, 음식이 뜨거우면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지요. 크로켓도 소금과 후추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조금 식은 뒤에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 만들고 나서 어머니랑 머리를 맞대고 먹는데, 분명히 감자와 계란을 버무릴 때만 해도 조금 짜다 싶었던 것이 다 튀기고 나니 짠맛이 거의 안 느껴지더군요. 그러다가 식은 뒤에 하나 더 먹어봤더니, 그제야 소금이랑 후추맛이 제대로 났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가 필요하다면 케첩이나 돈까스 소스를 활용해도 됩니다.
 케첩이야 드레싱, 소스계의 시작이고, 돈까스 소스는 그냥 시판되는 것을 바로 뿌려먹어도 짭짤하니 좋더군요.
 (그렇긴 한데, 왜 난 오늘 스테이크 소스를 뿌려먹었을 때 이렇다 할 맛이 나지 않았을까? 돈까스 소스와 스테이크 소스의 차이 때문인가? 그것이 아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 짠맛이 덜 느껴질 때가 그런 건가? 그것도 아니면…….)

 

 

​ 으깬 감자를 뭉쳐서 형태를 만들고, 세 겹으로 튀김옷을 입히느라 손을 좀 많이 갔지만, 동글동글 노릇노릇 튀겨진 걸 보니 참 예쁩니다. 튀긴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더니, 이러니 "성가셔, 성가셔." 하면서도 또 만들어 먹는 것이겠지요.

 

  양을 많이 만들지 않으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비해 가족들이 먹는 양도 현격하게 줄었는데, 이렇게 소량씩 만들어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햇감자가 20kg 상자로 두 상자나 있으니, 열심히 해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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