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체험/먹거리 : 보고 만들고 먹고

수수잡곡밥. 이것으로 삼재를 막을 수 있을까?

하프피프티 2021. 3. 20. 00:14

 

수수잡곡밥
이것으로 삼재를 막을 수 있을까?

 

수수 sorghum

 

 

 

 부상이 끊이질 않는다

 

 

 요즘 몸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어깨와 팔꿈치는 이미 몇 년 전에 다쳐서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중이고, 몇 주 전에는 운동에 욕심을 부리다가 무릎에 문제가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다행히 무릎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허벅지와 무릎을 이어주는 인대에 무리가 많이 간 모양이더군요. 관절염 걱정은 덜긴 했지만, 그래도 아픈 건 매한가지. 양쪽 다 통증이 오는 바람에 당분간은 빠르게 걷는 것 이상의 운동은 힘이 들 듯 합니다. 제대로 치료를 안 해서 심해지면 일상적으로 걷는 것까지 힘들어진다고 하니, 닥치고 걷기 운동이나 해야 할 판입니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복사뼈 있는 곳까지 다치고 말았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통조림에 복사뼈를 콩 부딪친 것.
 제가 아픈 인대염에는 허벅지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라, 장바구니 무게 때문에 무릎 (정확히는 무릎 바깥쪽 측면)이 아파오자 다리를 뒤로 접어서 스트레칭 좀 해주려고 한 것이죠. 그런데 그때
통조림이 담긴 비닐봉투를 손목에 매달고 있던 지라, 진자운동의 원리로 통조림이 발에 와서 부딪친 겁니다. 그리고 하필 그 위치가 복사뼈였던 것이지요.

 

 크윽~~~~!!!!!

 

 복사뼈를 다쳐본 분은 아시겠지만, 계기는 대단치 않았으나 통증은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후유증도 심해서,
복사뼈의 통증 자체는 가셨으나 발목을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부딪친 부분 근처가 날카롭게 아파오더군요. 길 한복판에서 그런 일을 당하는 바람에 집에까지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왔는데, 발목이 아플 때마다 진짜 짜증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저녁 때 그런 일을 당했는데, 밤중인 지금도 앞꿈치로 걸으면서 발에 하중을 실으면 약간 묵직하게 아픕니다. 젠장.

 

 뭐, 다 제가 부주의해서 생긴 일이긴 합니다만.
 아픈 곳에 아픈 곳을 더하고 있으려니,
재수가 옴 붙었다고 짜증이 나는 것을 넘어, 이게 삼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삼재의 마지막 해

 

 작년에 친구로부터 우리 띠가 삼재에 해당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친구는 방과 후 강사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에는 정말이지 맘고생이 심했죠. 그 얘기를 하면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이 멍멍이 고생 하는 것도 다 삼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라고 말이죠. 그래서 친구는 액땜 삼아 수수팥떡을 내돈내산 해 드셨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나쁜 건 아니니 수수팥떡을 먹어보고자 수소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동네떡집에서는 따로 주문을 해야 되는 것 같더군요. 간편하게 먹으려면 그냥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떡을 사 먹는 방법뿌니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 그냥 흘려보내고, 올해를 맞이한 것입니다.

 

 

 전 작년에 딱히 이렇다 할 나쁜 일이 없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이렇게 자꾸 부주의하게 다치다 보니 삼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오늘 저녁을 먹을 때, 어머니한테 반쯤 농담 삼아 운을 뗐습니다. “요즘 여기저기 많이 다치는데 삼재라서 그런가 봄. 수수팥떡을 사먹어야겠음.”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지금 니가 먹고 있는 그 밥이 수수잡곡밥이다.

“니가 먹고 있는 그 밥이 수수잡곡밥이다…….”

“니가 먹고 있는 그 밥이 수수잡곡밥이다…….”

“니가 먹고 있는 그 밥이 수수잡곡밥…….”

“니가 먹고 있는 그 밥이…….”

 

 

캬. 2021년 최고의 명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정말로 수수잡곡밥이 맞기는 합니다.

 

요즘 어머니는 선물로 들어오신 잡곡으로 밥을 하시는데, 그 중에 수수쌀이 있는 걸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또 밥을 뒤적거려보니 분명히 수수 알갱이도 있고 말이죠.   다만, 수수 알갱이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완전히 빨갛지 않고, 또 그 때문인지 밥도 “수수팥떡”하면 생각나는 그 특유의 검붉은 색이 아닌 것뿐.

 

수수쌀

 

 - 모아놓으니 약간 불그스름하긴 한데.

 

내가 먹던 그 밥

 

 - 다른 곡물이랑 섞이니 그냥 하얗습니다. 수수는 흑미처럼 색이 배어나와 다른 곡물을 물들이지는 않는 듯.

 

다소곳이 한가운데 자리한 수수알갱이

 

 

 이건, 암만 봐도 그냥, 잡곡밥이자나……

 

  그런데, 귀신을 쫓는 데에는 그 자주색에 가까운 붉은 색이 효과를 발휘하는 거라고 하는데.
 과연 이 수수잡곡밥이 효과를 볼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수의 힘을 믿고는 싶은데, 수수가, 너무 미력해 보여……. 이번에야말로 정말 수수팥떡을 사먹어야 하나 (그런데, 얼만 전에 팥시루떡을 먹었는데, 그걸로는 어떻게 퉁쳐지지 않나욤. 같은 팥이잖어.).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