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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작업과 돋보기 안경 : 가까운 거리가 모두 잘 보이는 데스크용 다초점 렌즈가 답인 듯

하프피프티 2022. 3. 30. 06:46

컴퓨터 작업과 돋보기 안경 :
가까운 거리가 모두 잘 보이는
데스크용 다초점 렌즈가 답인 듯

 

 

 카메라 렌즈를 연상케하는 돋보기 안경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보면, '심도'라는 말을 많이 듣고 많이 쓰게 됩니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F숫자를 떨어뜨리면) 이 심도가 얕아지고, 조리개를 조여주면 (F숫자를 높여주면) 심도가 깊어진다고 하지요. 또, 렌즈에 따라서도 광각렌즈는 심도가 깊고, 망원렌즈는 심도가 얕다고 합니다.

 

 

 

 

 이 심도란, 저 개인적으로는 카메라 렌즈의 초점이 맞는 앞뒤 범위라고 손쉽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처음에는 몰랐다가 캐논 번들렌즈로 우연히 찍은 한 사진을 보고 알게 된 것입니다. 당시 조리개수치가 높지도 낮지도 않은 F5.0인가, 4.5인가로 나무 그루터기 위에 떨어진 벚꽃을 찍었는데요. 벚꽃을 중심으로 앞뒤로 초점이 잘 맞아 선명하게 보이는 투명한 상자가 생겨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자의 앞뒤 폭은 매우매우 얇았지요. 그것을 보고 나니까, 카메라 렌즈의 초점은 점이 아니라 '면'이라는 말의 의미와 함께, '심도'가 무엇인지를 확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돋보기 안경을 맞추었습니다.
 최근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는데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백내장이냐!!! 으으으), 앞이 부옇게 보이는 것은 크게 신경이 안 쓰입니다. 안경을 줄곧 쓰고 있기 때문에, 음, 안경 렌즈가 좀 부옇네~ 라고 느끼는 정도이죠. 뭐, 분명히 수정체가 맑고 깨끗하던 때와 비교해보면 분명히 희끄무레하게 보이긴 합니다만, 다행히 아직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문제는 가까운 곳의 글씨가 잘 안 보이는다는 것입니다.
 백내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올해 들어서 문득 늘 보던 거리의 책 글씨가 잘 안 보이더군요. 그나마 거리가 좀 떨어지면, 폰트의 글씨가 흐려진 것 같기는 해도 읽을 수는 있었는데, 손에 들고 읽는 거리에서는 초점이 영 맞질 않았습니다. 그나마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이긴 했는데, 몇 년 동안 계속 안경을 쓰는 버릇을 들여서인지 안경을 벗으면 눈이 금방 피곤해지더군요. 그렇다고 안경을 쓰면...... 초점이 안 맞는 걸 억지로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두통이 장난 아닙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눈의 노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돋보기 안경이라는 교정용 보조도구를 맞춘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안 쓸 때에는 몰랐는데, 일반적인 단초점의 돋보기 안경은 정해놓은 그 거리의 물건들만 잘 보이는 것이더군요. 정해놓은 거리보다 가까워도 초점이 안 맞고, 멀어도 초점이 안 맞습니다. 초점이 맞는 곳은 입체적인 공간에서 딱 한 면, 그 나머지는 모두 부옇게 변한다. 그것은 흡사 카메라 렌즈와 렌즈 심도의 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건 그거고.
 돋보기 안경을 맞추어서, 적어도 모니터와 그 근처에 놓아둔 책 정도는 깨끗하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단초점 돋보기안경은 정해진 거리의 물건만 잘 보이는 것이라서요. 제가 일을 하고, 또 집에서 지낼 때에는 이게 또 애로사항이 꽃피었습니다.

 

 

◇ 가까운 범위는 모두 커버해주는 데스크용 다초점 돋보기 렌즈

 

 

 

 

 

 처음 돋보기 안경을 맞출 때.
 도수를 정하면서 제 직업을 물었던 안경사님이 "그렇게 종일 책상 위를 시선이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책상 위 범위는 다 커버해주는 책상용 다초점 렌즈를 쓰는 편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초점렌즈답게 이 녀석은 책상 위 범위 정도라면 다 초점을 맞춰줘서 한결 편하고 깨끗하게 볼 수 있다고 하셨지요. 그렇지만, 역시나 기능성 - 다초점 렌즈인지라, 가격이 조금 세다는 얘기는 덤.

 

 

 굳이 특정 도수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는 저도 혹했습니다, 만. 역시나 가격이 비싸다는 말에는 꼬리를 말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단초점 렌즈를 써 보고, 나중에 필요할 것 같으면 바꾸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건 뭐, 새로 맞춘 돋보기 안경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부터 벌써, 다초점 렌즈를 샀어야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제가 맞춘 돋보기안경이 제가 원했던 것보다 도수가 조금 높게 잡혔기 때문입니다. 도수가 높아지면, 제가 보길 원했던 거리보다 초점이 잘 맞는 (초점거리?)가 짧아졌는데요. 그 덕분에, 본래 보고 싶었고 늘 보고 지내야 하는 모니터는 약간 일렁일렁하게 보이고, 손에 들고 보는 핸드폰이 아주 선명하게 잘 보였습니다.

 

 모니터 보는 것도 익숙해짐 + 일에 집중함 = 눈에 띄게 불편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혹시 몰라서 렌즈의 돋보기도구를 한 단계 내리기로 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이 그렇게 조정을 받은 것인데, 그 덕분에 이제는 돋보기 안경을 쓴 채로 손에 핸드폰을 들면,  초점이 안 맞아 글씨가 번지고 흐려보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러고 있으면, 당연하게도 두통이 생기지요.

 

 

 게다가, 집안에서는 먼 거리를 보는 안경은 별로 의미가 없더군요.
 일단 안경은 원래 쓰던 평범한 근시용 안경도 같이 놔 두고, 일할 때는 돋보기, 그 외에는 근시용 안경을 쓰려고 하고 있는데요. 집안 정도에서는 가까운 곳만 잘 보여도 딱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돋보기 안경만 쓰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더군요. 다만, 이게 단초점 렌즈이다보니, 거리에 따라 초점이 흐트러지는 문제가 발생했지만요. 그리고 일렁이는 눈앞, 아파오는 머리. 그것을 겪다 보면, 한층 더 적어도 가까운 거리에서는 초점을 다 맞출 수 있는 다초점 렌즈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 수가 없습니다.

 

 

 마침 데스크용 다초점 렌즈의 가격을 물으니, 비싸다면 비싸고 아니면 아닌 그런 정도의 가격이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다초점 렌즈와 똑같은 가격이라고 하시더군요. 제 근시용 안경의 렌즈 금액이 두 자릿 수 초반인데요. 비싼 것을 쓰지 않는다면, 여기에 몇 만 원 더 보태면 될 것 같은 정도였습니다.

 

 

 그렇긴 한데, 문제는 지금 쓰는 이틀된 단초점 돋보기 렌즈도 또 아주 싸구려로 맞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단 컴퓨터를 많이 보는 일이라, 눈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너무 싸지 않게 합리적인 가격의 렌즈+ 블루라이트 차단광 코팅 = 양쪽 6만 원이 나왔습니다. 비싼 금액은 아닌데, 또 이걸 놔두고 두 자릿 수 금액을 들여서 새 렌즈를 맞추기에는 애매하게 아까워서 말이죠. 데스크용 다초점렌즈를 쓰고는 싶은데, 들인 돈이 아까워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돋보기 안경 맞추느라 고이고이 아껴놓은(?) 인천시 일상회복지원금을 한 방에 날렸습니다. 으으으. 치킨을 너다섯 반은 먹을 금액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작년 11월에 근시용 안경 맞춘 것도 인천시 코로나 재난지원금이었는데. 인천시에서 받은 돈은 모두, 안경 렌즈 맞추는 데 썼구나~.

 

 

◇ 덧. 알이 너무 큰 안경은 별로 좋지 않다

 

 단초점 렌즈에 들인 6만 원을 그냥 무시하고서라도 다초점렌즈로 바꾸어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책상 위의 안경이 너무 많아진다는 것!
 으음. 안경이 많은 것도 간수 및 보관의 측면에서 꽤나, 불편한 일이더군요. 지금만 해도 외출용 근시용 안경, 운동용 근시용 안경에 더해, 돋보기 안경까지 총 세 개의 안경이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안경만 덜렁 꺼내놓을 수는 없으니, 당연히 모두 안경케이스가 있는데, 가뜩이나 좁아터진 책상 위에 안경집이 세 개나 있으니 물리적, 심리적 압박감이 꽤나 심합니다.

 

 여기에 또 다초점렌즈 안경까지 들어온다면.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네요.
 그 상황을 회피하려면, 기존에 사용하던 안경을 렌즈만 다초점으로 바꾸면 됩니다만, 이것도 그렇게 선뜻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우선
지금의 돋보기 안경을 렌즈만 다초점으로 바꾸면, 가뜩이나 돈 아까운 돋보기렌즈가 완전 잉여가 돼 버립니다. 안경렌즈로도 활용되지 못해서, 진짜 돋보기 대신 막 쓰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헐, 6만 원 짜리 돋보기.

 

 그게 싫다면, 다른 안경을 이용하면 되는데, 만만한 것은 역시 막 쓰려고 산 운동용 안경입니다.
 하지만 이건 또 렌즈가 너무 커서 문제가 됩니다. 제 운동용 안경은 예전에 구매한 빅 사이즈 라운드 테인데요. 안경은 얼굴에 비해 너무 크면 렌즈를 가공하기도 좀 골치 아프다고 하더군요. 렌즈의 굴곡도 있고, 크기 때문에라도 눈에 렌즈의 위치가 잘 안 맞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실제로 똑같은 도수로 맞춘 근시용인데도 외출용 안경과 비교했을 때 초점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처음에 두 안경을 번갈아 가면서 썼을 때에는, 유독 안경에 눈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게다가, 돋보기 안경의 경우에는 렌즈가 쓸데없이 크면 초점이 안 맞는 범위가 넓어져서 불편합니다. 사실은 지금 쓰는 단초점 돋보기 안경도, 처음에는 이 운동용 안경테에 돋보기렌즈를 끼웠다가 사용상의 편의를 생각해서 지금의  렌즈가 작은 뿔테로 교환한 것이지요.

 

 안경을 늘리기는 싫고.
 그렇다고 기껏 맞춘 돋보기 안경을 쩌리로 만들기도 싫고.
 또, 렌즈가 커다란 안경테를 활용하기도 싫고.

 

 그럼 그냥, 안경만 풍년으로 만들든가, 그냥 다초점렌즈는 포기해야겠지요.
 그리고 들인 돈이 아까워서 이도저도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이번에도 후자를 선택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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