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점화용 건전지 교체 - (비싸도) 알칼라인을 쓰자

 

 

가스레인지 점화용 건전지 교체
비싸도 알칼라인을 쓰자

 

 

 

◇ 가스레인지에는 전기가 필요하다

 

 저희 집은 물건은 아주 오래 씁니다. 보통 한 번 물건을 사면, 그게 고장 날 때까지 사용하는데, 요 녀석들이 어지간해서는 쉽게 고장도 안 나서요. 제대로 만들어진 비싼 녀석들은 10년은 가뿐히 사용합니다.

 

 저희가 예전에 사용하던 가스오븐레인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말입니다. 정말로 10년은 가뿐히 사용하다가 2년 전에야 겨우 교체를 했습니다. 교체를 한 이유는, 자꾸 누전이 돼서 집안의 누전차단기를 떨어뜨렸기 때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한 번 누전이 된 뒤 혹시 몰라서 전원코드를 뽑아놓으니 그제야 누전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누전의 범인은 가스레인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전원코드를 안 꼽아두면, 화구의 스타터가 작동하지 않아서 가스레인지 불이 안 켜집니다. 그래서 한동안 억지로 주방용 라이터로 어찌어찌 연명하다가, 이렇게는 더 못 살겠다 싶어서 새 가스레인지로 교체한 것이 요즘 쓰는 제품입니다. 어머니는 이제는 인덕션 (전기레인지)를 쓰고 싶어하셨지만, 싱크대에 매립하는 형태를 원하셔서요. 그건 나중에 싱크대 바꿀 때 하고, 당장에는 급한 대로 가스레인지를 쓰자고 해서, 다시 가스레인지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그리고 현재진행형으로 포퐁 인테리어 올수리 견적을 받는 중. 부엌에 매립형 인덕션이 들어갈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는 가스레인지에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 예전 오븐레인지가 누전을 일으켰을 때, 저는 "가스레인지에 왠 전기?"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어머니는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가스 불을 켜려면 전기가 있어야 해."라고 하시더군요. 오매. 나만 몰랐나 봐.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새로 산 가스레인지는 예전 것보다는 편리하게 건전지를 이용해 점화불꽃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 가스레인지 점화용 건전지는 (비싸도)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용하자.

 

 

 

 

 가스레인지를 사용한 지 1년 반쯤 지났을 무렵입니다. 아마도 지난 해 겨울쯤 된 것 같은데, 가스레인지의 건전지 교체램프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가스레인지 건전지 교환램프

 

붉은 경고등이 들어왔다

 

 

 가스레인지가 건전지를 교체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인데, 그래도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교체하라고 불이 깜빡깜빡 들어오니까, 그냥 바꾸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건전지를 바꾸어 주었지요. 그래서 건전지 종류를 확인한 뒤, 마트에서 새 건전지를 사와 교체해 주었습니다.

 

 저희 집 가스레인지에 들어가는 건전지는 R20짜리 건전지입니다. 이른바 뚱띵이 건전지인데,  우리가 흔히 투에이(AA), 쓰리에이(AAA), 라고 부르는 일반 사이즈의 건전지들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 저는 R20 건전지는 그 덩치만큼이나 용량도 커서, 그 건전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건전지가 오래 버텨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AA 사이즈의 에네루프와 R20 뚱띵이 건전지의 크기 비교

 

 게다가, 동네에 있는 마트에서는 건전지를 골라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그나마 자주 사용하는 AA 사이즈나 AAA사이즈는 E사만이 아니라, D사도 있고 B사도 있는 등 여러 브랜드가 놓여 있지만, R20쯤 되면 그 자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야 할 상황입니다. 이마저도 집앞의 슈퍼에는 없더군요. 그나마 대형 식자재 마트에 가니까 B사의 것이 있었습니다.

 

 뚱띵이 건전지는 덩치값을 할 것이다. + 어차피 선택의 여지도 없다.
 그래서 가스레인지 건전지를 바꿔줄 때 별 생각 없이 아무 건전지를 사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교체하고 한 달이나 지났을까. 또다시 건전지. 교체램프에 빠알갛게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이제는 화구에 불이 안 붙습니…….. 끄얼.  저희 집 가스레인지는 화구가 3개까지인데, 가장 큰 대화구가 때때로 점화가 안 됩니다……. 아침이나 그럴 때, 가스레인지를 오래 안 쓰다가 켜면 잘 켜지는데요. 다른 화구를 사용하고 있다거나 할 때에는 처음에는 불이 붙는 것 같다가도 레버에서 손을 놓으면 불이 픽~ 하고 꺼져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 시간만 되면 아주 골룸해집니다.
 보통 저녁준비를 하다보면 화구 두 개 정도는 동시에 사용합니다. 대화구와 중간 크기의 화구. 근디, 가장 화력이 좋고 위치상 사용하기 가장 편한 대화구가 불이 안 붙으면, 꽤나 골치 아파지는 것이지요.

 

 아니, 건전지를 교체하기 전까지는 이전에 사용할 때에는 그 존재를 거의 잊고 지낼 정도로 오래 갔는데, 이번에는 왜 이럼? 혹시 가스레인지 (혹은 램프)가 고장 난 것일까?

 

 그런 의심 아닌 의심에, 혹시 몰라서 사용설명서를 소환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손잡이를 놓으면 바로 불이 꺼지는 것은 점화불꽃용 건전지 때문이라고는 합니다. 건전지 힘이 약하니 교체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걸 보면, 건전지 교환램프에 불이 들어온 것이 완전히 오작동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대체 건전지가 왜 이리 빨리 닳은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도, 사용설명서에는 친절하게 주의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점화불꽃용 건전지는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용해 주십시오.
일반 망간 건전지를 사용할 경우, 교체주기가 매우 빨라질 수 있습니다.”

 

 

 

점화불꽃용 건전지는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용해 주십시요…….

점화불꽃용 건전지는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용해 주십……

점화불꽃용 건전지는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용……

점화불꽃용 건전지는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

 

 

 

 ……의문은 모두 풀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스레인지를 구매할 때 꽂혀 있던 건, E사의 건전지였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하아.

 

솔직히 말해서 AA 사이즈 건전지나 AAA 사이즈의 건전지는, 알칼라인 건전지나 일반 망간 건전지나 사용할 때 차이를 느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알칼라인 건전지 쪽이 더 파워가 좋은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더 오래 갈지도 모르겠지만), 사용할 때 불편할 정도로 그 차이를 체감한 적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가스레인지의 점화불꽃용 건전지는 진짜, 출신의 차이를 역력하게 드러내네요. 

 

 

 덕분에 건전지 사러 간만에 홈플러스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어차피 루이보스 차를 사러 홈플러스에 갈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같이 사 왔는데요. 가면서도 생각한 건, “아, 다음부터는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해 버릴까부다.”.  

 

 건전지 하나 사러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까지 가는 것이 성가신 것도 있었지만, 막상 다녀와보니, 정말로 인터넷에서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건전지는 묵직하지(R20짜리가 네 개나 들어있다보니 은근히 무게가 나가더군요), 예전에는 종류가 다양했던 홍차 및 다른 차들도 내가 즐겨 마시는 것은 쏙 빠지고 없지. 오프라인 매장을 갈 메리트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럴 거라면, 그냥 배송비를 물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해 주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대형마트에 가든! 인터넷으로 주문하든! 지역화폐를 쓰지 못하고 신용카드만 쓸 수 있다는 건 동일하니까!

 

◇ 덧. 가스레인지 건전지 교체하기

 

점화불꽃용 건전지를 교체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 집 가스레인지 (린나이 제품)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가스레인지 우측의 뒤쪽에 손을 넣어서 더듬더듬 해 보면 중간 정도 위치에서 건전지가 만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건전지를 꽂아넣는 부분에는 커버가 없어서, 보면 건전지가 그냥 보입니다. 그 건전지가 만져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교체할 때에는 그냥 건전지를 뺀 뒤에 +, - 극 위치를 맞춰서 끼워넣으면 됩니다.

 

가스레인지 뒷면

 

 홈에서 건전지만 뺀 뒤, 극을 맞추어 다시 끼우기면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