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치비아츠 타이거앤버니,
요마네 바디로 오비츠로이드 개조
(1) 바니는 목 파츠를 잘라서 길이를 조정해줘야 함.
(2) 코테츠는 따로 조정해줄 필요 없음.
1. 주문한 바디가 왔다
평소부터 구체관절인형에 대한 관심은 많았습니다.
어릴 때에는 미미나 바비인형의 팔꿈치와 무릎이 안 움직인다는 사실이 매우, 심히, 엄청나게 불만스러웠고, 성인이 되어서는 제가 원하는 캐릭터의 구체관절인형을 갖고 싶었죠. 하지만 저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모두 커스텀을 해야 해서 포기.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구체관절인형은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또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액션피규어랑, 하나의 몸체에 머리와 팔 파츠를 교환해서 끼울 수 있는 피규어로 그냥 만족하고 있었는데요. 조립형 피규어를 구체관절인형처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비츠로이드. 피규어의 머리를 오비츠 11의 몸체에 결합시킨 것입니다.
이 오비츠로이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몇 개월 전입니다. 그렇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선뜻 바디를 구매하지 못하다가, 지난 금요일, 갑자기 무슨 삘이 왔는지 새벽에 미친 듯이 이리 검색하고 저리 검색해서는 끝내 새로운 바디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요마네 토이의 바디입니다.
주말에 주문했기 때문에 실제 주문이 접수된 것은 월요일. 보통은 접수된 다음 날 발송되곤 하는데, 이 업체는 발송이 매우 빠르더군요. 주문이 들어갈 월요일날 바로 물건이 발송, 택배사로 넘어갔습니다. 덕분에 화요일에는 집에 도착했더랬지요. 원래 뭔가에 집중하면 바로바로 처리를 해야 하는 성격인지라, 도착한 날 바로 바니와 타이거의 오비츠로이드 개조에 들어갔습니다.
2. 치비아츠 타이거앤버니 오비츠로이드, 아니 요마네로이드 개조
오비츠로이드를 만들 때 가장 신경쓰이는 몸체와 머리의 결합입니다.
넨도로이드로 오비츠로이드를 만드는 분들 중에는 약간의 개조작업을 해줘야 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어떤 분들은 오비구를 사서 몸체에 있는 목파츠와 교체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집에 있는 면봉이나 기타 생활용품을 이용해 몸체의 목파츠와 교체하기도 합니다.
저는 세 번째 방법을 택했습니다. 몸체에 있는 부품을 깎고 닦고 조여준 것이지요.
1번 타자 바니입니다. 아폴론 버디를 모두 좋아하지만, 상대적으로 바니를 더 예뻐하기 때문에 모든 바니가 우선입니다. 덕분에 늘 실험대상이 되는 것도 바니이지만요.
오비츠 11도 그렇고 요마네 바디도 그렇고, 몸체를 보면 목 가장 윗부분에 삼각형의 조형물이 달려있고, 아래쪽에는 또 넙적한 부위가 있습니다. 삼각형의 조형물은 나사를 풀어주면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 그리고 밑 부분의 납작한 부위는 아트나이트로 다 깎아줬습니다.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바니 머리를 몸체에 얹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목에 끼워지는 것이 아니라, 목 위에 그냥 얹히는 수준이 되어버리더군요. 그래서 더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목 아랫쪽의 납작한 부위를 아트나이프를 이용해서 다 잘라내주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목에 꼬옥 끼워지는 느낌이 없어서, 목 파츠 자체를 윗부분을 니퍼로 조금 잘라버리는 것으로 짧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깎은 뒤, 목 부위에 아주 살짝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두께 조절을 해 주니, 머리가 딱 비율좋게 안정적으로 잘 끼워졌습니다.
반면에 타이거 아찌, 코테츠는 별로 고생 안 했습니다.
끙끙거리며 바니 몸체 만든데 이어 바로 코테츠 몸체 만들기.
그런데 바니 몸체 만드는데 체력과 정신력을 너무 많이 써서 말입니다. 그 짓을 또 하려니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나이프로 몸체를 깎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업체에서 보내준 오비츠로이드용 오비구로 교체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는데, 일단 오비구만 목에 찔러넣어보니, 이런. 오비구가 너무 얇았습니다. 가뜩이나 바디에 딸려있는 목 파츠 자체가 치비아츠의 목파츠보다 얇았는데, 오비구는 그것보다 더 얇아!!!! 오히려 그냥 몸체에 붙어 있는 목 파츠 쪽이 오비구보다 더 두꺼워서 그냥, 몸체의 목에 머리를 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바니가 몸체에 딸린 목파츠를 이용하면 비율이 이상해지던 것과 달리, 코테츠는 보기에도 딱 좋을 정도로 머리가 목에 쏘옥 들어가더군요. 물론, 목 파츠의 두께 때문에 고개를 움직이면 머리가 미끄러지긴 했지만, 겉보기 비율로는 아무 문제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에 마스킹테이프를 감아주는 것으로 대처했고, 그 결과, 아무 문제 없이 몸과 머리를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 대신 고생은 다른데서 했지요.
(목 파츠를 오비구로 교환해 보겠다고 가슴판을 열려다가, 기어코 오른팔 어깨를 부러뜨러 먹었습니다. 크윽!
다행히 관절부위는 평범한 오비구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해서, 업체에서 목 교환용으로 쓰라고 사은품으로 준 오비구를 어깨관절로 바꿔끼웠습니다. 문제는 부러진 어깨부품을 꺼내려면 결국 가슴판을 열어야 한다는 거. 이 가슴판이 쉽게 안 열려서 내부에 흠집날 거 각오하고, 안경 드라이버 일자형을 찔러넣어서 지렛대로 삼아 조금씩 열었습니다.
진짜, 아트나이프 들고 목을 깎아내던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뻑뻑한지.
정말로 가슴판을 열 필요가 있거나, 뻑뻑하게 끼워진 부품 다시 빼는 것에 익숙,능숙한 분이 아니면, 가능하면 가슴판은 그냥 두라고 하고 싶네요. )
- 아무 손도 안 댄 코테츠 몸체에 바니의 머리를 끼운 것.
목에 끼워진 것이 아니라, 목 위에 얹혀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쨌든.
이쯤 되니까, 갑자기 바니 쪽도 굳이 목 부위를 깎아낼 필요가 없었나? 싶은 의심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괜한 설레발을 친 건가? 싶어서, 한 번 몸체를 서로 바꾸어서 끼워봤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바니 머리는 기본 상태의 목에는 완전히 다 안 들어갔습니다.
왜 그런가 싶어서 바니와 코테츠의 머리를 요리조리 살펴봤는데요.
알고 보니까 코테츠와 바니 머리의 턱 깊이가 다르더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아랫입술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바니가 더 짧음. 그래서 머리가 목에 얕게 들어갔던 겁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코테츠는 턱이 더 길어서 바니머리보다 더 깊숙하게 머리가 끼워져서 몸체에 별다른 가공이 필요 없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코테츠가 수염이 있다보니, 그만큼 바니보다 턱이 길어진 모양입니다. 수염 아저씨의 수염이 이럴 때에도 도움이 되네요.
요약하자면.
1. 바니는 목 파츠의 길이를 조정해줘야 함.
밑에 납작한 부분은 깎아내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목 파츠 자체는 윗부분을 잘라내 좀 짧게 만들어야 안정적으로 끼워질 듯. (얼굴이 작고 턱이 짧아서 그렇다).
2. 코테츠는 따로 조정해줄 필요 없음.
3. 둘 다 목 파츠 두께는 결합구멍보다 미묘하게 얇아서 마스킹 테이프를 한땀 정도는 붙여줘야 꼬옥 맞음.
(한바퀴까지 두를 필요도 없음. 1/4만 붙여줘도 충분함.).
그런 과정을 거쳐서, 바니도 코테츠도 각자 몸에 잘 안착했습니다.
3. 기동샷
음. 모처럼 팔다리가 움직이는 몸으로 만들어줬는데도, 주인이 센스가 영 없다보니 별 자세는 못 취해줬습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우드 미니어쳐가 오비츠 11 사이즈에 딱 맞는다고 해서, 저도 저희 동네 다이소를 다 뒤져봤는데요. 저희 동네에는 없더군요. 그래서 포기. 뭐, 애초에 그렇게 피규어룸을 꾸며놔도 놓을 공간도 없습니다. 오죽 공간이 부족하면, 액션피규어들은 프라모델용 체이서에 합석하고 있을까.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사실 피규어들을 구체관절인형으로 만든 것은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서 입혀보고 싶어서입니다. 일본의 팬분들이 각종 옷을 입히는 걸 보니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어져서 말이죠. 참고로, 바지들이랑 코테츠가 입고 있는 하얀 셔츠는 몸체를 살 때 같이 산 옷입니다.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힐 생각이긴 했는데, 제가 언제 옷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서요. 그때까지 알몸으로 있게 할 수도 없고, 또 그냥 몸체를 놀리고 있을 수도 없어서 일단 몸을 가릴 용도로 한 벌씩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따로 주문했던 원단이 인형과 같은 날 도착하는 바람에 몸체를 만들어준 날 급거 인형옷도 시험제작. 특히 검은 천은 바니 티셔츠 용도로 산 거라, 바로 바니의 티셔츠를 꼼지락꼼지락 손바느질로 만들어봤습니다.
4. 오비츠 기본 티셔츠 만들기
마침 티셔츠와 바지를 바디와 함께 구입해 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 티셔츠를 대고 대충 종이본을 떴습니다. 그렇게 만든 임시 종이본의 치수를 약간 조정해서 최종 종이본을 완성.
원래는 종이본을 원단 위에 대고 패턴을 그려줘야 하는데, 하필 원단이 검은색이라서요. 다른 색 천과 달리 샤프나 볼펜으로 재봉선을 그릴 수가 없어서(하얀색연필을 써 봤는데도 잘 안 그려짐), 그냥 본 하나를 더 만들어서 원단에 붙여줬습니다. 그리고 종이본 가장자리를 따라 바느질을 했지요. 올풀림을 막기 위해 티셔츠의 밑단과 소맷단을 접어줬는데, 가뜩이나 작고 얇은 천을 한 장 한 장 작업해야 하는데 종이본까지 달려있어서 무척 거치적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저 수치대로 만드니 소매가 약간 타이트했습니다. 못 입힐 정도는 아닌데 1mm 정도는 통을 더 넓게 해 주는 편이, 밑단이나 시접이 손에 걸려려서 소매 밖으로 삐져나오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티셔츠 외에 와이셔츠와 바지의 종이본도 만들어놓았습니다.
아직은 무슨 디자인으로 만들어주면 좋을지 잘 생각이 안 나서 금방은 못 만들지 모르겠지만, 실제 수치를 확인해볼 겸 한 번은 만들어봐야겠지요.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데, 참 쓸데없는 일은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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