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오덕오덕

피규어 사진찍기 놀이. 급 타이거 앤 버니의 다크니스 버니에 대한 뽐뿌가 왔습니다.

하프피프티 2020. 8. 31. 01:05

ㅣ사건의 발단

 요 몇 년 간 사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배우는 건 아니고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구도 잡는 법이니 빛을 다루는 법이니 하는 것들을 어깨너머로 눈동냥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네이버에서 원래는 돈 내고 받아야 하는 강습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를 이따금 블로그에 올려주시는 사진작가님이 있어서요. 그 분에게서 얻은 지식을 이용해 그 분을 따라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밖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야 할 텐데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는 것도 저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니까요. 뭐, 30일 자정을 시작으로 (미묘하게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덕분에 더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도 했지만요.
 그렇게 실내에만 묶여있게 되다보니, 예의 그 작가분이 실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더군요.
 집에 굴러다니는 CD랑 레고인형이랑 분무기로 찍은 사진인데도 왜 그리 멋진지(장비도 좋겠거니 당연히 찍는 사람의 실력 때문이겠지).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더군요.
 다행히 저희 집에도 피사체가 될 만한 것들이 꽤 있습니다.
 CD는 아예 공시디가 아직 40장은 족히 남았고 이제는 안 쓰는 CD도 당연히 있으며,  레고인형은 없지만 대신에 프라모델과 피규어가 있습니다.

 

TIger & Bunny 반다이 S.H 피규어아츠 라이즈6  스타일 2 프라모델 및 더블 체이서

 

 작품상 순서는 TV판에 나온 스타일 1이 더 먼저이지만, 제가 구입한 순서는 스타일 2 프라모델 쪽이 더 먼저입니다. 2018년 1월과 10월에 구입.
 당시에는 극장판에 나온 스타일 2 히어로 슈트가 더 멋지다고 생각해서 스타일 2를 우선했는데요. 요즘에는 코테츠는 스타일 2가 더 멋지지만, 유선형이 인상적이던 버니는 TV판의 스타일 1이 더 나은 것 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도 그런 감상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모션은 스타일 2가 더 낫지만 디자인은 스타일 1이 더 좋다고.
 피규어가 아닌 것은, 제가 (만들기에는 젬병인 곰발개발인 주제에)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에 요렇~게 집중하고 있는 게 참 좋더군요. 그래서 손이 좀 더 가더라도 (뭐, 가격도 그만큼 싸기도 하지만요) 프라모델로 골랐습니다. 참고로 국내에는 바나비의 재고가 없어서 처음에는 바나비 스타일 1 MG와 코테츠를 구입하고, 바나비와 체이서는 그 뒤 10월에 구매대행을 통해 스루가야에서 샀습니다.
 중고를 산 덕분에 가격은 놀랄 만큼 쌌는데요, 문제는 국제배송비. 체이서가 괜히 더블이 아니었던 듯, 무게가 꽤 많이 나가더군요. 게다가 스루가야에서 제품이 상하지 말라고, 프라모델을 위아래로 포개는 게 아니라 좌우로 나란히 놓는 바람에 부피가 어마무시하게 커졌…….
  국제배송비는 무게와 그리고 부피로 책정이 돼죠. 예. 무게도 무겁고 부피도 알흠답게 컸던 탓에 거의 물건 값 만큼 배송비가 나갔습니다. 그 금액은 지금까지도 역대급입니다.

 일본구매대행 카페 <<재팬아키바 구매후기>>

 

TIger & Bunny 반다이 S.H 피규어아츠 스타일 1 피규어


 원래 성격이 좀 강박적인 구석이 있어서요. 뭔가 틀에 맞고 각이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타일 2 버디를 프라모델로 완성해 놓으니, 왠지 스타일 1도 갖춰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더군요.
 그런 참에 마침 덕후의 천적, 조카가 내습하셨습니다.

 

응? 걔가 왜?

 

 오빠의 딸입니다. 나이는 올해 7살.
 이 아이가 지금까지는 관심도 보이지 않던 스타일 2 프라모델에 급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여자아이라 그냥 만져보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애가 프라모델로 액션영화를 찍는 게 아니겠습니까. 계속 이대로 놔뒀다가는 가뜩이나 조립형이라 관절부위가 약한 프라모델을 잡겠다 싶어서, 조카에게 안겨줄 용도로 시급히, 부랴부랴, 그날 밤에 당장(!) 구매대행을 이용해 스루가야에서 구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코로나가 격화되어 조카가 실제로 이 피규어를 본 것은 지난 8월 15일. 아니나 다를까, 프라모델과 비슷하게 생겨서인지 바로 관심을 보였습니다(쟤네는 왜 똑같이 생겼어? 쌍둥이야?). 원래대로라면 조카에게 갖고 놀라고 줬어야 하는데, 1월 이후로 지난 7개월간 제가 보관하더보니 그만 정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접촉을 미연에 차단해 버렸다지요. “이건 고모가 소중히 여기는 거니까 만지면 안 돼.”

 HAHAHAHAHAHA!

  이런 어른스럽지 못한 고모같으니라고.
  하지만 전 성격성향상(동상이몽 성격유형검사 중 진성 비버형) 제 물건, 특히 아끼는 물건을 건드리는 걸 되게, 매우, 무척, 엄청나게 싫어합니다. 거부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네요.

  어쨌든. 이렇게 피규어 두 체와 프라모델 네 체가 있어서 사진 찍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그리고실제로 어제 오늘 찰칵 찰칵 사진을 찍고 놀았습니다).

  - 왠지 레고스러운 사진찍기 놀이

아폴론 버디를 내려다보는 수상쩍은(?) 실루엣
응? 저건?

 

 

 

저 녀석들, 뭔데 우리와 똑같이 생겼죠?

ㅣ 어서오세오, 피규어의 세계에

  그런데 사람, 욕심을 내면 끝이 없지요.
  게다가 전 용도가 다르면 같은 물건이라도 여러 개를 사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 딱딱 선을 긋고 자기 영역이 확실한 성격 때문인 것 같은데요, 실내에서 사진찍기 놀이에 동참해 보려고 하니까, 새삼스레 사진찍기 놀이에 전용으로 사용할 인형 같은 것을 갖고 싶어지더군요.

 처음에 생각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무민인형이었습니다. 핀란드의 요괴라고 하기에는 선하고, 요정이라고 하기에는 심이 후덕하신 이 매력적인 캐릭터 상품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까 자잘한 소품과 무민 캐릭터 인형이 포함된 세트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던 것은 여유로운 오후의 낚시 하우스. 
  그런데 요 녀석, 감찍하기는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구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다른 시리즈 하나를 같이 더 사고 싶을 정도였는데, 가격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꽤 비싼 편이었습니다. 두 개를 사는 것은 어불성설. 그런 이유에서 일단 무민은 보류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살펴본 것은 바로 레고 브릭이었습니다.
 왜, 레고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원래 있던 블록 말고도 추가로 블록을 더 사거나, 아예 처음부터 종류가 정해지 있지 않은 블록을 사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그건 저도 한참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이번 일을 계기로 레고 브릭을 사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쪽도 브릭 숫자에 욕심을 부리니, 또 가격이 열심히 상승.

 “에이쒸. 뭐야. 뭐만 하려고 하면 가격이 이렇게 비싸.”

  그래서 결국, 손가락만한 크기의 쪼만한 피사체들은 크기에 걸맞지 않은 가격 때문에 일단 보류했습니다.
  그런 참에 눈길이 미친 것이 스루가야. 그리고 버나비 브룩스 Jr.의 흑역사  매버릭에게 기억을 조종당할 당시의, 검은 히어로 슈트 차림의 바나비. 이른바 다크니스 버니였습니다.

 

요것의 피규어

 

스루가야 S.H 피규어아츠 <<다크니스 버니>>

 

 저는 오덕후입니다만, 사실 굿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이든 애니든 그냥 본편만 즐기고 말이죠. 특히 굿즈의 대명사, 피규어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기억상으로 중딩 때부터 덕질을 한 것 같은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몇 년 전이더라. 하여간에 꽤 오래 전부터 의외로 피규어는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피규어를 관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피규어 같은 장식용 굿즈는 햇빛 같은 것을 조심하지 않으면 변색이 되고, 잘못 만지면 또 상품이 상햐죠. 거기에 먼지는 기본. 아니 어떠한 외적인 충격보다 그 먼지가 더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책상이나 책장에 세워놨다가 먼지가 쌓이고, 그 먼지가 눌러붙으면……. 으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제 귀차니즘에 젖은 성격상, 아무래도 저 피규어들을 산소와 햇빛과 먼지에서 지켜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피규어는 애초부터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피규어는 아니고 프라모델이지만 그런 것을 책상 위에 장식을 해 두고, 거기에 어쩌다가 가동식 피규어까지 사 보니, 이게 생각만큼 나쁜 것이 아닌 것 같더군요. 그렇게 한 번 마음을 열게 되자, 진입장벽은 급속도로 없어져 버렸고, 지금은 갖고 놀 인형으로서의 액션 피규어나 프라모델만이 아니라, 장식 목적의 피규어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이번에 동인지를 사면서  평상복 차림의 피규어아츠 제로 바나비 브룩스 Jr.와 코테츠를 같이 사보려고 했었지요. 다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동인지를 사는데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서, 일단 보류를 했지만요. 그렇긴 해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 피규어들을 사려고  마음 먹은 상태였습니다.

 

피규어아츠 제로 바나비 브룩스 JR.와 카부라키 코테츠

 

피규어아츠 제로 카부라키 코테츠

 

 그렇긴 한데, 요 평상복 차림의 피규어아츠 제로 바나비 브룩스 Jr.와 코테츠는 파츠 교환은 가능해도 기본적으로 세워놓고 눈으로 사랑하는(?) 제품입니다. 사진을 찍고 놀려면 역시 팔다리를 마구 움직여서 마음에 드는 포즈를 취할 수 있는 가동식 피규어가 제격이지요. 그리하야. 잠시 고민한 끝에, 평상복 피규어는 잠시 옆에 내려놓고 대신 다크니스 버니를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에 불과 며칠 전에 통판업체에서 산 동인지를 페덱스로 받았으니까요. 이렇게 연이어서 바로 또 질러버리는 건 안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다크니스 버니는 일단 9월에 일한 돈이 들어오고, 그때까지 재고가 남아있으면 그때 사자, 라고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스루가야 피규어아츠 제로 카부라기 코테츠 
스루가야 피규어아츠 제로 바나비 브룩스Jr.

 

ㅣ 스루가야의 뽐뿌질. 타임세일

 그렇게 겨우 마음을 다잡았는데, 스루가야가 오늘 제게 제대로 뽐뿌질을 해댔습니다. 
 30일 12시부터 자정까지 타임할인에 들어간 것!
 그 덕분에 다크니스 버니와  평상복 차림의 피규어도 버니 쪽이 타임세일에 들어갔습니다. 가격은 약 200 엔에서  250엔 가량을 할인하는 것 같더군요.  그걸 보니 구매의욕이 굉장히 강하게 자극되더군요. 덕분에 침대에 발랑 누워있다가 반동에 몸을 뒤집어서 엎드렸습니다.

 

 뭐야, 이건. 당장 사야 해.

 

하지만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위해 다음 구매대행은 9월 달로 연기한 상태. 

 - 그렇지만 사고 싶다.
사진을 찍으려 산다고 해도 그 정도 크기의 피규어는 의외로 전신샷을 다찍기 어려움. 활용하지 않으려면 굳이 새 걸 살 필요는 없음.
- 그렇지만 사고 싶다. 
그렇다면 T&B 등장인물들은 모두 SD 버젼도 있으니 그걸로 사 볼까.
- 이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피규어일지도 모르는데, 평상복 차림의 피규어는 등신대 피규어로 사고 싶다. 그리고 다크니스 버니는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아놔, 그래서 어쩌라고!!!

 


 의견이 취합되질 않고 계속 원점을 복귀하는 통해 결국, 고민만 하다가 타임세일이 끝나는 시간이 다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한 번 시작된 뽐뿌질, 원래 사려던 피규어아츠 제로의 평상복 피규어에 어떤 형태가 됐든, 등신대가 됐든 SD가 됐든 다크니스 버니가 끼어들 것만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아마도 그냥 셋 모두 피규어아츠의 등신대 피규어는 사는 것이겠지.
  (내가 차마 다크니스 버니의 짝궁으로 H-01까지는 못 끼워주겠다. 새우(?)는 헬멧의 눈 부위가 너무 안드로이드스러워서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응? 다크니스 버니가 누군가요? (아직 23,4화를 맞이하지 않은 TVA 버니)
누굴 데려온다고?!
그 여편네(?)가 무슨 생각으로 내 흑역사를....! 젠장
버니버니. 잠깐 기다려. 진정해
어떻게 진정을 합니까? 그 여편네가 건드려서는 안 될 걸 건드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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