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끔 사진

DSLR로 달사진 찍는 법 - 캐논 800d + 캐논 헝그리망원 EF-S 55-250mm F4~5.6 IS II

하프피프티 2021. 6. 16. 04:56

DSLR로 달사진 찍는 법
캐논 800d + 캐논 헝그리망원 EF-S 55-250mm F4~5.6 IS II

 

초승달 (상현) - 크레센도 문

 

  달에 반하다

 

 사진을 잘 찍으시는 분들을 보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풍경이 멋진 먼 곳에까지 출사를 나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우포늪이라든가 제천 의림지라든가, 강원도 안반데기라든가.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그렇게 부지런(?)해진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저는 여전히 엉덩이가 무겁습니다. 뚜벅이, 쉽게 말해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는 인생인지라, 먼 곳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만, 살다보니 그렇게 일부러 먼 곳에까지 나갈 생각은 잘 할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로 집주변에서 소화가능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달사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은하수처럼 지리적인 조건도 매우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또 개인적으로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이 걸려 있는 그런 약간 황량하고 건조한 느낌의 달사진을 좋아합니다. 다행히 아파트 주차장 바로 옆이 산인지라, 일단 나뭇가지는 언제든지 소환이 가능합니다.

 

 뭐, 그런 것치고는 얼마 전에 슈퍼문이니 월식이니 하는 대자연의 장대한 이벤트가 벌어졌음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말았는데요. 요 며칠은 또 달의 매력에 살짝 홀렸습니다.

 

지난 토요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세상에. 실선과도 같이 가늘고 섬세한 초승달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그러진 곳 없는 매끈한 호를 그리면서도 그렇게 가느다랄 수 있다니, 꼭 금실로 수를 놓은 것 같았습니다.

 

 월요일에도 토요일보다는 살짝 살이 붙긴 했지만, 섬세한 초승달은 여전히 예뻤습니다. 아, 저거, 사진으로 찍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는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인 화요일에는 “아, 저건 사진으로 찍어야 돼!”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집에 들어가면 카메라랑 삼각대를 들고 바로 나와야지,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 나는 이런 때를 위해서 망원렌즈를 산 거였어.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짐도 내려놓는 둥 마는 둥 하고 카메라와 렌즈와 삼각대를 챙겨들고 부랴부랴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원래 마음같아서는 외출한 길에 지났던 동네의 산책로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달을 찍고 싶었습니다만, 시간이 좀 늦은 관계 + 사진을 찍다보면 또 시간이 지날 것이기 때문에 = 너무 늦을 것 같아서 그냥 아파트 주차장에서 찍기로 했습니다. 

 

 

 

 

   카메라로는 처음 찍어보는 달

 

 

 달사진은 찍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카메라 설정을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1. ISO는 최대한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기 위해 100. 셔터스피드 확보를 위해 400까지는 올릴 수 있음.  
 2. 조리개는 심도를 깊게 해서 주변부까지 모두 잘 나올 수 있도록 8~11 정도.
 3. 측광은 스팟 측광.
 
4. 달의 바다와 육지의 명암을 또렷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1/3~ 1스탑 정도 낮춰서 촬영하기.

 

 그렇긴 한데, 처음 찍을 때에는 그냥 저 혼자 그냥 멋대로 찍어봤습니다.
 뭐, 그래도 제 눈에는 괜찮게 나온 것 같습니다. 오히려 처음에 찍을 때에는 오롯이 달에만 집중하느라 달을 자동초점으로 맞추어서 찍었는데, 인터넷에서 본 설정대로 찍을 때에는 잠시 딴짓(?)을 하느라 초점을 수동초점으로 바꿔놓은 상태였습니다.

 

 원래 자동렌즈이기 때문에 수동초점으로 바꾸어도 인디케이터가 초점이 맞았는지 여부를 알려주는데, 생각해 보니 이번에는 인디케이터가 작동하는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라이브뷰로 찍어서 그런가? 어쨌든.
 순수하게 눈으로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초점이 잘 안 맞은 모양입니다. 흔들린 느낌은 없는데 약간 흐릿합니다(안경을 쓰고 초점을 맞춰도 제대로 맞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안 비밀).

 

 그래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ISO도 비교적 높게 설정하고 조리개도 상대적으로 개방해 놓은 기념할 만한 “첫 컷”이 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기념할 만한 첫 달 사진.
 메타정보는 조리개 5.6 / ISO 800 / 셔터속도 1: 15 .
 초점거리는 100mm이지만, 이 사진 자체는 원본을 크롭한 사진입니다.
 원래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달이 옆에 있는 다른 아파트 옥상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왠지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아파트와 함께 찍었는데, 그러다 보니 달이 너무 작더군요. 그래서 달만 잘라냈습니다. 즉, 초점거리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

 위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 나온 방법대로 찍은 사진보다는 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잘 살기도 했고요.


 
 

 

 인터넷에 나온 방법대로 찍은 사진입니다.
 메타정보는 조리개 8 / ISO 100 / 셔터속도 1: 1 / 초점거리 208mm

 위에서도 말했지만, 언뜻 보기에는 잘 나왔습니다. 흔들림도 없고 이지러지지도 않았으며, 확대해서 보면 달의 크레이터도 보입니다. 그러나, 흐릿해! 칼핀이 아니라 약간 흐릿합니다!

 

 

 

 

 

 달만 찍는 것은 그럭저럭 잘 나왔으니, 이제는 제 취향대로 나뭇가지와 달을 조합해 찍어봤습니다.
 달만 찍을 때에는 주위배경의 노출 따위는 다 쌈싸먹어도 상관없었지만(오히려 어둡게 나올수록 좋음), 나뭇가지까지 같이 찍으려면 스팟측광으로는 노출을 제대로 잡아주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화면 전체의 빛을 계산하는 평가측광으로 바꿔어서 촬영.

 

 그리고, 렌즈가 자꾸 초점을 제대로 못 잡고 헤매기에 그냥 초점은 자동초점을 끄고 MF로 바꾸어줬습니다. 그런 뒤, 그냥 대충 나뭇가지가 있겠거니 싶은 곳을 액정으로 콕 찍어서 (삼각대에 올려놓고 찍느라 라이브뷰 촬영 중) 촬영했습니다.

 

 그랬더니, 음.
 진짜 미묘한 사진이 나왔습니다. 아니, 그냥 망한 사진이라고 해야 할까요.
 달이 너무 밝지 않게 노출을 억제한 사진(위)에서는 주변이 나뭇가지가 시커멓게 나와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을 아주 잘, 미간에 주름을 잡고 응시하면 달을 둘러싼 나뭇잎과 가지들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들이 좀 보이라고 그걸 약간 밝혀줬더니, 달이 그냥 빛덩어리가 돼 버렸습니다(아래). 심지어는 원래대로라면 그늘져서 보이지 않는 달의 음지 부분까지 표현되는 것 같다! 덕분에, 초승달의 감성은 다 팔아먹고 보름달이 돼 버렸습니다.

 

 하아아.
 달의 모습을 선명하게 담기보다는 하늘에 달이 떠 있다~ 라는 느낌 정도로 찍은 것이긴 한데, 참으로 못 찍었습니다. 그 와중에 나뭇가지는 제대로 초점이 안 맞은 것인지, 아니면 바람에 흔들린 것인지 흐릿하고 말이지요.
정녕 달과 배경을 같이 나오게 할 방법은 없는 것, 아니구나. 있긴 하군. 노출차이가 심한 사진을 찍을 때를 위한 머스트 아이템! 그라데이션 필터가.

 

호루스벤누 그라데이션 필터/ 출처 네이버

 

 

 그러고 보면, 5월에도 등나무 꽃을 찍다가 기가 막힌 노출차이 때문에 완전 망한 사진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망원렌즈에 이어 그라데이션 필터도 사야지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예감 아닌 확신이 드는군요.  젠장. 망원렌즈 사고 장비병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덤. 아이폰으로 달사진 찍기


​인터넷을 보니, 스마트폰으로도 달사진을 잘 찍는 분들이 참 많더군요. 저 자신도 몇 번인가 도전해 봤지만, 잘 안 되더군요. 달이 그냥 둥그런 빛덩어리로만 찍힙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나온 그 방법은 달 잘 찍히기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뭐, 내일에라도 한 번 따라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또, 현재진행형으로 사진보정을 위해 어도비 라이트룸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이 앱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셔터속도와 ISO 조정이 가능합니다. 나,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스마트폰 사진은 그냥 노출이랑 초점만 조정해서 찍곤 했는데!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은 라이트룸을 이용해봐야겠습니다.

 음. 그런데 정작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문제가 되는 건 줌으로 확대했을 때 화질저하가 생기는 거잖아?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
 

 

 

 올 1월 1일에 찍은 달사진.
 달의 밝기는 둘째 치고, 줌확대로 인한 화질열화로 보름달이 다 찌그러졌음.
 과연 이 폰으로 나는 예쁜 달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오늘도 일단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려고 했다가, 초승달이 (화질저하로 일그러져서) 보름달이 돼 버리는 걸 보고 그냥 카메라로 찍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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