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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리던 날의 빗줄기 궤적 사진 : 캐논 800d + 캐논 번들렌즈 18-55mm F 4.0~5.6

하프피프티 2021. 7. 3. 01:24

폭우가 내리던 날의 빗줄기 궤적 사진 
캐논 800d + 캐논 번들렌즈 18-55mm F 4.0~5.6

 

빗줄기가 좍좍

 

 

 

 그토록 염원하던 빗줄기 궤적 사진

 


 비 내리는 날. 빗줄기의 궤적까지 보일 정도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1. 카메라 설정은 셔터속도 1/15 ~ 1/60초, 조리개는 5.6 이상.
 2. 무엇보다도 배경은 어두울 것.
 배경이 하늘이나 희끄무레한 콘크리트 빌딩이면, 투명한 빗방울과 색깔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지 않음.
 3. 역광으로 빛을 받을 것.
 해가 져서 어두운 가운데, 가로등불빛을 역광으로 받으면서 찍으면 가로등불빛이 닿는 부분, 어두컴컴한 가운데 자동차 헤어라이트를 역광으로 받으면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부분은 빗줄기가 부분적으로나마 보임.

 

 대충 이 정도의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저는 지난 5월부터 비가 내리는 속의 피사체를 찍고 싶어서, 비만 내리면 바로 카메라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첫 도전에서 성공한 건지 실패한 건지 미묘한 결과를 얻은 뒤로, 그 다음부터는 위에서 말한 저 정보를 바탕으로 계속 촬영을 시도했는데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빗줄기와 예쁜 꽃을 같이 찍어보고 싶어서 카메라 앞에 꽃을 놨다가, 의도치 않은 아웃포커스 현상을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덕에 배경은 온통 희뿌옇게 뭉개지고 피사체가 된 꽃만 정말 두드러지게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배경이 뭉개지면서, 원래대로라면 그곳에서 같이 쏟아져 내려줬어야 할 빗줄기도 함께 뭉개짐. 그냥 꽃만 예쁜 사진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도전에서는 그런 점을 유의하기 위해 비가 내리자 아예 밖에서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셔터스피드는 적당히 느리게. 조리개도 너무 개방하지 않게끔. 그리고 뭣보다, 뒤쪽 배경이 어둡게끔 어두운 곳에 있는 피사체들을 골라서 찍어봤습니다. 그랬는데. 그 정도 그늘에 있는 것으로는 배경이 어둡다고 할 수 없었나 봅니다. 또 빗물에 촉촉하게 젖은 예쁜 꽃만 완성되고 말았습니다.

 

 카메라 설정이야 내가 조절하면 되지만, 저 배경만큼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빗줄기 궤적이 잘 나온만한 배경을 찾아서 찍으면 되겠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현재시점에서는) 집에서 일을 하다가 비가 내리면 카메라를 챙겨들고 나가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원하는 배경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 관계로, “아, 이즈음의 내게 빗줄기 궤적 사진은 너무 일렀다 보다.”라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자꾸 들곤 했지요.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말. 또 한 번 하늘에서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것을 보자, 또 이렇게 비를 그냥 보내기는 아까웠습니다. 게다가, 그 날은 그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양동이로 쏟아부는 것 같았기 때문에, 저 정도 빗발이면 왠지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비오는 날의 사진은 굳이 빗줄기 궤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까요. 바닥에서 튀는 물방울을 찍는 것도 괜찮고, 빗물이 고인 물웅덩이에 생긴 반영을 찍는 것도 충분히 좋은 사진이라고 하기에, 겸사겸사 아파트 1층 공동현관으로 내려갔습니다.

 

 결과만 놓고 말하면, 정작 쉬울 것이라 생각했던 빗줄기 궤적 외의 다른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내려가보니, 이 날, 아파트 주차장이라는 현장에서는 뭔가 다른 사진을 예쁘게 찍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창피한 것도 창피한 것이지만, 구도 잡기가 쉽지가 않아……. 억지로 예쁜 사진을 좀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이렇게 저렇게 둘러봤어야 하지만, 폭우 속에서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하기에는 쉽지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도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냥 얌전히 빗줄기 궤적에 도전했는데, 빗발이 워낙 강했기 때문일까요. 이날만큼은 일단 빗줄기를 사진에 담는데 성공했습니다.

 

 

 

 

 

   첫 빗줄기 궤적 사진

 

 

노출시간은 1/25초.  조리개 5.6 /  감도 400 /  화각 55mm

 

 이날을 기억하는 분은 아실 것 같지만, 정말 비가 엄청나게 세게 내렸습니다.  우산을 쓰고 나가도 다 젖을 것 같을 정도로 빗줄기도 강하고 바람도 세게 불었습니다. 이것은 우산을 쓸 것이 아니라 우비를 입어야 할 것 같은 각. 그 정도로 빗물이 사방에서 다 들이치는 바람에, 차마 빗속으로는 못 나가고 1층 공동현관 안에서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보려고 용을 썼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 오는 날에는 물방울이 맺힌 창문을 소품으로 이용해 사진을 찍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파트 공동현관 유리문(!)에 튄 빗물방울을 활용해보고자 했습니다, 만. 물방울은 안 찍히고 예기치 않게 원래 목적했던 비 내리는 풍경이 찍혔습니…….

 

 쏴아아아아아.
 비가 내리는 모습 자체는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게 나온 것 같습니다.
 이때에는 머릿속에 '어두운 배경, 어두운 배경'만 맴돌고 있어서 카메라 설정은 다 까먹어버렸는데요. 조리개 우선 모드로도 (날이 흐려서 그런지) 셔터스피드가 느리게 나와서 비 내리는 모습이 찍힌 것 같습니다.

 


 메뉴얼 모드. 셔터속도는 1/80초. 조리개 5.6 감도 400, 화각 55mm.

 

  일단 한장 찍고 나니 (약간) 제정신이 좀 들어서, 카메라를 만져봤습니다. 
 셔터속도는 1/60초 정도가 좋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낮추면 너무 어두워져서 말이죠. 1/80초로 타협(번들렌즈 55mm 화각으로는 조리개를 더 개방할 수 없음 + 감도를 올리면 사진 질이 나빠짐 → 노출을 셔터속도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더니 오오. 이번에도 빗줄기가 좀 찍혔습니다.
 그런데 셔터속도가 위 사진을 찍을 때보다는 빠른 편이라 그런지, 빗줄기가 쏴아아~ 내리는 모습보다는 좀 더 굵고, 약간 끊어지듯이 찍혀버렸네요.

 

 

 메뉴얼 모드. 셔터속도는 1/80초. 조리개 5.6 감도 400, 화각 55mm

 

  이번에는 카메라에 물 튈 것을 약~간 각오하고 유리문 없이 촬영했습니다.  셔터속도가 첫 번째 사진보다 여전히 비교적 빠른 편인데, 그래도 쫙쫙 내리는 빗줄기가 찍혔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검은 세단인 어두운 배경 역할을 해주고 있었네요. 그래서 빗줄기가 예쁘게 찍힌 걸까.

 

 그런데 난 분명히 초점을 백합에 맞췄는데, 정작 초점이 맞은 것은 다른 부분인 것 같다(자동차 타이어라든가 타이어라든가 타이어라든가). 왜 그럴까.

 

 

 메뉴얼 모드. 셔터속도는 1/60초. 조리개 5.6 감도 400, 화각 55mm

 

 빗줄기 궤적 사진은 1/60초 정도에서는 찍어야 된다기에 한 번 시행.
 똑깥이 비가 쏴아아 내리는 모습은 잡혔지만, 피사체가 비교적 가까이에 있어서 그랬는지 배경이 살짝 날아갔습니다. 흔들릴 것을 각오하고 찍었는데, 칼핀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을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오오.

 

 

 

 

  액정으로 확인한 결과 일단 빗줄기가 찍혔기 때문에.
  그래. 이렇게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에는 빗줄기 궤적 사진을 찍을 수 있겠구나!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피사체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마침 피어있던 수국(수국 맞죠?). 풀숲 안에 들어가 있어서 배경도 적당히 어두운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저 꽃만 예쁘게 나왔습니다.
 
사실,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있는 상태라,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사진에 잡히길 바랐는데, 꿈이 너무 야무졌던 모양입니다.

 

 

 

 그 바라던 빗줄기 궤적 사진을 이번에는 찍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빗줄기 궤적을 찍으려면 비가 꽤 세게 내려야 한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이번에는 제가 카메라를 제대로 다뤄서 빗줄기를 찍어냈다기보다는 날씨 덕에 얻어걸린 것 같습니다. 빗발이 너무 거세서 알아서 흔적을 남겼다는 그런 느낌일까요.
다음에는 좀 차분하게 다시 찍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빗줄기가 아닌 다른 예쁜 사진들도 찍을 수 있다면 더 금상첨과일 겁니다.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혹시 비와 관련된 사진은 마음껏 찍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덧. 비 오는 날의 촬영 뽀인트 

 

 - 색깔이 또렷한 우산으로 뽀인트 주기.
 - 물방울이 묻은 창에 초점 : 바깥은 아웃포커스
 - 피사체에 조점, 유리창을 아웃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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