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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반달사진 찍기 캐논 800d + 캐논 헝그리망원 EF-S 55-250mm F4~5.6 IS II

하프피프티 2021. 7. 19. 18:51

 저물어가는 반달사진 찍기 
캐논 800d + 캐논 헝그리망원 EF-S
55-250mm F4~5.6 IS II

하현달

 

  한밤중의 달은 늘 높이 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태양의 높이 변화는 아주 상식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뜨는 높이가 달라질 뿐더러, 굳이 1년까지 가지 않아도 하루 24시간 동안에도 그 높이는 계속 바뀝니다.


 잘 생각해 보면, 달 역시 그런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지금까지 달에 대해서는 그런 점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달의 움직임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월령이 변한다는 것 정도. 그것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고 달의 생김새를 보고 아는 것뿐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달이 뜨고 지는 시간에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달은 늘 이른 저녁 무렵에 밤하늘에 떠서, 한밤중에는 (비록 각도의 차이는 있지만) 턱을 크게 들어올려서 올려다 보아야 할 정도의 높이에 떠 있고, 새벽녘에는 저문다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이번에 달의 월출과 월몰을 피부에 깨닿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지난 토요일.
 제헌절이었던 그날, 밤 11시 무렵, 저는 날은 더운데 27인치 모니터가 열을 더 훅훅 뿜어내는 통에 반쯤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습니다. 마침 제 방에서 나오는 재활용품 (주로 과자비닐 같은 것들)을 모아놓은 봉지가 꽉 차서, 그것도 버리고 오자 라는 생각에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재활용품을 수거함에 버리고 밤바람을 쐬면서 다시 주차장으로 가로질러 오는데, 간만에 올려다 본 하늘에 반달이 두둥 떠있었습니다.위치는 예전에 초승달을 찍었던 이웃 아파트 쪽 하늘.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초승달을 찍었을 때에는 삼각대의 높이 부족으로 각도를 맞추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정도로 달이 높이 있었는데, 이날은 달이 아파트 옥상보다도 낮은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달을 발견했을 때에는 위화감이 상당했습니다. 제 OO년 평생 동안 저렇게 낮게 뜬 달은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의아했던 것은 저만이 아니었던 듯, 주차장에서 만난 다른 여자분들도 "어머. 달이 왜 저렇게 낮아?"라고 말을 하더군요.

 

 심지어는, 처음 달을 발견한 뒤로 (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저 달 사진을 찍을까 말까 약 2~3분 정도 고민 → 사진을 찍기로 결정하고, 집에 올라가서 카메라, 삼각대, 렌즈, 핸드폰을 챙겨 내려옴 → 최대한 빨리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세움 → 그럭저럭 촬영을 시작한 그 시간, 숫자상으로는 30분 정도만에 달의 위치가 매우 많이 내려왔을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아파트 주변에 둘러쳐진 장막에 반쯤 걸칠 정도로까지 낮아졌습니다.

 

 대체 달이 왜 이렇게 낮은가 했는데, 오늘 그 원인을 알았습니다.
 어제인 7월 18일의 월몰시간은 무려 0시 14분.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월몰시간은 하루가 지날수록 조금씩 뒤로 밀리더군요. 그것을 반대로 말하자면, 이미 지나온 날들일수록 월몰시간은 더 빠르다는 뜻입니다. 즉, 다시 말하자면 하루 빠른 17일에는 월몰시간이 0시 14분보다 더 빨랐을 것이라는 의미.

 

 그 모든 점을 조합하자면, 제가 달을 처음 발견한 밤 11시 무렵은, 해로 바꿔 말하자면 이미 상당히 서쪽 하늘로 기울어진 상태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11시 30분은 거의 넘어갈 말락한 상태. 해가 이 정도라면, 이미 산이니 아파트이니 하는 것들에 가려서 이미 해의 모습 자체는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 때문에, 한창 사진을 찍던 중에 달이 계속 낮아져서, 우리 아파트 주변에 둘러처진 가림막에 반쯤 걸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뒤로 좀 더 물러나니 계속해서 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긴 했습니다만, 지금까지 몇 십년을 살면서 이렇게 위치가 낮은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뭐, 그 덕에 키가 다소 낮은 삼각대로도, 크게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고도 달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말이지요.

 

 

 

   월몰 직전의 반달

 

 

 

7월의 반달 (1)

매뉴얼 모드
셔터속도는 1/60
조리개 5.6
감도 400
초점거리 171mm

 

지난 번, 초승달을 찍기 위해 찾아보았던 “달사진 찍기 위한 카메라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ISO는 최대한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기 위해 100. 셔터스피드 확보를 위해 400까지는 올릴 수 있음.
2. 조리개는 심도를 깊게 해서 주변부까지 모두 잘 나올 수 있도록 8~11 정도.
3. 측광은 스팟 측광.
4. 달의 바다와 육지의 명암을 또렷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1/3~ 1스탑 정도 낮춰서 촬영하기.

 

​ 이중에서 오롯이 지킬 수 있던 것은 3번 스팟측광을 사용한 것뿐입니다.

 

1번은 도저히 어두워서 안 돼서 ISO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2번은 조리개 조였다가는 당장 노출이 부족해지더군요. 그리고 4은 아예 도전 불가능(……). 결국, 어두워서 사진의 선명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리개는 최대한 열고, 감도는 최대한 높였습니다. 네.

 

 

 

7월의 반달 (2)

매뉴얼 모드

셔터속도는 1/40
조리개 5.6
감도 400
초점거리 171mm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해 보았습니다.

 

 이날, 달은 제가 평소 보던 것보다 좀 더 노랗다고 할까, 붉다고 할까 그렇게 색감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찍는데 정신이 없어서 최소한의 세팅으로 촬영을 했는데, 일단 몇 장 건지고 나니까(응?)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말입니다. 셔터속도를 약간 조절하기도 하고, 화이트밸런스도 조정해 보았습니다. 이 사진은 정보가 남지 않아서 확실치는 않지만, 좀 차갑고 창백하게 찍은 걸로 기억합니다.

 

 색감이 제일 밋밋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 그날 찍은 사진 중 제일 마음에 듭니다.

 원래 개인적으로 반달은 딱히 이렇다 할 임팩트가 없어서 크게 당기지는 않는 소재였으나, 일단 반달은 찍었습니다. 이 반달도 찍었으니, 다음번에는 정말로 보름달을 찍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가장 가까운 7월의 보름달은 아직 지나지 않아서 25일 전후입니다. 25일을 기준으로 월출은 21: 01 (오후 9시 1분), 월몰은 (오전) 06 : 15분입니다. 한밤중에 떠서 아침녘에 저무니, 이번처럼 달의 위치가 너무 낮아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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