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일본구매대행 (주로 동인)

스루가야에 주문한 Tiger & Bunny 피규어가 도착했습니다

하프피프티 2020. 10. 10. 01:09

Tiger & Bunny 스루가야 중고 피규어 일본구매대행 후기

 

에헷~!

 

 

  인생 최대의 뽐뿌질

 뽐뿌질에 약한 성격입니다.
 그 중 물건을 지르고자 하는 지름신이 강림하는 것에는 내성이 강한 편인데, 제가 직접 뭔가를 해 보는 체험형 뽐뿌질에는 정말로 취약합니다. 지름신은 현실적으로도 돈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강림하려다가도 자주 현현에 실패하는데, 저 자신도 어렵지 않게 따라해 볼 수 있는 체험형 뽐뿌질은 꼭 해 봐야지 직성이 풀립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음식 따라 만들기, 그리고 사진 찍기입니다. 사진은 요즘 사진 찍는 것은 공부 + 카메라 욕심에 어설프게 DSLR이 있다보니, 더더욱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습득하게 된 지식을 직접 시도해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지요.
 지난 여름에 제가 이웃으로 신청해놓고 사진찍는 법을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의 한 사진작가님이 집안에서 사진을 찍고 노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이용해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볼 수 있어요, 라고 알려주신 것이었는데, 저 냄비근성이 발동해 저도 당장에 그것을 따라해 봤더랬지요. 반영”이라고 거울에 비친 것 같은 사진기법을 따라해 보겠다고, 생활용품매장에서 거울시트지를 그 날 중으로 사온 것은 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피사체에 대한 욕심으로 새로운 피규어에 대한 뽐뿌질이 제대로 왔습니다.

 한 번 뽐뿌질이 시작되자 그 불길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당시 마침, 사진과는 관계없이 제가 지금 한창 빠져있는 애니메이션 Tiger & Bunny의 피규어를 하나 더 살까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기도 했지요. 벌써 9년 전 작품인 만큼 산다면 스루가야에서 중고를 사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만큼 가격은 저렴해서요. 사려면 살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인데, 뽐뿌질이 시작된 겁니다.

 “자, 피규어를 사는 거야. 사서, 실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노는 거지…….

 

 

 

  진짜 한 이주일 정도는 뽐뿌질을 제대로 받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스루가야 홈페이지를 노려봤습니다. 심지어는 원래 사려고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것까지 더해서. 이래저래 후보군을 늘리다보니 액션피규어 하나, 등신대 피규어 둘, 데포르메된 미니미 피규어 넷으로 최대 일곱 개까지 늘어났습니다. 다행히, 돈도 돈이었지만 그것들 모두를 둘 공간이 없어서 두 개로 압축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정말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15cm짜리 8등신을 살 것인가, 10cm짜리 3등신을 살 것인가. 그러다가 결국, 자잘한 소품에 반해서 3등신짜리 피규어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  이제 구매대행카페를 통해 주문 들어갑니다.

 뽐뿌질이 시작된 것은 8월 말. 그렇지만 저 미친 듯한 갈등을 해소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실제로 구매를 하게 된 것은 9월 중순이 조금 지나서입니다. 정확히는 9월 18일. 늘 이용하는 <재팬아키바> 구매대행카페에 우선 상품페이지 URL을 첨부해 견적을 부탁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견적이 나오자 바로 입금. 카페에 나와있는 주문서 양식에 맞춰 주문서를 작성했더랬지요. 상품견적을 입금했다고 글을 남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구매완료 했다는 답글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주고받은 댓글을 확인해 보니 한 시간 정도 걸렸네요.

  그렇게 엄청난 뽐뿌질과 고뇌와 갈등을 거친 끝에 주문한 물건이 지난 수요일,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스루가야가 예전에는 주문을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물건을 발송했는데, 요즘 일본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배달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발송이 예년보다 좀 늦어지더군요. 지난 번 주문 때도 그렇고, 이번 주문 때도 그렇고 열흘 정도 걸렸습니다. 9월 30일 쯤까지 기다리다가, 이쯤이면 왔겠지 싶어서 문의를 해 봤는데, 바로 국제배송을 위한 안내답글을 주시더군요. 즉, 이미 도착했다는 뜻.

 이번에는 딱히 피규어 외에는 따로 주문한 것이 없어서 바로 발송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딱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때라서요. 카페에서도 국제발송업무는 일시 중단한다더군요. 그래서 며칠 더 기다렸다가 토요일쯤에 무게에 따른 국제배송비 견적을 받고 결제, 10월 5일 월요일에 발송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선택한 국제배송업체는 페덱스! 이틀 만에 바로 도착해 주셨네요.

 

   페덱스 패키지

  1. 오늘도 국제배송은 페댁스 이코노미

 

 

구매대행물품 패키지

 

 페덱스 패키지입니다.
 국내에서 페덱스의 물품을 대신 위탁배송해주는 업체로는 롯데택배와 우체국 택배가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우체국 택배가 맡고 있는 모냥. 우체국 택배 송장에 FEDEX라고 떡하니 쓰여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이번까지 페덱스로 물건을 다섯 번을 받아봤는데, 세 번은 우체국 택배, 두 번은 페덱스 직배송으로 받아봤습니다. 뭐야, 대체 배송업체가 나뉘는 기준이 뭐지?
 그래봤자 배송되는 시간은 똑같지만요.
 무척이나 별 거 아닌 얘기이지만, 공인에이전트로 인도된 뒤 배송조회를 해 보니 안양 물류창고까지 다녀왔다가 저희 동네 우체국 물류창고로 올라왔더군요. 페덱스에서 바로 우체국 택배로 인계된 것이 아니라, 롯데택배를 한 번 거친 듯.
 또 엄청나게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이지만, EMS의 경우는 통관을 마치고 국제물류센터에서 발송되면 해당지역을 관할하는 우편집중국 혹은 그 동네 우체국의 물류센터로 바로 들어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중에는 우편집중국, 주말에는 물류센터로 들어가더군요.

자, 그럼, 상품은 잘 도착했을까요? 뜯어, 아니 열어봐야겠죠.

 

  2. 상자개봉

 

패키지 개봉

 

피규어 상자 크기에 딱 맞게 포장이 돼서 왔습니다.

 

상자 속 알맹이들

 

 위아래로 포개져서 에어캡으로 몇 겹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원래 포장지도 최대한 상하지 않게 뜯는 성격인데, 에어캡이 테이프로 고정돼 있어서 결국은 칼을 동원했습니다. 칼로 테이프만 끊어내서 풀기.
 

 

 

  피규어 상자 사이에 스루가야 주문서가 같이 들어있더군요.
 상품 합계와 배송비 (전 1500엔을 넘었기 때문에 무료), 그리고 통판수수료 220엔을 더해 2600엔.
 저 통판 수수료는 참,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금액입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희한한 수수료(적어도 제가 홈쇼핑, 인터넷 쇼핑을 하는 범위 내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피규어 상자 겉면

 

상자 모서리에 닳은 자국을 볼 수 있다

 

 스루가야 주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제가 산 이 피규어는 타임세일을 포함해 녹색 (코테츠) 쪽이 1050엔, 붉은색 (바나비) 쪽이 1350엔이었습니다. 개인간 중고거래 사이트인 메루카리에 올라온 상품 중에 하나에 2500엔이 넘는 것이 있는 걸 생각하면 꽤 저렴한 편입니다.
 그 저렴함을 알 수 있는 이유 중 하나. 상자 상태가 완전히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상자의 모서리 부분이 살짝 뭉개지고 벗겨졌죠. 이렇게 상자가 포함되는 상품인 경우에는 겉의 상자상태 혹은 상자의 유무여부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더군요. 저야 뭐, 중고로 다시 내다팔 생각은 없으니 상자가 없어도 내용물만 깨끗하면 오케이이긴 한데, 다만 배송 중을 생각하면 역시나 상자는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가격이 파격적으로 쌌다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흠집이 많은 코테츠 피규어 상자

 

 메루카리 상품보다 내가 산 스루가야 상품의 가격이 더 쌌던 이유.
 그리고 똑같이 스루가야에서 산 상품이면서도 코테츠 피규어가 바나비 피규어보다 약 300엔 가량 더 쌌던 이유.
 그것은 역시나 상자 상태. 코테츠 피규어의 상자는 모서리만이 아니라, 가장자리에도 전반적으로 흠집이 많이 보이더군요.

 

비교적 깨끗한 바나비 피규어 상자

 

 바나비 피규어의 상자와 비교하면 차이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두 피규어 상자 모두 위아래 뚜껑의 모서리 부분이 깨끗하지 못하고 헤진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그나마 바나비 피규어 쪽이 좀 더 깨끗합니다. 상자 자체의 광택도 바나비 피규어 상자 쪽이 좀 더 확실한 느낌. 만져보면 바나비 피규어의 상자는 유광 특유의 맨들맨들한 느낌이 남아 있는데, 코테츠 피규어 쪽은 그런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만화책 무광표지를 만지는 것처럼 약간 고무재질 같은 촉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코테츠 피규어 쪽은 중고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용감이라기보다는 빠릿빠릿한 신제품이 아니라는 느낌.
 1월에 산 히어로 슈트 차림의 피규어나 몇 년 전에 산 프라모델은 겉상자에서부터 이렇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죠. 사실 상품 상태를 완전히 눈으로 확인하고 사는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뭘 받게 될지는 스루가야 측에서 뭘 발송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원래 중고라는 것을 알고 샀고, 또 패키지 상태에는 딱히 이렇다 할 관심이 없어서 아무 문제가 없긴 한데.
 그래도 간만에 이렇게까지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제품을 받아봤네요. 동인지들도 새 책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의 책들을 주로 받다보니, 이 사용감이 새삼스럽습니다.

→ 드디어 피규어 상자를 개봉해 봅니다.
 파츠교환형이라는 이 피규어. 대체 무엇이 어떻게 들어있는지, 어떻게 갖고 놀아야 하는 건지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피규어 구성물

 

  1. 카부라기 K. 코테츠

 

치비아츠 피규어 구성물

 원래 피규어에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상품설명에 파츠를 교환할 수 있다고 쓰여 있어도 잘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또, 상품 이미지만으로는 교환할 수 있는 부분의 이음새가 확실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피규어의 이미지는 상품소개에 사용되었던 디폴트한 이미지로만 고정이 돼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되니, 뭔가가 많습니다.  팔의 모양과 얼굴 표정, 모자의 유무로 서로 다른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지만, 저처럼 미적감각이 바닥인 곰발에게는 선택지가 너무 많네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됩니다.
 거기에 연출소품인 토끼인형과 볶음밥, 마요네즈도!
 사실 토끼인형 때문에 이 피규어를 사긴 했는데, 마요네즈도 그렇고 볶음밥도 그렇고 뭐 하나 다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제조사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피규어인데 뭐랄까, 한없이 동인지스러운 시츄에이션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은 건, 그냥 내 착각인가.

 

 

모두와 한 컷. 코테츠.

 조립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만 일단, 가장 기본적인 디폴트 상태로 세워놓고 한 컷.
 패키지를 처음 열어보고 느낀 점은, “생각보다 크다.
 상품소개에는 10cm라고 돼 있어서 작고 가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덩치가 있으십니다. 특히, 머리가.
 3등신 피규어의 숙명이겠지만, 머리가 커서 말이죠. 한층 커 보이고, 또 실제로도 은근히 무겁습니다.
 거기에 더해, 부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머리와, 양팔을 교환할 수 있는 사양 + 머리를 움직일 수 있는 사양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꺼낼 때에는 고개가 뒤로 젖혀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뭐야, 머리가 왜 이렇게 헐거워?
 그러나 그 헐거움은 바나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

 

  2. 바나비 브룩스 Jr.

 

바나비 치비아츠 피규어 구성품

 바나비 치비아츠 피규어의 구성품입니다.
 코테츠와 마찬가지로 여분의 팔 부분과 얼굴, 그리고 앞머리카락이 들어있습니다. 코테츠가 헌팅을 쓰고 벗은 것의 연출을 위해 맨 머리카락이 들어있다면, 바나비는 안경을 쓰고 벗은 것의 연출을 위해 앞 머리카락이 들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안경은 앞 머리카락에 같이 붙어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런데 바나비는 히어로 슈트 차림이 아닐 때를 제외하고는 안경을 벗은 일이 거의 없잖아?
 반면에, 팔 파츠는 바나비가 코테츠의 두 배입니다. 무슨 자세가 이리도 많은지.  바나비의 캐릭터가 실제로는 두 가지라서 그런가? 츤과 데레(다른 말로는 새침떼기 얼음왕자와 강아지).

 

 

모두와 함께. 바나비

  안경 OFF 버전을 위해 기껏 여분의 앞 머리카락까지 들어있으나, 전 안경 매니아.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꼽아보니 모조리 안경 캐릭터입니다. 거기에 모두 존댓말 캐릭터라는 점(그리고 성격이 꼬여있다는 점)은 덤.
 일단 디폴트 상태로 한 컷 찍긴 했지만,  안경을 쓴 얼굴이 익숙하기 때문에 표정과 자세는 바꾸더라도 안경은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한 번 안경 캐릭터는 영원한 안경 캐릭터인 겁니다.

 

 

 

  실제 연출컷

 

최종 연출버전.

 머리카락도 교체해 보고, 팔도 교체해 본 결과 나온 최종본.
코테츠는 헌팅이야말로 아이패치와 함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겠지만, 바니 짱이랑 있을 때에는 헌팅을 벗고 있으니까요. 둘이 같이 있다는 전제하에 벗겨주기. 그리고 바니는, 츤츤거리는 츤 바니도 귀엽지만, 역시 둘을 붙여놓자면 헬렐레거리는 데레바니가 쪽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찡긋 윙크하는 얼굴로 바꿔줬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피규어의 전 주인도 저랑 취향과 속성(?)이 비슷했던 것일까요.
 다른 머리 파츠에 비해 이 찡긋 웃는 윙크머리가 유독 목부분이 헐겁더군요. 코테츠에게서 느꼈던   “뭐야, 머리가 왜 이렇게 헐거워?”라는 느낌은 비교도 안 될 정도. 눕혀놓고 들어올릴 때에는 신생아도 아니고, 머리를 받쳐주지 않으면 고개가 뒤로 휙 젖혀지네요. 새 제품이 이렇게 목 부분의 고정 정도가 다 다르게 나올 리는 없고, 예전 주인이 이 얼굴을 자주 장식해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차하면 다른 얼굴로 교체해야겠지요. 지금이야 서로 웃고 있는 얼굴로 연출해 놨지만, 연출이야 하기 나름이니까. 안 그래도 한쌍의 바퀴벌레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히어로 슈트 차림의 버디가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 한쌍의 바퀴벌레는 대체…….”
충격에 부들부들 떠는 바나비들을 달래는 타이거들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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