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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무인서류발급기의 지문센서가 내 지문을 인식하지 못한다 (+ 응급처치)

하프피프티 2020. 9. 28. 03:11

  10월. 4사분기의 시작

 언니가 뉴욕에 삽니다.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에 또 (혼자 힘으로) 아예 그곳에 자리를 잡았지요.
 같은 북반구의 하늘을 이고 사는 것은 똑같지만(?), 서울에 사는 것과는 그 거리가 너무나도 많이 차이가 나니까요. 직접 가 보지 못하는 만큼 그 동네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는 뉴스만 나오면 걱정이 됩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그야말로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기세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던 3, 4월달에는 차라리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으로 도망오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만, 다른 것은 해주지 못해도 하다못해 마스크만이라도 어떻게 챙겨서 보내주자고 생각했더랬지요.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수 있는 마스크의 개수는 국내에서도 마스크 수가 부족하던 3, 4월 무렵에는 한 사람 당 8개였습니다. 그런데 마스크 수급량이 안정되면서 많이 늘어서 7월에는 한 분기 당 90개까지로 상향조정되었습니다. 한 분기가 3개월이니까, 한 분기에 90개라면 하루에 하나 꼴인 셈이죠. 그래서 저희도 4월에는 제가 주마다 열심히  모았던 것 공적마스크 8개를 보내고(다른 가족들은 다행히 그 이전에 미리 사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사용했습니다),
7월에 공적마스크 제도가 끝나고 인터넷에서도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되자 넉넉하게 사서 언니에게도 90개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며칠 뒤면 10월이 시작됩니다. 4사분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즉, 해외로 다시 마스크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겨울철에 인플루엔자로 죽어나가는 사람이 해마다 엄청나게 많다고 하니, 이번 분기는 KF94로 꼭 챙겨서 보내야겠습니다.

 그런데, 언니에게 마스크를 보내는 일을 생각하니, 지난 4월에 있던 정말 짜~증 제대로 나는 일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주민센터 무인서류발급기에게 거부당하다

  위생 마스크를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에게 보내기 위해서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가족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등)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침 저희 집은 주민센터와 매우 가까워서 말이죠. 그냥 마트 가는 마음으로 훌쩍 다녀오면 서류를 뽑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선 자체도 마트에 가는 길 중간에 있고요.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출근을 하시기 때문에 주민센터의 지리적 이점이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집에서 일하느라 시간도 자유롭고, 주민센터에 다녀오기도 편한 제가 주민등록등본을 확보하기로 했더랬지요.

 때는 바야흐로 4월 초. 그때도 아침에 자고 늦은 오후에 일어나는 생활패턴은 여전했습니다. 남들보다 하루를 반 나절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관공서나 병원 같은 곳에 다녀오려면 바쁘게 파닥거려야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뛰어나가야 하지요. 그렇지만 이날은 여유가 넘쳤습니다. 왜냐하면, 주민센터에는 바로 무인발급기가 있기 때문이었죠! 예이~!
 주민센터가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것과 달리,
무인발급기는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후 6시에 늦지 않도록 서두를 필요가 없던 겁니다. 부모님과 달리 생활패턴이 불규칙한 제가 주민등록등본을 떼기로 한 것도 바로 무인발급기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는데.

 그 믿음이 철저하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오후 다섯 시 무렵에 집을 나서 주민센터에 있는 무인발급기 앞에 섰는데, 이 무인발급기가 신원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자꾸 제 지문을 인식하지 못하더군요.

후우. 한숨만 나는구나.

 아, 아니 전 원래부터 손바닥의 선이 매우 옅은 편입니다. 지문만이 아니라 손금도 매우 흐려서 이건 무슨 손바닥 표면에 흠집만 내놓은 것 같을 정도이죠. 나이를 먹으면서 이래저래 손가락이 잔금이 많이 생기자, 그 잔금에 가려 손금이 잘 안 보일 정도입니다.
 이런 상태이다보니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개인인증을 할 때 종종 애로사항이 꽃피기도 합니다. 센서들이 지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핸드폰을 아직 아이폰 5S를 사용할 때에는 정말 2개월에 한 번은 지문을 삭제하고 다시 등록해줘야 했고, 관공서의 무인지급기에서 서류를 뽑을 때에도 한 번에 신원확인절차를 통과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문 인식을 못하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무인지급기 앞을 떠났다가 (다른 볼일을 보고) 되돌아와서 서류발급에 도전하기를 세 번. 한 번 와서 도전할 때마다 열 번 이상,총 40번 가까이 지문인식과 신원확인을 시도했으나 실패하는 일은 그리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지요. 물론, 한 번 지문 인식을 할 때마다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주는 것은 기본. 그러나 다 실패했습니다. 그 때문에, 분명히 집에서 나올 때에는 아직 머리 위에 있던 해는 어느덧 저물어 있었고, 날씨도 쌀쌀해졌더랬지요.

 

 지문인식 원리와 응급처치

  지문인식은 손가락을 센서에 대고 촬영하게 하는 “입력단계”와, 입력된 지문이 저장된 지문과 일치하는지 대조하는“인증단계”로 진행됩니다. 이때 입력단계에서 지문을 빛으로 촬영하느냐, 정전용량으로 촬영하느냐, 초음파로 촬영하느냐에 따라 지문인식 기법이 바뀐다고 하는데요 , 그래도 원리 자체는 모두 똑같습니다. 지문에서 입체적으로 올라와 있는 융선과 움푹 파인 골을 인식해 지문을 읽어들이는 것이지요. 그래서 손가락 끝에 이물질이 묻어 융선과 골이 뚜렷하지 않을 때에나, 지문이 매우 건조해서 센서와 지문이 제대로 접착하지 못할 때에는 인식이 잘 안될 수 있습니다. 손을 물에 씻고 나서라든가 날씨가 추울 때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날씨가 추울 때 지문인식이 안 되면 융선과 골의 윤곽으로 뚜렷하게 만들기 위해 손가락에 입김을 불라고 하죠. 혹은 여성용 화장품, 핸드크림 등을 이용해보라고도 합니다. 저를 물먹인 저희 동네 주민센터의 무인서류발급기 옆에도, 혹시 지문이 인식되지 않으면 그런 것들을 써 보라는 쪽지가 붙어 있더군요(그런데 손에 이물질이 묻어 있음 지문인식이 안 된다며? 로션이나 크림은 이물질이 아닌가?).

 하지만, 집에서 지갑만 달랑 들고 나온 제게 핸드크림이나 화장품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나마 쓸 수 있는 방법은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넣는 것 정도.  저는 폐의 공기가 텅 빌 정도로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봤건만 모조리 실패했습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움 → 체온이 낮음 땀이 나지 않아서 지문이 흐리멍텅한 것 같음 = 일단 무인지급기 앞을 떠나 다른 볼일부터 볼 때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실패.

대체 어쩌라는 거냐

 참다참다 결국에는 다 때려치고 말았습니다. 이 날, 무인지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계속 들락거릴 수는 있었는데요, 해도해도 되지 않으니 정말 의욕이 나질 않더군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보고 했습니다.

 “이넘의 무인지급기 지문인식센서가 내 지문을 못 읽는다. 오늘 등본 떼는 것은 물 건너 갔다.”

 그랬더니, 마침 부모님이 제가 있는 길을 통해 집으로 오고 계셔서요. 저를 픽업하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가 무인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셨습니다. 결과는, 단번에 발급 완료. 지문인식 따위 순식간에 쌈싸먹고 바로 발급 절차에 들어가더군요. 이, 런.

 어머니가 등본을 발급받으신 덕분에 그 다음 날 바로 언니에게 마스크를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만, 이때 일은 제게는 꽤, 심히, 상당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정확히는 무인서류발급기를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다행히도 초여름에 공적마스크 대리구매 때문에 다시 한 번 무인서류발급기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때에는 손이 따뜻하고 겨울처럼 극단적으로 건조하지 않아서인지 바로 발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0월에 다시 언니에게 마스크를 보내려면 주민등록등본을 새로 떼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날씨가 썰렁하지요. 5월처럼 잘 되기보다는, 4월처럼 일이 꼬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또 무인발급기와 소모적인 실랑이를 하느니,  여러 모로 번잡스럽지만 그냥 처음부터 창구에 가서 발급을 받을랍니다.


 비록 주민센터 안에 다른 민원인들도 있어서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무인서류발급기가 있는 곳 역시 밀폐된 좁은 공간이랑 공기 중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이고. 비록 창구에서 서류를 발급받으면 1매당 4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음료수 가격보다도 못한 이 돈으로 내 시간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흔쾌히 내겠습니다. 다시는, 적어도 겨울철에는 무인서류발급기의 이용시간(24시간 어느 때고 이용가능)과 관내 주민에게는 서류발급비용 면제라는 말에 낚이지 않으리라.

 그 외에 각종 민원서류는 인터넷으로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24 홈페이지로 가서 신청하면 되는데요. 언젠가 우체국 인터넷 사전접수 이야기를 할 때도 말했듯이, 저희 집에는 프린터가 없습니다. 즉, 집에서는 뭐가 됐든 출력을 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당장에는 무인서류발급기 혹은 창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주민등록등본도 있고 우체국 이용문제도 있고 그냥 저렴한 프린터 하나를 들이는 편이 나중나중을 생각했을 때 몸도 마음도 편한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민원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복합기ㅇ 프린터 4종

◆ 캐논 MF633Cdw  / 348,990원 / 복합기 / 인쇄,복사,스캔 / 컬러레이저 / 유무선 네트워크
◆ 캐논 MF113w      / 189,000원  / 복합기 / 인쇄,복사,스캔 / 흑백레이저 / 유무선네트워크
◆ HP M254nw       / 249,000원 /  프린터  /  인쇄, --- , ---   /  컬러레이저 / ---
◆ 삼성 SL-M2027  / 86,500원    / 프린터 /    인쇄, --- , ---   /   흑백레이저 /  ---

2020/09/24 - [취미/일상의 체험과 정보] - [일상TIP] 우체국 간편사전접수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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