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craving 콩나물 해장국 today (오늘은 콩나물국이 땡기네)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원래 9월에는 7, 8월만큼 뜨겁고 숨막히지는 않아도 햇살이 꽤 덥습니다. 그래서 9월까지는 아직 여름의 더위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8월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벌써 더위는 찾아볼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창문을 열어두면 차가운 바람이 불어들어와, "와, 추워!"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새벽에는 이제 이불을 덮어야 쾌적하게 잠을 잘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뜨거운 국물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어제가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저희 아파트 앞에는 해장국을 파는 식당이 있습니다. 콩나물 해장국, 선지해장국, 우거지 갈비탕. 참으로 간결한 메뉴에 가격도 그나마 올라서 5,000원입니다. 맛도 괜찮아서 예전에 부모님과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뭐, 가끔 "이 맛은 MSG가 내는 걸까?"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요.
왠지 집밥은 먹기 싫고 해서 어제 저녁에는 이 식당에서 해장국이나 사다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식당은 포장이나 배달은 하지 않습니다. 저희 동네 뒤쪽에는 높지 않은 산이 하나 있는데, 동네 주민들마니 아니라 외지인들도 이 산을 오르기 위해 많이들 찾아옵니다. 아버지 말씀이 그 해장국 가게는 새벽같이 등산을 하고 내려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고 하시더군요. 일종의 고정타겟이 있다 보니, 굳이 배달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비용이 더 생기지 않아서 가격이 비싸지 않을 수 있던 것이고요.
여하튼.
이 식당의 음식을 먹으려면, 직접 식당에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재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중. 다행스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로 내려갔으나, 제 자신이 식당에 앉아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고로, 외식은 불가. 배달도 안 되고, 내가 직접 가서 먹는 것도 안 되는데, 이 식당의 해장국은 먹고 싶다는 상황.
결국, 집에서 식당으로 그릇을 직접 가져가서 그 그릇에 담아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셀프 테이크 아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국을 담아오기 위한 그릇을 챙기는 사이,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플라스틱 그릇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사용해도 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열을 가면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거나 몸에 해로운 물질이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특히나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이나 물을 담을 때에는 신경이 좀 쓰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떤가 해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뜨거운 음식, 플라스틱 그릇
과연 플라스틱 그릇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될까
그렇게 검색하니, 우리가 환경호르몬 용출을 걱정하는 플라스틱은 PC라 불리는 폴리카보네이트라고 하더군요. 식용용기로 쓰이는 플라스틱은 PP 혹은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돼 있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합니다. 원래 플라스틱 용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딱딱한 플라스틱을 가공하기 위해 유연하게 만들 때 사용하는 가소제라고 하는데요. PP(폴리프로필렌)은 그 자체가 매우 유연해서 굳이 가소제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소제로 인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음. 그 자체로 형태가 변하지 않고 열에 견딜 수 있는 내열온도가 120~165도 사이라고 하기 때문에 왠만한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를 담아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된다고 합니다.
그 외에, 우리가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하얀 투명비닐봉지로 유명한 PE(폴리에틸렌)도 가소제가 들어있지 않아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소재입니다. 우유팩 안쪽에 방수를 위해 둘러진 비닐도 이 PE소재입니다. 음료수 병으로 쉽게 볼 수 있는 PET도 가소제로 인한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롭습니다. 비록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찌그러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환경호르몬은 검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젖병에만 쓰이는 PES도 대체로 안심하고 쓸 수 있겠습니다.
다만, PS(폴리스티렌)는 내열온도가 70에서 90도 사이로, 뜨거운 차나 커피를 담는데에는 약간 애매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PS에 고온 물질이 담기면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환경단체도 있고, 뜨거운 음료에는 사용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PS소재로 된 뚜껑보다는 PP로 된 뚜껑을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저는 집에서 찾아낸 플라스틱 용기의 재질을 확인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바닥에 플라스틱 PP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에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이라고도 쓰여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 용기의 소재도 대부분 PP(폴리프로필렌)으로 돼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플라스틱 그릇에 뜨거운 탕이나 국을 부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어머니가 추어탕을 사 오셔서 먹은 적이 있습니다. 혹시, 이 용기는 그때 추어탕을 담아왔던 용기인 것일까. 그래서 어머니에게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그렇다고 하시는군요. 그 말은 이 용기는 이미 식당에서 탕용 포장용 용기로 사용했던 그릇이라는 말입니다. 그 식당이 어지간히 양심불량이지 않은 이상에야, 품질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놓고 이 그릇들을 들고 식당에 가서 '우거지 선지 해장국'을 사 갖고 왔습니다.
그런데 가족 수를 생각해 세 그릇을 담아달라고 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냄비에 덜어놓고 보니 한 그 2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오늘 가족들이 다 먹은 뒤에도 한끼는 또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국탕이 국물 때문에 양이 좀 많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해장국에 딸려나오는 밥을 안 주시는 대신 국을 넉넉하게 그릇에 맞춰 주신 듯 합니다. 덕분에 내일도 저녁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릇에 국을 담을 때, 사장님이 "비닐봉투에 담은 뒤에 그릇에 넣어줄까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비닐이란, 바로 위에서 설명한 PE(폴리에틸렌) 봉투입니다. 이 봉투도 가소제가 들어있지 않아서 환경호르몬 걱정은 덜합니다. 그래서 그냥 뜨거운 국을 담아도 되는데, 이때까지는 아직 PP소재만 파악하고 있던 저는 왠지 좀 찝찝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릇에 바로 담아주세요."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마음은 편했는데, 그릇이 기울어지면 뜨거운 국물이 그릇 밖으로 샐 수가 있어서 들고 오는 데에는 고생을 좀 했습니다.
뱀발. 그럼 텀블러는 어떨까
요즘 플라스틱 텀블러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진 스타벅스 아이코닉 텀블러도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임에도 뜨거운 음료는 담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일단은요.
뚜껑은 PP로 돼 있어서 뜨거운 음료가 들어가도 환경호르몬 걱정은 없습니다. 대신에 몸통 재질인 아크릴로니트릴 - 스티렌 공중합체가 조금 걸립니다. 전반적으로는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의심물질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을 부을 수는 있되, 너무 뜨거운 물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텀블러는 환경호르몬 이전에, 홍찻물이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뜨거운 물과 과탄산소다로 매번 세척해줬더니 몇 번 안 썼는데, 내부에 금이 갔습니다. 덕분에 진공이 깨져버린 것은 덤. 그래도 원래는 온기가 겉으로 안 느껴져야 할 것이 약간 따땃해지는 정도라서 그냥 막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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