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지금까지 제가 사용하던 키보드는 애플의 구형키보드 G5 키보드였습니다.
베젤이 없이 키판만 있는 구조와 투명한 받침대가 참 예쁜 키보드로, 디자인에 모든 걸 거는 애플의 제품인 만큼이나 키보드의 USB 연장선마저도, "타 USB 연장선과는 차이를 두겠다!"라며, 가운데 부분에 홈이 파여있지요. 덕분에 USB 연장선만 이용해 보려던 제 장대한 야망은 부서지고 말았습니다만.
어쨌든.
이 키보드의 왼쪽 윈도우키, 정확히는 커맨드키가 고장이 났습니다. 절전모드에서 깨워서 키보드를 조작하는데, 시작메뉴가 반응을 안하더군요.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입력 오류인가, 싶었는데요. 오른쪽 윈도우키는 먹혔기 때문에 곧바로 키가 고장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1년 365일, 하루에 열두 시간 가까이 10년 가까이 혹사를 시켰더니, 키보드가 드디어 한두 군데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면, 숫자키 쪽도 하도 핸드폰이네, 책이네 물건을 떨어뜨려서 num rock이 고장난 것 같군요.
그렇긴 하지만, 사실 키보드를 쓰는데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습니다.
일단 윈도우키, 커맨드키 자체가 오른쪽에 하나 더 있는 데다가, 평소 제가 시작메뉴는 마우스로 조작을 자주 해서요. 키보드를 이용하는 경우는 컴퓨터를 끌 때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자고로, 기회는 찬스라고, 키보드를 바꿔줄 명분이 생겼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기계식 키보드를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전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시입력은 별 필요를 못 느꼈지만 그 달각거리는 키감은 정말로 매력적인 것 같았으니까요. 전자제품 매장에 케이블을 사러 갔다가, (무려 20만 원짜리) 기계식 키보드를 건드려보고는 그 황홀한 키감에 전율했더랬지요.
하지만 애플키보드가 1. 디자인이 예쁨. 2. 베젤이 없어 공간을 차지 안 함 3. 뭣보다 아직도 쨍쨍함.
이 세 가지 이유로 키보드를 선뜻 바꾸기도 그렇더군요. 그래서 계속 뒤로 미루고, 미루고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명분이 생긴 겁니다.
키 하나가 고장났으면, 다른 키도 금방 고장 날 수 있잖아?
훗.
그런 고로, 드디어 벼르고 벼르고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비싼 값을 주고서도 레오폴드 제품을 구매할까 했는데, 키보드 타건감을 쉬이 알 수가 없어서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한 유튜버께서, "입문자들은 저렴한 가격대에서 디자인을 보고 고르는 것도 좋다."라고 하시기에, 그 말을 따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들여놓기로 한 것이 앱코 핵커 K840 조약돌 레트로 키캡 축교환 키보드(청축)입니다.
특징
베젤이 없음
앱코 핵커 K840 조약돌 레트로 키캡 축교환 키보드(청축)입니다.
베젤이 없이 키판으로만 돼 있으며, 특이하게도 키캡이 정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으로 돼 있죠.
혹자는 베젤이 없다는 점을 두고, 마치 만들다 만 것 같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전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키보드를 보면 주변부가 저한테는 쓸데없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애플키보드를 오래 사용하면서 눈에 익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무 것도 없는 미니멈한 모습이 깔끔해서 좋더군요. 물론, 책상 위에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매력적입니다.
레트로 형식의 동그란 키캡
동그란 키캡은 제품명에 붙은 레트로라는 이릅답게 타자기를 연상시키죠.
그 특이한 디자인도 구매욕을 강하게 자극하더군요. 하지만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굳이 그 '갬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현실문제로, 키보드 청소하기가 매우 용이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죠.
앱코 핵커 K840은 동그란 키캡을 채용한 덕분에 기판 사이사이에 틈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만큼 일반 정사각형의 키캡 키보드보다 이물질이 들어갈 구멍(?)이 더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뒤집어 생각하면 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청소도구가 들어가기 쉽다는 뜻도 됩니다. 게다가 어차피 키판을 꽉 채우는 정사각형의 키캡도 이물질이 끼는 건 마찬가지인지라, 차라리 청소도구가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틈이 많은 편이 좋을 것 같았죠. G5 키보드를 쓰면서, 키보드 청소할 때마다 키캡을 일일이 다 빼고, 그러고서도 먼지가 다 털리지 않아서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 키보드는 관리하기 정말 편할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키보드 구성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키보드 투명덮개가 있습니다. 키보드 패키지를 열면 키보드를 덮고 있는데, 평소에도 이 덮개를 잘 활용하면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던 때보다 먼지나 이물질이 쌓이는 것을 더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컴퓨터 앞에서 밥이나 뽀시락뽀시락 간식을 먹는 일이 흔한데요. 이 키보드 덮개가 좋은 방패막이 돼 줄 것 같습니다.
참고로. 키보드 구성품으로는 덮개 외에, 틈 사이를 청소할 때 쓰는 브러시, 그리고 키캡을 교환할 수 있게 해 주는 키캡 리무버, 축 교환 할 때 쓰는 스위치 교환 리무버가 있습니다. 축은 원래 청축을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교환할 예정 없음, 그래서 아직 써 보지 않았습니다만, 키캡 리무버는 키보드 자판배열을 바꿔주면서 한 번 써 봤습니다. 양옆으로 벌어져 있는 '걸이' 부분에 키캡을 걸고 위로 뽁 잡아당기면 키캡이 뽑힙니다. 그런 뒤, 스위치의 + 모양에 잘 맞춰다시 꽂아주면 끝. 전 왼쪽 윈도우키와 Alt 키를, 오른쪽 메뉴키와 Alt (한영키) 위치를 바꿔주었습니다.
다만, 키캡의 형태 때문에 사용하기 약간 불편하다는 평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손가락이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더군요.
다행히 저는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키캡이 완전 맨들맨들한 타입이 아니고, 육안으로는 잘 확인이 안 되지만 가운데가 사알짝 들어가서요. 의외로 손가락 끝이 키 위에 잘 얹혀있게 해 줍니다. 그래서 별 고생 없이 로망이었던 타자기의 느낌을 키보드로 맛보고 있는 중이지요.
반면, F키들의 위치가 애플 키보드와는 조금 달라져서 (애플 키보드는 빈 공간이 없이 F1부터 F12까지 빽빽하게 붙어 있습니다), F2 버튼과 F5 버튼 누를 때 조금 버벅거리게 되네요.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복잡한 표시에도 조금 애를 먹고 있고요. Fn 키를 이용해 한 키로도 여러가지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건 좋은데, 한 버튼 위에 표시가 여러 개가 있다보니 가끔 제가 원하는 표시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특히 숫자버튼 위의 문자표. 이 문자표는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외우지 않고 눈으로 보고 찾는데요. 찾을 때마다 해당키의 LED 모드 표시 때문에 1, 2초 정도는 더 허비하고 있습니다. 크릉.
키보드 LED 설정
Fn키와 HOME키를 누르면 백라이트 점등을 기억하는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 상태로 키를 누르면 그 키의 백라이트가 들어오지요. 그리고 Fn키와 END키를 누르면 그 상태가 기억되어, 컴퓨터를 부팅하면 그 키가 켜집니다. 또, 숫자키 1에서 0까지 각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키들에만 백라이트가 들어오도록 종류별로 세팅이 돼 있습니다. 똑같이 Fn키와 HOME, END 키로 설정, 번호 선택, 입력을 하면 됩니다.
전 온라인 게임을 하려고 기계식 키보드를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키의 백라이트를 off. 그냥 쓰고 있습니다. 단, 부팅할 때에는 물결치듯이 키보드의 모든 백라이트가 촤라락 들어오네요.
구매시 고려할 점. 용수철 튕기는 소리
청축의 정체성이자 장점이자 단점인 소음은 조금 있는 편입니다. 달각달각달각하는 소리가 달각달각달각 울립니다.
하지만 기존의 키보드들에 비해 소리가 클 뿐, 흔히 말하듯이 안방의 부모님에게까지 들린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전 오히려 집에 있는 다른 저렴이 키보드가 멤브레인 주제에 이 녀석과 소리가 거의 비슷한 것이 더 놀랐습니다.
대신에 가격이 저렴해서인지, 스위치가 달각거리는 소리 사이사이로 스프링이 튕기는 것 같은 울림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게 생각보다 잘 들리는 편이라, 자판 두들리는 소리 사이사이에 마치 빈 유리잔을 통통 튕기는 것 같은 소리가 끼어 들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평소에도 그런 소리에 예민하다 싶으신 분들은 더 좋은 다른 제품을 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축과 키캡 교환형이라 아예 다른 축이나 키캡으로 바꿔쓰는 것도 가능하고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더군요.
저도 지금 F키 부분의 키캡을 교환할까 생각 중, 입니다만. 키캡을 사면 안 쓰고 남은 키캡은 또 어디다 보관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쉽게 지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젠 뭘 하나 사면 상자나 그런 것을 어디다 보관할지가 골치 아프네요.
더 자세한 후기 및 타건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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