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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우드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포트넘 앤 메디슨 홍차.

하프피프티 2021. 2. 22. 00:03

 

 웨지우드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포트넘 앤 메디슨 홍차.

 

 

포트넘 앤 메이슨 틴케이스 정면

 

 

 웨지우드를 다 마신 지 반 년하고도 약간.

 

 2019년. 비록 패키지이지만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영국과 프랑스 2개국 8박 9일.
 두 나라 모두 '홍차'로 유명한 나라라서 말이죠. 가면 홍차'만' 잔뜩 사 갖고 오리라, 하고 콧김 거세게 다짐을 했더랬지요. 프랑스도 생각해 뒀던 브랜드가 있긴 했지만, 특히 영국에서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를 꼭 사오려고 했었죠.  뭐, 결과만 말한다면 사전 정보 부족으로 예정했던 쇼핑은 실패. 공항으로 오기 전에 잠시 들린 기념품 숍에서 예정 외의 브랜드의 홍차를 사 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쁘랭땅 백화점에 들렀는데, 그냥 한국 백화점에 갔을 때처럼 식품코너에 가면 차들도 볼 수 있다는 현지거주민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트넘 앤 메이슨은 히드로 공항 면세점에서도 비교적 잘 나가는 상품은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젠장.

 

 그렇게 사 온 것이 웨지우드와 위타드 홍차입니다.
 그러나, 비록 예정 외이기는 했으나 웨지우드는 매우 흡족했습니다.  같이 사 온 위타드 홍차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와 얼그레이를 쌍으로 사 오는 바람에,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단독으로 사 온 웨지우드부터 따서 마시기 시작했는데요. 이게 꽤 맛있었습니다. 깊고 묵직한 풍미가 참 좋더군요.

 

 특히,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1년에 걸쳐 웨지우드를 다 마시고 이제 위타드 홍차로 갈아타니, 그 대단함을 더 잘 깨닫게 되더군요. 웨지우드에 익숙해진 제 혀에는, 위타드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가 (그리고 여행 가기 전에 즐겨 마시던 트와이닝의 티백 차도) 밍밍하게 느껴졌습니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뭣보다 뒷맛이 너무 약……. 웨지우드는 차를 목으로 넘길 때까지 홍차 특유의 씁쓸한 향과 맛이 계속 남아 있어줬는데, 애석하게도 위타드는 그 뒷힘이 좀 약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찻잎을 많이 넣거나 오래 우리면 또 쓰고. 컥!

 

 하지만 웨지우드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는 브랜드라서요. 사려면 직구 혹은 구매대행 밖에 없는데, 제가 일본 쪽에 구매대행을 자주 해 봐서 압니다. 남의 나라 물건을 구매한다는 거 자체가 얼마나 성가시고 귀찮은 일인지. 그리고 뭣보다, 가격도 많이 비싸지죠. 가뜩이나 현지 가격으로도 한 프라이스 하는 제품인데, 거기에 이런저런 요금이 붙다보니 100g 전후의 캔 하나 가격이 그냥 후덜덜하더군요. 그래서 웨지우드는 그냥 포기하고, 다시 혀를 다운그레이드시켜서 사는 수밖에 없겠구나, 이러고 있었는데.


 어머나.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가 웨지우드와 비슷한 맛을 내주더군요.

 

 

 

 웨지우드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포트넘 앤 메디슨 홍차.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단독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런 저런 이유로 현지보다 가격은 훨씬 비싼 편이었지만, 원래 마셔보고 싶었던 브랜드라서요. 지금 마시는 위타드 홍차를 다 마시면 사 마셔봐야지~ 하고 일단 찜은 해 두었습니다.

 

 

포트넘 앤 메이슨 퀸앤틴. 출처 쓱닷컴.

 

 

 그랬는데, 며칠 전에 신세계 계열의 온라인 쇼핑몰인 쓱닷컴에서 카톡 알림이 왔습니다.
 내용인 즉, 쓱포인트 4,000포인트가 이틀 뒤 소멸한다는 것이었지요.

 

 포인트? 웬 포인트?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인가, 했습니다.
 쓱닷컴에는 얼마 전에 가입해서 아이패드용 호환펜슬을 한 것이 전부였거든요. 구매횟수나 구매금액을 따져봐도 절대로 저런 숫자가 나올 수가 없었는데, 무슨 포인트가 4,000포인트나 있다는 것인지. 그렇긴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오호라.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첫 구매고객에게 포인트를 지급한 것이더군요. 마침 구매금액이 4만 원 대라서 4,000원을 준 것인지, 아니면 일률적으로 4,000원이 주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첫 구매 캄쏴, 라는 의미로 (나름) 통크게 쏜 듯 했습니다.

 

 4,000원이라면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그냥 소멸되게 놔두기에는 아까워서, 마침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도 사려고 했겠다, 이참에 포인트를 써서 그냥 질러버렸습니다. 여기에, 역시나 가입선물로 받은 쿠폰까지 써서 가격을 절반 가까이 떨군 것은 덤.

 

 그렇게 목요일날 저녁에 주문해서 토요일에 살포~시 받아봤습니다.
 주문한 것이 목요일 밤이라 실질적으로 주문이 접수된 것은 금요일 아침일 텐데, 금요일에 바로 발송이 되더군요. 흐미. 빠른 것. 재고가 빵빵한가 봅니다(그 말은 정말로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말~.)

 

 

 

포트넘 앤 메이슨 틴케이스 대각선 위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입니다. 차종은 블랙퍼스트 블렌드.
 원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즐겨 마시는데, 포트넘 앤 메디슨은 블랙퍼스트 계열의 차종만 해도 몇 가지나 되더군요. 아이리시 블랙퍼스트, 애프터눈 블랙퍼스트, 뭐시기 블랙퍼스트, 저시기 블랙퍼스트 등등. 그렇지만 인터넷을 보니, 블랙퍼스트 블렌드가 가장 기본적이라고 해서 블랙퍼스트 블렌드로 골랐습니다.

 

- 틴케이스

 

 후기를 보면 맛이 좋다는 평도 많지만, 틴케이스가 예쁘다는 평도 매우 많습니다.
 솔직히 전 그런 쪽의 감성은 좀 많이 떨어져서, 후기와 그리고 모니터상으로 보이는 이미지만으로는 별 감흥이 느껴지질 않았는데요. 실제로 보니까, 깜찍합니다. 예쁘네요. 특히 정방형으로 약간 쪼만~한 감이 저 틴케이스만으로도 충분히 잎차를 고르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위타드의 틴케이스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포트넘 앤 메이슨은 귀요미귀요미합니다(뭐, 그만큼 양이 적다고 한다면 이게 또 미묘해지지만요).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디자인이라 벌써부터 다 마시고 난 뒤의 활용처가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든 다시 써 보고 싶은데 마땅히 쓸 곳이 없네요. 이럴 때 제일 좋은 것은 리필형을 사서 찻잎만 채워넣는 방법인데, 아무래도 적어도 신세계 백화점에는 봉지에 든 리필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뚜껑 부분이라도 넓으면 티백이라도 채워넣어둘 수 있을 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역시나 그냥 재활용품으로 내보내고 새 틴 케이스를 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후다닥!).



 

지퍼팩에 (수동) 진공 보관 중인 틴케이스

 

 

- 구조

 

 틴케이스의 구조는 본체와 상단의 둥그런 뚜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뚜껑을 열면, 바로 찻잎이 들어있지요.
 택배를 받아서 물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이렇게 따로 봉투가 없이 바로 케이스 안에 들어있어서 산화는 되지 않을까? 라고.


 그나마 차를 계속 마신다면야 덜하겠지만, 지금 저는 요 녀석을 언제 마셔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맛은 둘째 치고, 일단 지금 마시는 찻잎이 있는 상태에서 쇼핑몰 포인트 날아가는 게 아까워서 예정보다 빨리 구매한 것이라서요. 지금 마시는 위타드 홍차가 아직 틴 케이스의 3/4은 남은 관계로, 안 마시고 쟁여둔다면 아무리 빨라도 올 여름까지는 그냥 방치되는 셈입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틴 케이스의 비닐밀봉을 잘못 뜯어버려서리. 이대로 공기 중에 놔두면 산화해서 맛이나 향이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위타드의 홍차도 웨지우드를 마시는 사이 약 1년 정도, 그냥 상온에 놓여 있었는데요. 그래도 일단은 맛이나 향에 제가 느낄 정도의 대대벅인 변화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얼그레이의 향도 여전히 강렬한 걸 보면 충분히 향과 맛이 남아 있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긴 하지만, 위타드의 틴케이스는 겉뚜껑 아래 본체 구멍에 끼워넣는 속뚜껑이 하나 더 있지요. 즉 2중구조라는 것.

 

 하지만, 포트넘 앤 메이슨은 그런 완충장치라도 없으니까요.
 대신에 틴 케이스 뚜껑은 엄청 단단하게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여는데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온 몸을 다 써서 열었더랬지요(원래 손톱이 약해서 손가락 끝이나 손톱을 써야 하는 작업은 잘 못합니다). 그런 가운데, 일단 지퍼팩에 집어넣고 제습제를 때려넣긴 했는데, 과연 어찌될랑가.

 

 

 

포트넘 앤 메이슨 블랙퍼스트 브랜드 찻잎

 

 

  찻잎이 자잘하게 부서지지 않고 비교적 잎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타드 홍차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는 찻잎이 반은 형태가 있고 반은 분쇄되어 거의 알맹이 수준인 것과는 대조적. 그런데 아주 맛있게 마신 웨지우드는 정말 잎 알갱이 하나하나가 살아 있었습니다. 위타드 얼그레이도 꽃향이 정말 좋고, 맛이 깔끔해서 불만이 없는데 이쪽도 찻잎 형태는 매우 온전하다는 것.
 혹시 잎의 형태가 맛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 맛


 솔직히 타서 마셔볼 때까지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영국 왕실에 납품될 정도라니 그만큼 품질은 좋을 테고, 또 실제로도 맛있다는 평을 많이 봤습니다만, 차는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니까요. 내 입에 안 맞으면 끝입니다. 게다가, 저는 성격만이 아니라, 입맛도 청개구리인지 묘하게 메이저 취향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포인트 4,000원이 아까워서 마시는 홍차가 있음에도 사보긴 했으나, 티백이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잎차를 고르긴 했으나, 행여 입에 안 맞으면 이 많은 양의 차를 어찌하면 좋은가~ 하는 불안이 분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안은 차가 적당히 식어서 제가 화상 걱정 없이 본격적으로 차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되면서 싹 없어졌습니다. 맛과 향이 웨지우드를 마실 때와 아주 비슷했습니다. 홍차의 맛과 향은 목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 유지가 될 정도로 진했고, 심지어는 약간 아린 맛까지 감돌더군요. 모든 것이 풍미가 아주 진했던 웨지우드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마실 때와 비슷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마시고 있던 위타드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다시 타서 둘을 비교해 봤는데요.
 예. 포트넘 앤 메이슨의 승리입니다. 어머니한테도 비교를 부탁했는데, 어머니도 포트넘 앤 메이슨 쪽이 맛이 더 진하다고 하시더군요. 오오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어.

 

 웨지우드 홍차를 다 마신 지 어언 8개월.
 위타드(와 집에 남아있던 트와이닝) 홍차로 넘어가면서, 그 깔끔함(?)이라고도 밍밍함이라도 할 수 있는 맛에 안타까움의 몸부림을 쳤는데요. 비록 웨지우드는 아니더라도 포트넘 앤 메이슨으로 충분히 그 부족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포트넘 앤 메이슨은 (적어도 지금 당장은)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평가한 이유가 다 있던 것 같습니다.
 하아. 트와이닝 티백이야 일일이 잎차를 우리는 것이 귀찮을 때 가볍게 마실 때 쓰니까 괜찮지만.
 위타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는, 어쩌, 지? 일단 이거부터 다 마신 뒤에 포트넘 앤 메이슨 껄 마셔야 하나?
 틴 케이스 구조상 산화가 걱정돼서 일단 지퍼팩에 넣고 제습제도 여러 개 때려넣긴 했는데.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번갈아 마시는 것 정도인데요.  안 그래도 어떤 날에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가 너무 쓰게 느껴질 때도 있고 얼그레이가 급 땅기는 날도 있긴 합니다. 또 어떨 때에는 얼그레이가 너무 역하게 느껴질 때고 있고요. 그럴 때 다소 (싱겁고 밍밍하고) 투명하고 깔끔한 차를 마시면 딱 좋지 않을까.

 

 하지만, 왠지 그랬다가는 미각이 제정신을 못차릴 것 같기도 한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하아. 내가 이래서 마시던 거 다 마신 다음에 사려고 했던 건데, 젠장. 포인트에 낚였어! 그게 다 상술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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