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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 홍차로 밀크티 만드는 법

하프피프티 2020. 11. 14. 02:33

티백 홍차로 밀크티 만드는 법

로열 밀크티

 

 1) 이 여자의 밀크티

 홍차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마시는 스트레이트 파입니다.
 그래서 밀크티는 아주 가끔 마시는 정도입니다. 뭔가 다른 것을 마시고는 싶은데, 집에 우유가 있다. 그럼 그냥 한 번 만들어 마시는 정도이지요. 게다가 만들어 마시는 법도 매우 심플합니다. 그냥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부은 다음, 홍차 티백을 퐁당 빠뜨려 주는 것으로 끝. 한 가지 과정을 더 더한다면, 마른 홍차 티백을 그냥 집어넣으면 잘 안 우러나니까,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서 적셔주는 것 정도랄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본격 홍차를 우리고, 우유를 데워서 밀크티를 만들어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밀크티는 홍차를 우린 다음 데운 우유를 섞든지 (영국식), 데운 우유에 같이 넣고 끓이든지 (일본식) 하는데요. 전 일단 한 번 우린 홍차에는 아무 것도 섞지 않습니다. 뭔가를 섞으면 맛이 밍밍해질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맛이 분리되는 기괴한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 뜨거운 것을 못 먹는 체질이라 뭐가 됐든 적당히 식혀 먹어야 하는데요. 약간 미지근하게 마실 수 있는 녹차와 달리, 홍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내야 제맛이 납니다. 그치만 우리자마자 마셨다가는 화상 확정. 그래서 5~10분 정도는 식혀줘야 이제 본격적으로 마실 수 있게 돼죠.

 홍차를 막 즐기기 시작할 무렵에는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서 물을 적당히 섞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웬걸. 홍차에서 맹물 맛이 납니다 그려. 하나의 음료에서 두 가지 맛이 남.
 그때 이후로 이미 제 취향에 맞게 잘 우러난 차에는 절대로 농도에 변화가 생긴 다른 것들은 넣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찻잎 양을 잘못 계량했거나, 홍차를 타두고 방치하는 바람에 너무 진하게 우려졌어도 버리면 버렸지 물을 타서 희석하지는 않습니다. 희석해봤자, 차에서 올라오는 맹물 맛에 결국에는 차를 버리게 되니까요. 어차피 버리고 새로 타 마실 거, 쓸데없는 발버둥은 포기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밀크티를 탈 때에도, 우유가 들어가야 한다면 차라리 물은 빼자, 라는 정신으로 그냥 우유에다 티백을 넣어버립니다. 그리고 굳이 이 우유도 데우면 왠지 우유의 고소한 맛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데우지 않고 찬 우유를 사용하지요.

 이렇게 마시면 우유의 고소함에 홍차의 향과 적당히 씁쓸한 맛이 섞여서 좋은데, 문제는 차다는 것.
 냉장고에 있던 찬 우유를 들이부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마시고 나면 배가 차가워지거나 심지어는 체온이 내려가는 것이 느껴질 때조차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에 초간단 크로크무슈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던 만화(?!)에서 이번에는 밀크티를 만드는 법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까, 저처럼 그냥 날림으로 쉭쉭 만드는 게 아니라, 차를 우리고 우유를 끓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만들더군요. 마침 날씨도 쌀쌀해져서 뜨뜻한 것이 당기던 차인데, 그걸 보니, "어디 나도 한 번 제대로 된 방법으로 끓여볼까?"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과연, 저렇게 끓이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룰루랄라 따라해 봤습니다.

 뜨뜻한 국물요리는, 완전히 국물요리는 아니지만 맑은 국물을 베이스로 한 양배추롤을 조만간 해먹고 싶네요.
 

 2) 로열 밀크티 만들기

※ 일전에 (픽시브에서) 보았던 만화와 시리즈이기 때문에, 당연히 작가는 일본인. 밀크티 레시피도 일본식입니다.
 즉, 홍차를 진하게 우리고, 우유를 데운 뒤 우유에 홍차를 넣고 끓이는 로열밀크티입니다.

 

 

 1. 홍차를 따로 우리고 우유와 섞어 데울 것이기 때문에, 일단 물을 끓입니다.
 만화에서는 머그컵 한 잔 분량의 물을 끓인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굳이 한 잔 분량일 필요는 없음. 오히려 저희 집 포트는 물을 일정 이상 채워넣어야 제대로 가열됩니다.

1. 차 우릴 물

 

  2. 홍차를 따로 우리고 우유(이하 생략).
 우유도 준비해 작은 냄비에 붓고 데워줍니다. 양은 물과 똑같은 머그컵 한 잔. 그러고 보면, 밀크티를 만들 때 홍차와 우유의 비율은 보통 1대1이라고 하죠.  그런데 제 취향으로는 우유가 좀 더 적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우유 데우기

 바니짱……. 아니, 작가의 말로는 우유는 약불로 끓어오르지 않는 수준으로 데워주기.

 

 3. 우유를 데우는 동안, 홍차를 우릴 준비를 합니다.
 바니짱……. 아니, 작가의 말에 따르면 홍차 티백은 3개. 응용이란 걸 싫어하는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3개를 준비했습니다. 동원된 티백은 테스코의 '아쌈'입니다.
 원래는 아직 옐로우 라벨의 홍차를 마실 때, 우연히 홈플러스에서 테스코 홍차를 발견하고는 “아쌈은 어떤 맛일까?” 해서 사온 것입니다. 그런데 잉글리시 블랙퍼스트가 어차피 아쌈 계열의 맛이 강한 찻잎을 블렌드 한 것이잖아요? 어차피 그게 그 맛 + 나중에 좀 더 급이 올라간 홍차들을 마시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 존재가 머릿속에서 지워졌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차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굴해 냈음. 집에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이란, 참.
 지금은 이제 못 마시는 차들이라 (한 번 타 마셔봤다가 목을 찌르는 풀 맛에 고생 좀 했습니다), 주로 밀크티를 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크티도 자주 해 먹는 게 아니라서 한 번 해 먹을 때마다 아낌없이 때려넣고 있네요.

 그런데 문제는, 아쌈과 맛이 크게 차이가 없는 실론(티백이 한 40개 남은 것 같음)도 있다는 거. 여기에 립톤 옐로우 라벨도 한 50개는 남은 상태. 앞으로 밀크티용 티백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테스코 다즐링과 타라 다즐링도 남아 있다는 건 안 비밀. 다즐링은 가뜩이나 맛이 연한 편이라, 이것들을 어떻게 조질지 고민이 됩니다.

아쌈 홍차 티백

 

  4. 홍차 우리기
 밀크티용 홍차는 진할 수록 좋기 때문에 굳이 쓴맛을 조절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 맞춰서 티백을 꺼내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뜨거운 물에 계속 담가뒀습니다. 그랬더니 차 색깔이 그야말로 블랙티스럽게 나왔네요. 아마도 한 모금 마신다면, 소태가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겠지.

이거슨 소태다!

 

  5. 홍차가 우러났다 싶으면 데운 우유와 섞어 줍니다.
  티백에 남은 수분을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더 짜내준 것은 기본. 심지어는 우유에까지 같이 넣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꾹꾹 쥐어짜 내줬습니다.

홍차와 우유를 넣고 끓이기. 일본식 로열밀크티와 영국식 밀크티의 차이점

 

 6. 홍차를 섞은 우유를 다시 부글부글 끓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데워줍니다.
 영국식 밀크티는 홍차를 우려내서 대충 우유를 섞지만, 일본식 로열밀크티는 홍차를 우려서 데운 우유에 넣고 다시 끓여주죠. 그렇기 때문에 끓이는 내내 우유를 저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안 그러면 밑에 다 눌어붙는다고. 실제로 차를 따르고 나니 냄비바닥에 갈색의 뭔가가 들러붙어 있더군요. 긁어내면 긁어지긴 하는데, 스폰지로 벗겨질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일단 냄비에 물 부어놓고 퉁퉁 불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어나면 이제 스폰지로 깨끗하게 떨어지겠지요. 불리기 만세!

로열밀크티는 불 위에서 젓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7. 쨔잔. 밀크티가 완성되었습니다. 캐러맬 색이 잘 나왔습니다.

완성된 밀크티

 

 3) 평가

 (1) 설탕 무첨가 ver.

 총평 : 색은 잘 나왔는데 맛은 미묘하다
 별점 : ★★★

 한 모금 마셔보니, 뒷맛에 홍차의 씁쓸한 향이 선명하게 올라오더군요. 으음~.
 그렇긴 하지만 우유가 들어간 만큼 홍차의 맛은 좀 밍숭밍숭해진 상태. 게다가 전 우유를 데우면 또 왠지 모르게 밍숭밍숭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찬 우유에 직접 티백을 넣었던 이유로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우유를 데우면 고소한 맛이 없어지고 맛이 심심해져부려!

 데운 우유 = 맛이 연해짐 → 홍차를 우린 것만큼의 물이 들어감 → 더더욱 차의 농도가 내려감. 게다가, 우유가 들어가면서 보통의 홍차처럼 아예 깔끔한 맛도 아니어서 더더욱 포지션이 애매해졌습니다.  과연, 나는 이것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까지 만들어 마실 필요가 있을랑가?

(2) 설탕 첨가ver.

 총평 : 그럭저럭 마실만 하다
 별점 : ★★★

 반면에, 설탕을 넣으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원래 차 자체는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밀크티는 달달하게 마시는 사람이 있다던데, 제가 그 부류에 해당하나 봅니다. 달달하니까 오히려 입에 맞는 것 같더군요. 우유가 들어간 만큼 밀크티만 마셔도 배가 차는 기분인데, 설탕까지 들어가니까 에너지가 팍팍 나는 것 같습니다. 밤 늦게나 새벽에 이상하게 에너지가 나지 않을 때, 이렇게 단맛이 나게 끓인다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따땃하니까 더 좋을 듯.

 그런데, 달달하게 마시다 보니, 왠지 여기에 설탕 대신에 초콜릿을 녹여 넣으면 환상으로 달달한 음료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퍼뜩 머리를 스칩니다. 우훗. 마침 지금은 연말. 몇 개월만 있으면 밸런테인 데이가 있는 2월이지요. 밸런타인 데이에는 그걸 해 볼까. 차 카페인과 달리, 커피와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우유도 잘 소화를 못 시키긴 하지만, 그래도 먹을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이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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