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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하루 해 보고 얻은 결론

하프피프티 2024. 11. 17. 06:56

도보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하루 해 보고 얻은 결론 

 

 

 요즘 핫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해봤습니다.
 배달 아르바이트는 아무래도 한 곳에 묶여서 일하는 것과 달리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나갈 수 있어서 시간조율하기가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앱을 다운로드받아서 회원가입하고, 안전교육까지 일사천리로 다 이수했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미리미리 장비도 챙겨서 백팩형 보냉가방 그럭저럭 큰 것과 음료를 고정할 수 있는 컵홀더를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도전한 지 하루, 정확하게 한 번만에 얻은 결론은, 
 

 "빡세다"

 였습니다.



 1. 배달할 음식의 무게를 얕볼 수 없다.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달한 물건은 치킨 반반 한 마리와 1.25리터 콜라 한 병이었습니다.
 목적지는 0.8km 떨어진 곳에 있는 아파트. 평범한 구축 아파트 + 단지랄 것도 없이 아파트 몇 동만 서 있는 곳이라 주소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라고는 해도 제가 평소에 지나지 않는 곳이다보니 길을 더듬어서 찾아가야 했고, 뭣보다 남의 음식을 맡고 있는 것이니까요. 저절로 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횡단보도의 신호에 걸리게 되면 시간 걱정부터 되더군요. 무단횡단의 유혹이 스멀~ 하고 올라온 것은 덤.

 

 이때에는 아직 쿠팡에 시킨 보냉가방이 도착하지 않아서, 다이소에서 5천원짜리 16L 보냉가방 + 신발주머니처럼 생긴 카카오 프렌즈 라이언 보냉가방을 사서 들고 다녔습니다. 치킨은 어깨에 메는 가방에 담고, 콜라는 신발주머니(?) 보냉가방에 담아 양쪽으로 나누어서 가져갔는데, 무게를 분산한 데에다가 치킨, 콜라 각각의 무게는 무겁지도 않아서 물건을 옮기는 일 자체는 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치킨, 그것도 한 마리이니까 그런 거고.

 배달을 마치고 집 쪽으로 올라오는데, '삐롱삐롱' 하고 '신규주문을 수락하라'는 알림이 왔습니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앱상으로는 배달할 음식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직점 매장을 찾아가서 음식을 확인한 뒤에야 배차를 취소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판명만 보고도 대충 무슨 음식점이겠구나, 싶은 곳들도 종종 있지요.


 제가 두 번째로 받은 콜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어떤 중국집이었는데, 저를 가운데 두고 왼쪽으로는 가게, 오른쪽으로는 배달목적지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동거리는 꽤 짧은 편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앱상에 표시된 상호는 '중국집'. 이거슨 곧 자칫하면 퉁퉁 불 수도 있는 '면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절.

 제가 직접 거절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여기까지 오는 한 시간여 남짓한 시간 사이, 제가 알람을 못 들어서 놓친 콜이 좀 되더군요. 한 네 건 정도? 그렇게 콜 자꾸 거절하면 순위가 밀릴 수 있다고 하더니, 진짜 그 뒤로부터는 음식점 표시가 돼 있는 곳 바로 앞에서 알짱거려도 콜이 안 들어왔네요.

 그리하야 오늘 병원 다녀오느라 하루종일 토레타 한 통 마신 게 다여서, 그냥 집에나 가서 발닦고 밥이나 먹고 쉬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또 엽기 떡볶이를 포장해서 들고 갔는데, 빈 채로 털레털레 메고 가던 보냉가방에 넣는 순간, 퍼뜩 현실이 느껴졌습니다.

 '그래. 대부분의 배달음식은 이 정도 무게가 평균이겠지.'
 저부터가 족발처럼 묵직한 음식은 배달을 시킵니다. 치킨이야 집 앞에 교촌치킨이 있고, 또 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포장해서 들어옴 + 돈까스 정도도 포장해서 들고 오지만 족발급이 되면 포장은 논외입니다. 또 치킨이라도 치킨 세 마리에 콜라 다섯 개라면 답이 없고, 이게 또 마라탕이니 하는 것이 걸린다면.

 거기서, "아, 도보로 배달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못 되겠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햄버거, KFC의 치킨 세트, 커피, 샌드위치, 뭐 이렇게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들의 콜을 얻으려면, 카페가 많은 번화가로 원정을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저희 동네의 번화가 쪽은 일반음식점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카페도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 그런 곳 콜은 거의 안 뜨더군요. 고로, 식사배달이 주가 될 것이다.

 


 2. 길바닥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콜이 연속해서 들어온다면 모르겠는데, 배달지에서 바로 다음 콜이 잡히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1) 그 근처에서 존버한다. 2)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런 선택지가 생기는데, 1번도 현타가 오더군요.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다고 쉬는 것도 아니고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니 원.


 배달을 해 보기 전까지만 해도, 대기 중에는 그냥 다른 일을 하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일 없이 한 자리에서 서성이는 그런 '뻘줌한' 상황에 매우, 많이, 정말, 엄청나게 약합니다. 차라리 정신없이 바쁜 게 정신건강상 더 이롭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핸드폰에서 주의를 떼면, 그 사이에 (자기 혼자) 삐롱삐롱 주문 알림이 왔다가 꺼지고는 저한테 콜을 안 받았다고 뭐라고(?) 합니다. 

 배달 일은 적어도 다른 동력으로 굴러가는 이동수단을 동원해야지, 도보로는 용돈벌이 정도나 될까 싶습니다. 제가 굳이 한다면 이따금 용건이 있어서 번화가 쪽으로 나갔을 때 겸사겸사 한두 건 하는 정도랄까. 통 크게 하루 종일 나가서 최대 30건까지 당겨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근자감이었는지. 30건은 고사하고 3건이나 제대로 소화하면 칭찬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만에 깨달음을 얻은 덕분에 쿠팡에서 산 본격 배달장비들인 백팩 보냉가방과 컵홀더는 완전 쩌리가 돼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반품시켜켜버릴까 했는데, 큰 가방을 보니 이게 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 나중에 한 건이든 두 건이든 하게 될 수도 있잖아, 요즘엔 몸도 안 좋아서 의욕이 없는 걸 거야, 그러니까 일단 보관해 두자, 그런 생각으로 대충 베란다에 던져놨습니다. 안 쓰게 되면, 뭐 나중에 임시 아이스박스로라도 쓰죠. 실제로 다이소에서 산 비교적 작은 보냉가방은 활용할 방도가 벌써 떠올랐습니다. 있으면, 어떻게든 활용하겠지요. 그것을 목적에 맞게 쓸 지가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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