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일상의 체험과 정보

정전과 일과성 흑암시 (흑내장)

하프피프티 2021. 1. 9. 05:50

정전과 일과성 흑암시 (흑내장)

불빛 없는 도시

 일과성 흑암시

 일과성 흑암시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한쪽 눈이 안 보이게 되면서 눈앞에 갑자기 커튼이 쳐진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인데, 망막으로 피가 잘 흐르지 않아서 나타납니다. 보통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회복되지만 때로는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일과성 흑암시를 겪은 사람은 눈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망막혈관폐쇄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났다면 망막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또, 동맥경화 등으로 목을 지나가는 경동맥이 좁아지는 '경동맥 협착증'이 진행됐을 때에도 흑암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혹시나 나도? 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8일 새벽 5시가 좀 지난 무렵.
 여느 때처럼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온통 컴컴해졌습니다. 그러더니, 깜빡 다음 순간에는 다시 원래대로 환해졌습니다. 방이 어두워질 일은 전등이 꺼지는 일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곧바로 천장의 형광등을 올려다봤습니다.

 

 그런데 형광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했습니다.
 형광등이 깜빡깜빡 꺼졌다 켜졌다 할 정도가 되면, 동그란 형광등의 한 부분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올려다 본 제 방 형광등은 아직 그렇게까지 멍은 들지 않고 깨끗했지요. 그러고 보면 작년 여름 즈음에 새것으로 갈아준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정도라면 아직 형광등이 껌벅거릴 단계는 아니죠.

 

 등불이 꺼져서 어두워진 것이 아니라면, 방금 전의 그 암흑천지는 무엇인가.
 그러고 보면 완전히 암흑천지라고 기억하는 것을 보면 컴퓨터 모니터도 빛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처음에는 모니터도 꺼졌다 켜진 것으로 인식했는데, 어쩌면 걔들(?)에게는 죄가 없고, 저 자신이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안 그래도 요즘 무척 건강에 안 좋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낮과 밤이 뒤바뀐데에다가,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도 불규칙해서 말이죠. 예전에는 설령 올빼미가 돼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했는데, 지금은 그 패턴마저 불규칙해진 겁니다.

 

 건강에 안 좋은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 내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방금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런 걱정이 들어서 인터넷을 한 번 검색해 봤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나온 검색결과가 저 일과성 흑암시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은 물에 말아먹은 것 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음 + 편두통 있음 + 편두통의 무통증 자각 증상 있음 + 혈관이 다소 부실하다는 검사결과 = 지금 당장 눈과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아니었어도, '또 새로운 질병을 얻었다!'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게 될 판이라서 말입니다.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올 수도 있다는 말은 제게는 최고의 협박(?)이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왠지 이 상황이 내 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2021년 1월 8일 서울과 인천 일부 지방에 정전

 

 워낙 예민한 성격 + 건강염려증 + 장르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신경 쓰이는 일이나 걱정되는 일을 미래에서 빌려와서까지 걱정을 하는 전 예기치 못한 병명에 또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잠시 뒤인 8일 오전 6시 무렵, 갑자기 모든 불이 확 꺼졌습니다. 방의 등불은 물론, 켜놓고 있던 컴퓨터도 함께 그대로 셧다운. 서울과 인천 일부 지방이 전기를 보내는 변전소에서 화재가 나면서 정전이 된 겁니다.

 

 한겨울에 그것도 이제 슬슬 잠자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에 정전이 되어버렸으니, 아마 난리도 아니었을 겁니다. 보일러가 꺼져서 추운 건 둘째 치고 온수가 안 나오니까요. 다행히 30분 정도만에 전기는 복구가 되었는데, 저희 집 보일러는 그 사이에 기절하신 것 같았습니다. 직수관 혹은 온수관 어딘가가 얼어붙은 듯, 난방은 되는데 온수가 안 나와……!! 3년 전에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한 뒤로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배관 코앞에 대고 드라이기를 틀어주는 방법을 동원해 겨우 배관을 녹였습니다. 게다가,얼었다고 생각한 배관도 잘못 짚은 모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수관이 언 거라고 생각해서 직수관을 20분을 데워줘도 소용없어서 배관을 바꿔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줬더니, 5분 만에 회복된 걸 보면.

 

  어쨌든.
  그렇게 정전이 되고, 사방이
암흑전치가 되아 부리니, 이제 방금 전의 그 문제가 "나 자신의 문제, 라기보다는 정전과 관계된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까의 그 깜빡임은 본격적으로 전기가 끊어지기 전의 전조증상인 것은 아니었을까. 제 눈의 문제라고 하기에 그 현상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너무 순간적이었습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에 문제가 생겼다면 시력에도 영향이 갔을 텐데, 제 시력은 적어도 제가 자각하는 선에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몇 년 째 변화가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눈에 뭔가 이상이 있었다면, 지난 달에 안과에 들렀을 때 뭐라도 얘기가 있지 않았을까, 라고 믿고 싶습니다.  뭐, 그때는 이렇다 할 검사는 안 하고 눈을 들여다보고 안구건조증이라고 하셨지만요.
 뭣보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 것도 뵈는 것이 없는, 한밤중에 불이 꺼진 그 특유의 느낌이 아주 비슷했더랬지요.

 

 그렇기는 하나.
 위에서도 이미 말했듯이
요즘 생활패턴이 무척 불규칙해졌고, 취침시간도 제멋대로입니다. 원래부터 이런저런 잡다한 볍을 자주 앓는 종합병원 같은 몸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이드신 부모님보다 자잘하게 아픈 곳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취침시간마저 불규칙해졌으니 건강에는 더 안 좋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머니도 저보고 건강염려증이라고 하시면서도 잠을 제대로 안 자는 것은 많이 걱정하십니다.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뇌질환을 많이 앓으니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저 자신도 그 점이 우려돼서, 이 생활패턴을 바꾸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올빼미 성향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해뜨기 전에 어두울 때는 잠자리에 들고 오전 중에 기상했더랬지요. 그 정도만 돼도 충분히 건강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는데, 으음.

 

 마음은 먹었으나 이거에 치이고, 저거에 치이다보면 그 의지를 실행에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모처럼의 결심이 작심하루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또 짜증이 나고 말이죠. 으윽. 정말, 아직 새해 초이기도 하니, 올해의 목표는 "적어도 어두울 때 자자."로 정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