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번역 소설/얼룩고양이 홈즈

아카가와 지로 추리소설 <삼색 고양이 홈즈의 현상금> 1장

하프피프티 2024. 4. 22. 05:10

아카가와 지로 추리소설 


삼색 고양이 홈즈의 <현상금>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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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언 
 
 

“그래서, 시작은 몇 시라고?”
 라고,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인 예술가풍의 남자가 물었다.
  아츠기 사야는, 필사적으로 사전회의의 내용에 주의를 집중하려고 했으나, 그 야자키의 “나는 살해당할 거다.”
 라는 목소리가 결국 머릿속에 떠오르고 말았다.
  “어이!”
  그렇게 상대가 노려보고 나서야 사야는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죄송합니다! 저ㅡㅡ 무슨 말씀을 하셨죠?”
  “정신 차려!”
  사이에 끼어든 편집장은 금발의 게스트를 배려해 일단 강하게 질책했다.
  “기껏 선생님께서 와 주셨네. 자네가 멍하니 있으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잘 듣게. 대신할 라이터는 얼마든지 있어. 알고 있겠지.”
  “예. 정말로ㅡㅡ.”
  “시간을 틀리면 곤란해.”
 하고 컴퓨터그래픽의 프로는 눈썹을 찌푸리며, “좀 더 빠릿한 애로 바꿔 줘.”
  “저ㅡㅡ 결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디ㅡㅡ.”
  라고 사야는 초조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하고 편집장은 단칼에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있으시다면, 다른 사람을 부르겠습니다만.”
  “그러네. 그러는 편이…….”
  호텔 라운지에서 진행되는 사전협의는 한 시간 이상 계속되고 있었다. 스케줄 조정뿐이라 금방 끝날 터였는데, 금발의 <선생님>의 잡담이 좀처럼 끝나질 않았던 것이다.
  “부탁입니다. 저ㅡㅡ.”
 하고 사야는 말하려 했으나, 편집장 쪽은 이미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들고,
  “요전의 <R> 프로젝트 때의 아이는 어떠십니까?”
 라고 묻고 있었다.
  “아아, 좋네. 꽤 귀엽기도 하고.”
  “그럼, 바로ㅡㅡ.”
  그렇게 편집장은 휴대전화 발신을 하려고 했다.
  사야는 말을 잃고 그저 그것을 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실례합니다만.”
 하고 말을 걸어온 남성이 있었다.
  “ㅡㅡ뭡니까? 당신은.”
   “여기 계신 아츠기 사야 씨에게 용건이 있어서 말입니다.”
 하고, 길쭉한 장신에 처진 어깨의 그 남성은 말했다. “지금, 하시던 얘기가 들렸으니까요.”
  “그러니까 무슨 용건이냐고ㅡㅡ.”
  “경시청 수사1과의 가타야마라고 합니다.”
  편집장의 눈이 커졌다.
  “지금, 이 아츠기 사야 씨를 빼신다는 이야기 같았습니다만.” 
 하고 가타야마라는 형사는 말했다. “실은 아츠기 씨는 오늘 아침, 어떤 살인사건을 목격하셨습니다.”
  “하아…….”
  “이웃에 사는 분이 눈앞에서 살해당했으니 충격이 크실 겁니다. 그때, 여러모로 질문을 많이 받아서 지치셨을 겁니다. 그래도 『일이 있어서 꼭 가봐야 합니다.』라고 해서, 사정청취 도중에 빠져나와 이리로 오신 겁니다. 그러니, 이 젊은 여성분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주십시오.”
  “그랬군……. 아니, 그런 건 전혀 몰라서…….”
  “정말이야.”
 하고 <선생님>도 태도를 싹 바꾸어서, “이렇게 한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네, 그건.”
  “말씀 대롭니다.”
  “그럼, 남은 협의는 날을 새로 잡아서 하는 걸로 하지. 자네도 잘 쉬어 둬.”
  “예에…….”
  “또 연락할 테니까!”
 <선생님>과 편집장은 총총히 자리를 떴다.
 멍하니 있던 서야는, 
  “저…….”
  “쓸데없는 짓이었을까.”
 라고 가타야마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해도 서둘러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이지.”
  “가타야카 씨……이셨던 가요.”
  그 말을 듣고, 가타야마는 사야에게 명함을 건네고는 
  “협의를 방해해서, 면목이 없어.”
 하고 말했다.
 “아뇨. ㅡㅡ정말로, 저, 일 얘기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당연하지. 눈앞에서 사람이 살해당하다니, 보통사람은 경험하지 않을 일이니까.”
 “눈앞이라고 해도……. 야자키 씨는 버스에서 내려서 쓰러지고…… 저는 버스 안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사야는 말했다. “피가 흐르는 걸 본 충격도 있지만, 그때, 야자키 씨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무력감 쪽이 더 컸어요.”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역에서 버스를 내려서 바로 경찰에 전화해줬잖아.”
 “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내릴 수가 없어요. 다들 필사적으로 버스에 타니까요.”
 “나도 알아.”
 하고 가타야마는 말했다.
 “그래서…… 제게 급한 용건이란 건…….”
 “응. 아무래도 야자키 토시오 씨는 네가 탔던 버스 안에서 찔렸다는 것 같아.”
 “버스에서요? 그럼 그때 타고 있던 누군가가 범인?”
 “맞아. ㅡㅡ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녜! 오늘은 이제 이 뒤에 아무 일도 없어요.”
 “집에 가서 저녁 준비 같은 건 안 해도 돼?”
 “아뇨. 저희 집은 남편도 늦어서 저녁은 자기가 알아서 먹어요.”
 “그럼, 같이 가주겠어?”
 “알았습니다.”
 “그 두 사람, 여기 계산도 하지 않고 가 버렸군.”
 “아, 제가ㅡㅡ.”
 “괜찮아. 이쪽이 이야기를 듣는 처지이니, 커피 값 정도는 낼게.”
 사야는 가타야마가 전표를 들고 카운터로 향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자상한 사람이야…….
 사야의 가슴은, 소녀와도 같은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짐작 가는 바는, 전혀 없습니다.”
 라고 야자키 기누에는 말했다.
 “그렇습니까.”
 하고 가타야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지만, 실제로 남편분은 가슴을 찔렸으니…….”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고 기누에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로 평범한……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알았습니다.”
 라고 가타야마는 말하고, “이런 때에 죄송합니다.”
 “아뇨……. 그래서, 남편은 언제 돌아올까요.”
 기누에의 어조는, 마치 남편이 평소처럼 회사에서 돌아온다,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검시가 있으니까요. 연락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하고 기누에는 깊이 머리를 숙이고, “카츠야를 데리러 가야 하니…….”
 “알았습니다. 뭔가 여쭈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가탸아마는 야자키 기누에를 배웅하고, 후 한숨을 쉬었다.
 “ㅡㅡ그다지 슬픈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라고, 이시즈 형사가 말했다.
 “반쯤 방심상태인 거야.”
 하고 가타야마는 말했다. “아마도, 남편이 죽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럼, 충격이 너무 커서?”
 “응. ㅡㅡ카즈야를 데리러 간다, 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할머니가 와서 돌봐주고 있을 거다. 그것도 잊어버린 것이겠지.”
 가타야마는 수사1과의 응접실로 들어갔다.
 “기다리게 했군.”
 “아뇨…….”
 기다리던 것은, 버스에 야자키와 함께 탔던 아츠기 사야였다.
 “사모님은 뭔가 말씀하셨나요?”
 그렇게 사야는 물었다.
 “아니, 아무 것도. ㅡㅡ아직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르는 기색이라.”
 “그러시겠죠. ㅡㅡ그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저처럼 이웃에 사는 사람도, 아직 믿을 수 없는 정도인걸요. 야자키 씨가 쓰러지는 모습을 이 눈으로 봤는데요.”
 “문제는 그 버스야.”
 하고 가타야마가 말했다.
 “버스 안에서 찔렸다니, 확실한 걸까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사야는, “하지만ㅡㅡ 정말로 그때, 버스 안에서 보고 있었지만, 찌른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현실문제로서 혼잡한 버스 안에서 사람을 찌른다는 건, 간단하지 않아.”
 라고, 가타야마는 말했다. “특히 흉기인 칼붙이도 발견되지 않았어. 그렇다는 것은 범은 그대로 피가 묻은 흉기를 갖고, 버스를 계속 타고 있었다는 것이 되지.”
 “대담하네요!”
 “그런 일이 가능한지 어떤지. ㅡㅡ버스 안을 조사하면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아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 상황에서는 문제의 버스를 조사할 수가 없었다. 겨우 버스가 일단 버스회사로 돌아가서, 보러 갔을 때에는, 이미 버스바닥도 다 닦아버린 뒤였지.”
 가타야마는 어깨를 으쓱이며, “물론, 많은 승객들이 바닥을 밟아댔으니, 가령 약간의 피가 묻어 있었다고 해도, 아마도 발견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어째서 야자키 씨가…….”
 하고 사야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하는 범위로 충분하지만, 버스에서 이야기할 때까지의 일을, 다시 한 번 들려주겠어?”
 “예. ㅡㅡ그러니까.”
 사야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제가 저희 집인 <508>호를 나와서 서둘러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니까, <505>호 문이 열리고…….”
 사야는,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라 탈 수 없었기 때문에 야자키와 함께 계단을 내려간 일, 버스에 타고 난 뒤의 대화를 떠올렸다.
 “ㅡㅡ그래요. 야자키가 씨가 제 팔을 붙잡았어요. 저, 깜짝 놀라서. 그랬더니, 야자키 씨가 말했어요. 『나는 살해당할 거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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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다.
 분명히,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어.
 ㅡㅡ슬슬, 어두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버스 밖 단지의 풍경은 어두운 밤 속에 녹아들어, 밝은 창문이 열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야자키 기누에는 멍하니 버스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ㅡ귀가하는 샐러리맨으로 버스 안은 혼잡했으나, 다행히 기누에는 역 앞에서 타서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ㅡㅡ 뭐였을까. 그 사람의 말은.
 기누에는 남편, 야자키 도시오가 출근 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던 일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을 형사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남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에 비난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남편이 어디의 누구에게 원한을 샀는지 추궁당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
 하고 기누에는 중얼거렸다. “묻는다고 해도, 어차피 모르는걸…….”
 “부인.”
 하고, 목소리가 들렸지만 기누에는 자신을 부른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ㅡㅡ부인. 야자키 씨.”
 그렇게 불려서 겨우 얼굴을 들자, 본 적이 있는 얼굴이 있었다.
 “아…….”
 누구였더라? 어디선가 만났었는데, 분명히.
 “잊으셨습니까?”
 하고 그 남자는 웃으며, “카미야입니다. 자치회의.”
 그 말을 듣고, 겨우 기억이 났다.
 “아아……. 죄송해요. 저 머릿속이 멍해서.”
 “아뇨, 무리도 아니죠. 자치회에서 함께 활동한 뒤로 벌써 2년 가까이 지났으니까요.”
 그랬다. 그 뉴타운으로 이사 온 직후, 「자치회임원」을 「돌아가면서 맡으니까」라며 억지로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몰라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준 것이 카미야였다. 
 2동 주민으로, 40을 조금 넘은 정도일까.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아니어서, 세려된 재킷에 바지차림으로 외출하곤 했었다.
 오늘도 빨간 네커치프를 목에 두르고 있었는데, 그것이 잘 어울리는, 살짝 외국인 같은 분위기였다. 
 “외출하셨나 보죠.”
 하고 카미야가 물었다.
 “예. 좀…….”
 달리 말할 방도가 없었다. 설마, 「남편이 살해당해서.」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늘 이 시간에 돌아오시나요?”
 하고 기누에는 물었다. 
 “아뇨, 우연입니다. 카피라이터 따위,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아, 그러셨죠. 광고회사에서. 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해서…….”
 조금 부끄러워져서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ㅡㅡ 어째서인지 싹싹한 이 카피라이터에게 지금의 기분을 말하고 싶어졌다. 
 “카미야 씨.”
 “왜 그러십니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시간, 있으신가요?”
 카미야 쪽이 당황했다.
 그리고ㅡㅡ 두 사람은, 뉴타운에서 가까운 슈퍼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조금 쓸쓸한 느낌의 카페로 들어갔다. 
 “부인,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커피를 마시면서 카미야가 말을 꺼내자, 기누에는,
 “남편이 죽었어요.”
 카미야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자, 기누에는 남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이야기를 했다. 카미야는 그저 놀라서 듣고만 있었다.
 기누에는 이야기를 다 마치자,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들려드려서.”
  “아뇨……. 그건 그렇다 치고, 엄청난 일이라…….”
  카미야도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이리라.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어요. 남편이 죽은 것이 제 탓인 것 같아서…….”
  “그렇지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자신을 책망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까요.”
  기누에는 몸을 앞으로 내밀 듯이 하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물론입니다. ㅡㅡ경찰도 틀림없이 범인을 찾아줄 겁니다.”
  “예……. 그렇겠죠.”
  기누에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카미야의 손을 잡았다. “부탁이에요. 남편이 아침에 나갈 때 했던 말, 누구에게도 하지 말아주세요.”
  “부인ㅡㅡ.”
  “저도 전혀 모르겠는걸요. 그 말이 뭐였는지,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수가 없어요.”
  “압니다. 괜찮아요. 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 카미야는 기누에를 달래듯이 그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기누에는 눈물이 나와서, 허둥지둥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죄송해요. 저…… 기분이 고조돼서…….”
  “당연한 일입니다. 자, 자녀분이 있으셨죠?”
  하고 카미야가 말하자,
  “아아. 그랬네요. ㅡㅡ저도 참 어머니에게 완전히 맡겨놓고.”
  기누에는 겨우 자신을 약간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ㅡㅡ기누에와 카미야의 대화는, 이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때 같은 카페에 기누에와 같이 3동에 사는 주부가 있었다. 
  그 주부는 이미 기누에의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기누에와 카미야가 가게에 들어온 뒤로 줄곧 그쪽을 보고 있었다.
  자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으나, 기누에가 카미야와 손을 맞잡고 우는 모습을 빠짐없이 /관/찰/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가게를 나서자, 그 주부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지금 막 자신이 /목/격/한 일을, 같은 단지의 친한 주부에게 보고했다.
  실제로 기누에와 카미야가 단지에 돌아가는 것보다도 빨리, 그 정보는 단지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은 그런 일은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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