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번역 소설/얼룩고양이 홈즈

아카가와 지로 추리소설 <삼색 고양이 홈즈의 현상금> 프롤로그

하프피프티 2024. 4. 18. 05:10

아카가와 지로 추리소설


 삼색 고양이 홈즈의 현상금

 

 = 광고

반응형


 = 광고

 

  프롤로그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남편의 그 말에, 야자키 기누에는, 저도 모르게

  “뭐라고요?”

라고 되물었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라고 야자키 토시오는 반복했다. “정말이야. 누군가 날 노리고 있어.”

  “바보 같긴.”

하고 기누에는 허리에 손을 얹고 “빨리 가요. 평소 타는 버스를 못 타면 지각하잖아요.”

  “하지만, 정말로 누군가가ㅡㅡ.”

  “네네.”

하고 키누에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곧 있으면 겨울 보너스가 나오잖아요. 지각은 사정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당신이 늘 말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럼 빨리 나가요. 가츠야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니까.”

  “응, 뭐…….”

  현관의 신발장 앞 마루에 앉아있던 야자키 토시오는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세요.”

  기누에는 샌들을 신고는 현관 자물쇠를 열고, “서두르면 탈 수 있을 거예요.”

  “아아…….”

  야자키는, 보이지 않는 손에 등을 떠밀린 것처럼 느릿느릿 현관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때마침 눈앞을 세 집 건너에 사는 젊은 부인이 기운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예…….”

  야자키는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ㅡㅡ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남편을 배웅하고 현관의 문을 닫은 뒤, 기누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는,

  “설마……노이로제는 아니겠지.”

 하고 중얼거렸다.

  야자키 토시오는 지금, 38세의 샐러리맨. 도심의 빌딩에 입주해 있는 <S상회>에서 영업맨으로 일하고 있었다.

처인 기누에는 35세, 외아들인 카츠야는 지금 5살인 유치원생.

  도심까지 조금 멀지만, 그럭저럭 편리한 이 다운타운에 이사 온 것도 3년이 되었다. 12층짜리 건물이 죽 늘어선 커다란 단지였다.

  이곳은 3동. 야자키 일가는 5층의 <505>호에 살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흔히 있는 샐러리맨 가정」이었다.

  “누군가 노리고 있다?”

  TV드라마 꿈이라도 꾼 것일까. 어떻게 생각해도 남편을 죽여서 이익을 얻을 인간이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기분 탓일 거야.”

  하고 어깨를 으쓱이고는, “카츠야, 일어나렴!”

  기누에는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야자키는 <508>호의 아츠기 사야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다.

  “늦네요, 여기 엘리베이터.”

  하고 아츠기 사야가 말했다.

  작은 몸집에 생기발랄한 바지정장차림으로, 나이는 아직 28세. 잡지에 기사를 쓰는 라이터 일을 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지각하려나.”

  야자키가 그렇게 말하자, 마침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12층까지 있기 때문에, 출근시간 대에는 엘리베이터도 붐볐다.

  게다가, 거의 각층에 멈추었다.

  “와아.”

  아츠키 사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리베이터 안은 꽉 차서 도저히 두 사람은 탈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두 대 있었지만, 다른 한쪽도 같은 상황이리라.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문이 닫히고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이런이런…….”

  그렇게 야자키는 중얼거리듯이, “언제쯤 탈 수 있을른지.”

  그러자, 아츠키 사야가,

  “야자키 씨!”

하고 힘차게 말했다. “계단으로 가죠!”

  “어?”

  야자키는 당황했다. “하지만ㅡㅡ.”

  “5층이라고 해도 내려가는 것뿐이에요! 기다리다가 지각이잖아요. 자 같이 가요!”

  사야가 야자키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봐ㅡㅡ 위험하잖아!”

  앞으로 구를 뻔 하면서도 야자키는 사야가 잡아끄는 대로 계단으로 뛰어갔다.

  “자! 어느 쪽이 빠른지, 경쟁이에요! 스타트!”

 

 = 광고

 = 광고

 

  탁탁탁, 계단을 내려갔다.

  야자키도 영문을 모르는 채로, 사야의 뒤를 쫓아갔다.

  3층 근처부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주민도 있었지만, 그래도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해 2층에서도 줄곧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피곤해서 “계단은 싫다.”는 사람도 있으리라. 무릎이 아프다거나 허리가 아프다거나…….

  분명히 야자키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5층높이를 뛰어 내려가는 것은 꽤 무서웠다!

  “ㅡㅡ야호!”

  1층까지 내려와 3동을 나서자, 조금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과, 그리고 그곳을 향해 달려오는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아직 꽤 멀리 있어서, 충분히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안 늦겠어요! 그렇죠? 야자키 씨!”

  “아아. 정말 그렇군.”

  두 사람은 살짝 숨을 몰아쉬면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미 승객들이 줄을 서 있었으나, 이 주변은 아직 그렇게 혼잡하지 않았다. 좀 더 역에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가 승객들로 꽉 차서 타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잠이 다 달아났네요.”

하고 사야카가 야자키와 나란히 서서는 말했다.

  “그렇군…….”

  야자키는 조금 눈이 부시다는 듯이 사야를 보았다.

  “자네는 좋겠군. 젊어서.”

  야자키가 그렇게 말하자, 사야는 살짝 웃고는,

  “야자키 씨. 말투가 완전히 노인 같아요. 크게 차이도 안 나잖아요.”

하고 말했다.

  “그렇지는 않잖아? 나는 서른여덟이라고.”

  “겨우 열 살! 게다가 서른여덟이면 요즘엔 젊은이라고요.”

  사야가 밝게 말하자, 야자키도 그에 이끌려 미소를 지었다.

  버스가 와 올라탔다.

  물론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라면 서 있는 승객들 사이에 아직 공간이 있어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꽤 혼잡했다.

  “고생이시네요, 야자키 씨.”

하고 사야가 말했다. “늘 이 버스를 타시죠? 전 오늘 아침에 마침 약속이 있어서 빨리 나온 거지만, 평소에는 좀 더 느긋하게 나올 수 있어요.”

  “아아, 그런가. 프리라이터지? 좋군 그래. 『프리』라는 단어의 울림이 근사해.”

  “눈곱만큼도 안 좋아요. 프리라고 하면 말만 좋지, 일감이 없으면 단순한 백수에요.”

  “그런가.”

  “예. 최근엔 출판업계도 불황이라 프리라이터 일감이 줄었어요. 야자키 씨, 연말에는 보너스도 나오죠? 프리인 인간에게는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남편이ㅡㅡ.”

  “남편 회사도 경기가 안 좋아서요. 보너스 같은 건 나온다고 해도 쥐꼬리라는 것 같아요.”

  “어디나 다 고생이군. 하지만…….”

  야자키의 표정이 문득 흐려졌다.

  “왜 그러세요?”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멈추려고 하고 있었다.

  야자키는 갑자기 사야의 팔을 잡더니,

  “들어 줘.”

  하고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사야는 당황해서,

  “야자키 씨ㅡㅡ.”

  “부탁이야. 들어 줘. 난 살해당할 거야.”

  사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금 『살해당한다』 고 하셨나요?”

  “그래.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정말이야.”

  “그렇치만ㅡㅡ.”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나, 사야의 말은 이미 야자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안 돼! 내 옆에 있으면 잘못해서 자네가 살해당할지도 몰라.”

  “야자키 씨, 진정하세요!”

  그때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쉭 하고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내려 줘!”

  야자키는 승객들을 헤치며 외쳤다. “내릴 거야. 내려 줘!”

  “야자키 씨!”

  그렇게 사야가 외쳤지만, 야자키는 내리려는 승객을 밀치고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그렇게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사야는, 인도에 내린 야자키를 버스 안에서 보고 있었다. 그러자ㅡㅡ 갑자기 야자키가 가슴을 감싸 쥐며 비틀거렸다.

  그리고 엎어지듯이 지면에 쓰러졌다. 사야는 숨을 삼켰다.

  야카지의 몸 밑으로 붉은 것이ㅡㅡ 피가 번지는 것을, 사야는 보았다.

  “야자키 씨! ㅡㅡ세워줘요! 부탁이에요! 버스를 세워줘요!”

하고 사야는 외쳤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속도를 높여, 야자카는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려줘요! 내려주세요!”

  사야는 출구로 다가가려고 했으나,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은 사야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대로, 버스는 계속 달렸다…….

 

 

반응형
그리드형